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견 칼럼] “우리 투자자, 시쳇말로 놀아나”

지역내일 2011-09-22
뷰스앤뉴스 편집국장

"유럽계나 이런 외국인들이 아주 영리하게 주식을 팔고 있다. 한번에 다 팔면 시장이 붕괴되고 그러면 자기들도 못 빼나가거나 빼나가도 손해보고 빼나가게 되니까 지금 야금야금 팔고 있다. 그런데 우리 투자자들이 거기에 좀 어떻게 보면 시쳇말로 놀아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런 걱정도 든다."

현대경제연구원 한상원 상무가 21일 방송 인터뷰에서 최근 패닉상태에 빠진 환율과 따로 노는 주가를 보고 한 경고다. 그는 현재 국내 금융시장에 들어와 있는 유럽계 자금이 1800억달러로, 최악의 경우 이들 가운데 1000억~1500억달러가 빠져나갈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환율 폭등에 따른 물가대란과 제2 외환위기 발발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았다.

그의 전망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도 같은날 내년 성장률을 3.6%로 내려 잡고, IMF 역시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4%로 낮추는 대신 물가상승률은 4.5%로 높여 스태그플레이션 도래를 예고하는 등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간단치 않다.

정부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가뜩이나 물가 급등으로 민심 이반이 심각한 마당에 환율과 시중금리가 급등하는 등 경제상황이 더욱 심각하게 돌아가니 그럴 수밖에. 특히 정부는 환율 급등은 물가대란, 시중금리 급등은 가계부채 폭발로 이어지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도 초조하기란 마찬가지다.

오는 10월 서울시장 재보선,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있는 예민한 시점에 물가는 더욱 폭등하고 경제상황은 급랭조짐을 보이니,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연전연패하는 게 아니냐"는 신음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정부는 '주가 관리'에 치중하는 분위기다.

연기금 등 통해 노골적으로 주가방어

3년 전 환율을 잡겠다고 뛰어들었다가 외환보유고가 거덜나면서 외환위기 직전까지 갔던 쓰라린 경험이 있는 만큼 외환보유고를 헐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주저하는 분위기다. 그러다보니 주가라도 방어하기로 작성한듯, 연기금 등을 통한 주가방어에 노골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앞에서 한 상무가 지적했듯이 외국계 좋은 일만 시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 전용 현금지급기'라는 비아냥까지 나돈다. 정부는 이에 "그러면 시장이 붕괴되도록 놔두란 말이냐"고 반발한다. 그럴 때마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의 90년대초 대응이 떠오른다.

김 전 수석에 따르면, 1990년 초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경제수석을 맡아달라고 당부했을 때 김 전 수석은 몇가지 약속을 받아냈다. 그 중 하나가 "주가가 지금보다 반토막나도 절대로 내게 주가 얘기를 하지 말아달라"였다.

노 대통령은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그 후 김 수석은 수천만평에 달하는 대기업들의 비업무용 부동산을 반강제로 회수하는 등 80년대 말 양산된 부동산 자산거품을 과감히 빼내기 시작했다. 자산거품을 빼내는 과정은 고통스럽게 마련이다.

연일 주가가 폭락을 거듭했고, "정부는 뭐 하냐"는 언론의 비난이 들끓었다. 하지만 강골인 김 수석은 추호도 흔들리지 않았고, 노 대통령도 약속한 게 있어 아무런 말을 못했다.

그러다가 급기야 1000이던 주가가 500선마저 붕괴되면서 비난이 정점에 이르렀다. 그제서야 노 대통령은 김 수석에게 "주가가 더 떨어질 것 같아?"라고 딱 한번 물었다. 김 수석은 "이제 대충 바닥에 왔습니다"라고 답했다. 그후 주가는 추락을 멈췄다.

김 전 수석은 21일 통화에서 "유럽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미국"이라며 "미국은 '제2의 일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며 선진국 경기가 구조적인 장기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미국"

그는 정부의 속보이는 시장개입에 대해선 "연기금과 외환보유고만 골병들 게 할 뿐"이라고 질책했다. 발등의 불부터 끄겠다는 식이 아니라, 급변하는 세계경제의 큰 틀을 정확히 읽고 수년간 고통스럽더라도 한국경제의 활로를 찾아 차근차근 경제의 틀을 바꿔가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어쩌면 이미 임기말을 맞은 현정권에게 이를 기대하기란 힘들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는 대선주자들의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구호가 내년 대선에서 부활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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