
동아시아
김광기 지음
1만5000원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는 김 교수의 체험기를 미국의 위기와 맞물려 풀어놓은 것이다.
앞부분의 '경제편'은 그리 흥미롭진 않았다. 임대주택지원이 넘쳐나고 노숙자가 들끓는 미국의 현실을 가감없이 그렸다. 취업하기 어려운 청년들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중산층이 무너지는 데다 주에 따라 20%를 넘어가는 실업률로 허덕이고 있는 모습도 빼놓지 않았다. 청산의 기로에 선 주정부와 쌍둥이 적자로 결국 신용등급까지 강등당한 연방정부의 빈곤한 삶도 무채색으로 펼쳐보였다.
그리곤 김 교수는 미래가 아닌 현재의 생활과 만족을 중시하는 '가불경제'를 미국 위기의 '경제적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제2부로 들어서자마자 김 교수는 단 한 단어 '신뢰의 상실시대'를 화두로 던졌다. 생면부지의 사람이지만 일단 믿고 보는 '미국적 신뢰'가 사라지고 있다는 증거를 여기저기서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그는 "정직 정의 공평성을 바탕으로 신용이 미덕이 되는 신뢰사회가 미국의 자랑이었고 힘이었다"면서 "진정한 위기는 이러한 신뢰증발의 위기"라고 꼬집었다. "밑음이 깨어진다면 관계는 곧 파국을 맞는다"며 "돈은 없어도 되지만 신뢰가 없으면 다시 일어설 수 없다"고 못박았다. 사회학자다운 비판이다.
김 교수는 학연 혈연 지연 등에 의한 또다른 신뢰를 '확신'이라고 하면서 이는 '미국의 신뢰'와는 동떨어진 '저신뢰'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미국이 과거의 '미국식 신뢰'에서 '확신적 신뢰'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남을 등쳐먹거나 속이기는 쉽지만 자신이 속한 그룹에게는 보는 눈이 있어 신뢰를 보내는 '확신'"을 미국을 8아먹는 벼룩정도로 지목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만연돼 있는 것들인데도 말이다.
2부 전체는 미국의 상실한 신뢰 즉 불신의 증거들을 풀어쓰는 데 할애했다. '승자독식의 시대' '부도덕한 월가' '회전문식 인사' '예스맨을 만드는 공교육' '안보를 핑계로 볼모잡힌 자유와 인권'…. 미국 곳곳에서 이미 신뢰가 사라지고 있다고 저자는 공포했다.
김 교수는 "미국에 대해 비교적 정확하게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담담한 이야기"라며 "이 책의 기획과 집필은 3년여에 걸쳐 진행됐고 초고는 지난해 늦가을에 탈고 했다"고 설명했다. 후속편도 소개했다. 미국의 위기가 세계 그리고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파급효과, 그리고 위기를 극복할 해결사에 대한 이야기를 묶어낼 계획인가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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