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차례 남북회담 성사 … 3단계접근법 등 6자회담 길 닦아
6자회담 재개의 분수령으로 기대를 모았던 제2차 남북 비핵화회담이 21일 막을 내렸다. 지난 7월 인도네시아 발리에 이어 열린 회담의 결과는 다음달 북미회담에서 결론이 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꽊막혔던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열어가는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이가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다.
그는 협상대표이면서도 '회담만능주의'와 분명한 선을 그어왔다. 평소 "6자회담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고 강조함으로써 북한의 국면전환용 회담제의를 일축해 왔다. 이 때문에 그는 6자회담 무용론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대화와 압박을 겸한 그의 회담전략이 이제 서서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6자회담 무용론자' 비판 받아 = 북한은 대화 과정에도 핵개발을 진전시켜 왔다. 대화만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두 차례 핵실험과 우라늄농축시설 공개로 입지가 좁아졌다. 위 본부장은 대화 과정에서 압박과 협상은 필수적인 요소라고 주장한다. 다만 압박국면과 협상의 배합비율이 문제일 뿐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압박은 협상을 촉진한다고 주장한다. 마치 백마고지 전투를 잘해야 휴전협상이 잘 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따라서 6자회담은 대화 과정에서 압박과 함께 병행되는 양자 혹은 다자회담 중 하나라고 강조하며 성급한 6자회담 재개와 선을 그었다.
그가 내세웠던 또하나의 협상기조는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한국 중심주의(Korea Centrality)였다. 이전에 북한은 핵무기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남한은 뒤로 빠지라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주장은 상당한 역사적 근거가 있으며 남한에서도 이를 수용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지난 94년 미국이 한국을 따돌리고 북한과 직접대화를 진행한 통미봉남(通美封南)이 재연될 것이라는 주장은 그를 계속 따라다녔다. 하지만 천안함 연평도 사건 이후 북한이 남한에 핵공격 위협을 가하면서 북핵문제는 중요하고 절박한 안보문제로 부각됐다.
올 초 6자회담 재개 과정으로 제시한 3단계 접근법은 이러한 상황인식에 기초한 것이다. 남북 비핵화회담→북미 회담→6자회담 등으로 이어지는 3단계 접근법을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공개했을 때도 실현 가능성은 적어 보였다.
하지만 지난 6월22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남북 비핵화 접촉이 이루어졌고,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러시아와 중국까지 남북 간 비핵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공감대를 얻어갔다. 위 본부장이 제기한 6자회담 재개 과정과 경로는 한국 중심주의가 얻어낸 의미 있는 자산(Assets)이다.
◆중-미와 치열한 논쟁도 불사 = 위 본부장은 북한, 북핵문제 이외에도 다양한 외교적 사안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예고 없이 전격 방한해 당일 이명박 대통령 면담을 신청했을 때도 중심을 잡는 역할을 했다. 그는 한중관계를 특수성 위주로 보는 시각을 넘어서 국제적 규범과 상식 속에서 봐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그를 "중국에 대한 전략적 시각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위 본부장은 미국과 물밑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미국무부의 커트 캠벨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와 대화 과정에서 언성을 높이기도 했으며,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기도 했다.
외무고시 13기로 입부한 위 본부장은 카리브해 자마이카라는 작은 섬나라에서 해외근무를 시작해 청와대 비서관, 북미국장, 주미 대사관 정무공사, 장관특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요직을 맡아왔다. 하지만 그는 주류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주류와 비주류를 넘나드는 '경계인'이었다. 자신의 지지기반과 세력을 갖고 있지 못했고 안팎의 견제와 질시(Jealousy)를 받아야만 했다. 이 때문에 그는 항상 행동과 언행에 주의를 기울였고 기자들에게 '기사 킬러(news unmaker)'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 4월 남북 비핵화회담이 성사 직전에 좌절된 것도 안팎의 견제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기사킬러(news unmaker)'라는 평가 받아 = 위 본부장이 성과로 내세우는 한국 중심주의(Korea Centrality)라는 자산(Assets)은 고정자산(Fixed assets)이 아닌 유동자산(Liquid Assets)이라고 볼 수 있다.
위 본부장은 2009년 3월 2일 취임 후 기자실을 방문해 "협상대표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과욕은 갖고 있지 않다"며 "6자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선에서 역량이 집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향후 정치일정을 고려해 볼 때 역량이 집중되기보다 분산될 가능성이 높아 그가 내세운 자산이 유실될 가능성도 있다.
위 본부장은 6자회담 재개와 비핵화에 대한 설계도는 마련했지만 이를 실행할 시간은 충분히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미완의 성공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테레이 소재 미 국방연구소 외국어센터(DLIFLC)에서 러시아어 연수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위 본부장은 한러수교 과정에서 영사관계 수립이라는 교두보를 마련한 숨은 주역이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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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재개의 분수령으로 기대를 모았던 제2차 남북 비핵화회담이 21일 막을 내렸다. 지난 7월 인도네시아 발리에 이어 열린 회담의 결과는 다음달 북미회담에서 결론이 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꽊막혔던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열어가는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이가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다.
그는 협상대표이면서도 '회담만능주의'와 분명한 선을 그어왔다. 평소 "6자회담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고 강조함으로써 북한의 국면전환용 회담제의를 일축해 왔다. 이 때문에 그는 6자회담 무용론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대화와 압박을 겸한 그의 회담전략이 이제 서서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6자회담 무용론자' 비판 받아 = 북한은 대화 과정에도 핵개발을 진전시켜 왔다. 대화만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두 차례 핵실험과 우라늄농축시설 공개로 입지가 좁아졌다. 위 본부장은 대화 과정에서 압박과 협상은 필수적인 요소라고 주장한다. 다만 압박국면과 협상의 배합비율이 문제일 뿐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압박은 협상을 촉진한다고 주장한다. 마치 백마고지 전투를 잘해야 휴전협상이 잘 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따라서 6자회담은 대화 과정에서 압박과 함께 병행되는 양자 혹은 다자회담 중 하나라고 강조하며 성급한 6자회담 재개와 선을 그었다.
그가 내세웠던 또하나의 협상기조는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한국 중심주의(Korea Centrality)였다. 이전에 북한은 핵무기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남한은 뒤로 빠지라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주장은 상당한 역사적 근거가 있으며 남한에서도 이를 수용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지난 94년 미국이 한국을 따돌리고 북한과 직접대화를 진행한 통미봉남(通美封南)이 재연될 것이라는 주장은 그를 계속 따라다녔다. 하지만 천안함 연평도 사건 이후 북한이 남한에 핵공격 위협을 가하면서 북핵문제는 중요하고 절박한 안보문제로 부각됐다.
올 초 6자회담 재개 과정으로 제시한 3단계 접근법은 이러한 상황인식에 기초한 것이다. 남북 비핵화회담→북미 회담→6자회담 등으로 이어지는 3단계 접근법을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공개했을 때도 실현 가능성은 적어 보였다.
하지만 지난 6월22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남북 비핵화 접촉이 이루어졌고,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러시아와 중국까지 남북 간 비핵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공감대를 얻어갔다. 위 본부장이 제기한 6자회담 재개 과정과 경로는 한국 중심주의가 얻어낸 의미 있는 자산(Assets)이다.
◆중-미와 치열한 논쟁도 불사 = 위 본부장은 북한, 북핵문제 이외에도 다양한 외교적 사안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예고 없이 전격 방한해 당일 이명박 대통령 면담을 신청했을 때도 중심을 잡는 역할을 했다. 그는 한중관계를 특수성 위주로 보는 시각을 넘어서 국제적 규범과 상식 속에서 봐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그를 "중국에 대한 전략적 시각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위 본부장은 미국과 물밑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미국무부의 커트 캠벨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와 대화 과정에서 언성을 높이기도 했으며,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기도 했다.
외무고시 13기로 입부한 위 본부장은 카리브해 자마이카라는 작은 섬나라에서 해외근무를 시작해 청와대 비서관, 북미국장, 주미 대사관 정무공사, 장관특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요직을 맡아왔다. 하지만 그는 주류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주류와 비주류를 넘나드는 '경계인'이었다. 자신의 지지기반과 세력을 갖고 있지 못했고 안팎의 견제와 질시(Jealousy)를 받아야만 했다. 이 때문에 그는 항상 행동과 언행에 주의를 기울였고 기자들에게 '기사 킬러(news unmaker)'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 4월 남북 비핵화회담이 성사 직전에 좌절된 것도 안팎의 견제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기사킬러(news unmaker)'라는 평가 받아 = 위 본부장이 성과로 내세우는 한국 중심주의(Korea Centrality)라는 자산(Assets)은 고정자산(Fixed assets)이 아닌 유동자산(Liquid Assets)이라고 볼 수 있다.
위 본부장은 2009년 3월 2일 취임 후 기자실을 방문해 "협상대표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과욕은 갖고 있지 않다"며 "6자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선에서 역량이 집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향후 정치일정을 고려해 볼 때 역량이 집중되기보다 분산될 가능성이 높아 그가 내세운 자산이 유실될 가능성도 있다.
위 본부장은 6자회담 재개와 비핵화에 대한 설계도는 마련했지만 이를 실행할 시간은 충분히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미완의 성공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테레이 소재 미 국방연구소 외국어센터(DLIFLC)에서 러시아어 연수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위 본부장은 한러수교 과정에서 영사관계 수립이라는 교두보를 마련한 숨은 주역이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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