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이런 청문회 왜 자꾸 하나 (문창재)

지역내일 2011-09-16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젠 더 이상 탓하고 슬퍼할 기력도 없다. 이런 청문회를 왜 자꾸 반복하는지, 정치와 제도가 원망스럽다.

한 나라의 국무위원을 임명하면서 어쩌면 그렇게도 철저히 문제 있는 사람만을 골라 내세웠는지 그것이 신기하다. 그것도 한결같이 국민의 의무와 재산형성, 자기관리 등에 떳떳하지 못한 사람들뿐이니 말이다.

청문회 제도가 없었다면 그들의 부도덕성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국정에 대한 일말의 기대라도 가져봄직하다. 출중한 학력과 경력 용모 등등 어느 한 가지 나무랄 데 없는 겉모습으로 보면 그들 모두가 훌륭한 장관감에 틀림없다. 실망할 때 하더라도, 한때 기대를 걸고 기다려 보는 관심과 흥미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청문회라는 제도를 통해 이러이러한 점이 모자라고 부도덕하다는 것을 다 알려 놓고 장관자리에 앉히곤 하니, 국민을 우롱해도 분수가 있지,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없는 것이 낫겠다는 청문회무용론의 격앙된 목소리가 들리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철저히 문제 있는 사람만 골라 내세웠는지 신기할 정도

요 며칠 류우익 통일부장관 내정자 등 4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고위공직자로서 부적합한 갖가지 의혹들이 들추어졌다. 부동산 취득 및 재산세 탈세와 체납, 자식의 병역특혜, 부당한 증여, 위장전입, 농지법 위반, 논문 중복발표 등등 단골의혹 메뉴들이 다 나왔다. 후보들은 빠져나갈 수 없는 증거 앞에서는 유감이다, 불찰이다, 관행이었다, 이런 입에 발린 말로 피해갔다.

류 통일장관 내정자는 재산세를 두 차례 체납했고, 속도위반 주차위반 과태료를 여러 번 물지 않아 자동차가 압류된 사실이 폭로됐다. 명문사립대 교수인 부인은 그가 주중대사로 일하던 시기 3학기 동안 한국에 체류한 날이 99일뿐이었는데도 급여를 다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아들이 재벌기업 관리회계업무팀에 채용된 것이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금래 여성부장관 내정자는 분당과 여의도의 중대형 아파트를 당시의 기준시가보다 훨씬 싸게 취득한 것으로 신고해 3000만원 가까운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 전에는 남편 직장의 사원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살던 아파트를 남의 이름으로 해놓고 무주택자를 가장했던 일도 탄로났다. 국회의원을 하면서 정치자금으로 들어온 돈을 보좌관들에게 명절떡값으로 주어 정치자금법을 어기기도 했다.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위장전입과 농지법 위반 혐의를 추궁당했다. 1986년 강원도 춘성군으로 주소지를 이전했다가 한달 뒤 서울 압구정동으로 되돌아온 것이 부동산 투기를 위한 전형적인 위장전입 아니냐는 것이다. 2009년에는 집안 회사에서 급여를 받고 있어 근로소득세 공제대상이 아닌 아버지를 공제대상으로 신고해 세금공제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최광식 문화부장관 내정자는 자신의 논문을 약간 손보아 이중 삼중으로 여러 곳에 게재한 것이 학자로서 온당한 일이냐는 질책을 받았다. 남의 글을 베낀 표절은 아니지만, 한번 발표한 논문을 출처표시 없이 부분적으로 손보아 다른 매체에 게재한 것이 학자의 양심에 찔리는 일이 아니냐는 추궁에, 그는 규정을 내세워 부끄러울 것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행정에 대한 국민 무관심과 정치혐오 더 깊어질 것

장관 내정자들이 추궁당한 여러 의혹과 부도덕성은 그들이 한 나라 최고위 공직에 앉을 자격을 의심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인사 때마다 자체검증과 청문 절차를 거쳤다면서 무엇을 어떻게 검증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의 검증기준이 국민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한, 그런 흠결을 가진 사람들을 애써 찾아내기도 어려울 것이다.

통과의례 같은 형식절차가 끝나면 집권당은 권력과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여 상처 입은 사람들을 장관자리에 앉힐 것이다. 행정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과 정치혐오는 더욱 깊어질 것이고, 그러는 사이 국정은 국민이 바라는 쪽과 자꾸 멀어져 갈 것이다.

이 끝없는 정치 원맨쇼를 언제까지 보아야 하나. 더 맑고 투명한 정치는커녕 국민의 불신을 부추기는 청문회 제도의 존폐, 또는 제도의 대개혁을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왔다.

문창재 논설고문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