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동네/대니얼 고틀립 지음
정신아 옮김
현대사회의 물질문명이 가져다 준 인간성 상실과 핵가족화로 인한 가족구성원간의 소통 결여 문제는 이제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일상이 되었으며, 이에 대한 해법서로서 심리학 관련 도서들이 꾸준히 출판되고 있다.
불행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깊이 공감하기 어렵다. 이 책의 저자 대니얼 고틀립의 공감능력은 그의 삶과 직결되고 있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지마비가 되고 그 후 극심한 우울증과 이혼, 자녀들의 방황, 아내와 누나, 부모님의 죽음을 차례로 경험하면서 삶의 지혜와 통찰력, 연민의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 핵가족화로 인해 부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없는 현실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하는 이 책은 알콜중독자 아버지를 둔 글렌이라는 여성이 아버지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갖고 있으면서 자기 삶의 모든 문제를 알콜중독자인 아버지 탓으로 돌리고 있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우리에게 '알콜중독자인 아버지를 조종하려 들지 말라' 고 충고한다.
왜냐하면 당신의 아버지는 자기가 원할 때 술을 마실 권리가 있고, 당신은 그런 아버지를 고쳐보려고 노력하는 데 삶의 대부분을 소비하느라 정작 당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아버지를 고치지 못했다는 패배감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치유방법으로 아버지가 알콜중독자라는 점 말고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보라고 충고하고 있다. 즉 이제까지의 아버지와의 모습을 잠시 떠나 아버지와 다른 대화를 나눠보기를 권유한다. 우리가 부모를 우리 뜻대로 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릴 때 부모와 우리는 서로의 요구와 고통에 시달리게 될 거라는 두려움 없이 솔직하게 서로를 대할 수 있고, 우리가 정말로 해야 할 일은 마음속의 이야기를 부모에게 털어놓으면서 서로를 놓아주는 것이라고 한다.
'부모의 목소리'에 이어 '배우자의 목소리'는 결혼에 대한 환상과 주도권 다툼 등의 배우자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필라델피아 빈민가 근처에 살고 있는 한 부부가 결혼 41년 만에 남편이 사고로 사지마비의 장애를 겪었지만 너그러운 사랑으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음을 소개하면서 이들을 통해 성숙한 결혼생활이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다.
◆마음의 치유와 감정의 조화로움 = '아이의 목소리'에서 저자는 부모가 화를 참고 있을 때 아이들은 '계란껍데기 위를 걷고 있다'라고 표현하면서 아이들이 부모의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채는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래서 화를 참고 있는 부모의 마음을 알아챈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벌이는지, 그 아이들의 마음의 병과 행동을 어떻게 이해하고 치유할 수 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끝으로 '자신의 목소리'에서 크리스티라는 청취자의 사례를 통해 과거의 자신과 결별하고 내면여행을 떠난 그녀가 여러 가지 감정의 변화를 겪으면서 '이 감정들을 전자레인지에 넣어서 골고루 익히고 싶다'는 표현을 소개하고 있다. 즉, 우리가 본성을 바꿀 수 없듯이 우리 안의 분노나 열등감, 사디즘, 마조히즘 등을 완전히 내쫓을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감정들을 전자레인지에 넣어서 돌리는 것처럼 조화롭게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류한숙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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