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전국전력노조 위원장
9월 15일 우리나라에 보기 드문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대규모 정전은 일정한 전력예비율을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전에서 특정지역을 순환하면서 전력공급을 중단한 '인위적 정전'이기 때문에 사고나 실수에 의한 정전과는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뛰어난 전력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국민은 그동안 정전을 거의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미친 충격은 컸다.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 이번 정전사태의 표면적 원인은 전력수요 예측을 잘못한 한국전력거래소에 있다. 전력거래소는 과거 한전에서 전원개발계획과 전력수급계획, 그리고 송전선로인 계통운영 등을 담당하던 조직으로 지난 2001년에 별도로 분리됐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몇 년간 같은 기간의 전력수요 기록을 바탕으로 매일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여기에 맞춰 발전기 운전 계획도 수립하는 한마디로 전력산업의 '두뇌'와 같다.
전력거래소는 전력산업의 '두뇌'
전력거래소는 정전사태 발생 하루전인 지난 14일, 다음날 전력수요를 6만 3000메가와트로 예측했다. 그런데 예년보다 훨씬 높은 이상기온을 기록한 15일 실제 전력수요는 6만8000메가와트를 넘어섰다. 순간적인 전력수요가 공급능력을 넘어서자 전력거래소는 한전에 지역별 순환정전을 지시했다.
'순환정전'이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전체 전력망이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정 시점에 강제적으로 지역별 전력공급을 차단하는 것을 말한다. 결국 기온상승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력거래소의 잘못된 수요예측 때문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같은 대규모 정전사태를 부른 현상의 보다 근원적 원인은 무엇일까. 전력산업구조개편 때문이다. 지난 2001년 4월, 정부는 당시 한국전력공사를 △화력발전회사 5개 △수력원자력회사 1개 △한국전력거래소 △한전 등 모두 8개의 조직으로 분리했다.
이전까지는 하나의 전력회사가 △전원계획수립 △전력설비 건설 △전력생산과 공급을 하나로 묶어서 하던 것에서 '경쟁과 효율'이라는 신자유주의 노선에 따라 전력산업의 분할과 민영화라는 구조개편을 강행한 것이다.
구조개편의 문제점은 전력산업의 각 부문별 유기적 '조율과 협력'을 놓쳤다는 점이다. 전력산업은 '망'을 기본으로 하는 네트워크 산업이다. 이를 위해서 하나의 기업체 또는 조직이 생산에서 공급까지를 전담하는 것이 정답이다.
신자유주의가 전력산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주로 앵글로색슨 계열의 서방국가가 구조개편을 적극 주도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2001년 캘리포니아 정전 사태와 2003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전기요금 폭등은 구조개편과 자유화의 비극적 결말이었다.
전력계통망의 '소유와 운영' 분리가 참극 불러
우리나라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IMF 위기극복이라는 명분으로 시작돼 2001년 '발전부문'과 '계통운영부문'이 한전에서 1차로 분리됐다. 정부는 이들 분리된 회사를 민영화하려다가 전력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포기해야 했으며, 2단계로 송전과 배전을 분할하려던 계획도 2004년에 중단했다.
이번 정전사태는 전력산업의 현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전력거래소 실무자들의 잘못된 정책판단 때문이었다. 이는 계통망을 소유한 한전과 운영을 담당하는 전력거래소의 '이원화'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준 사례다.
이번과 같은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계통망 운영자인 전력거래소를 계통망을 소유하고 전력공급을 책임진 한전으로 다시 통합하는 방법밖에 없다.
세계적으로도 계통망 소유자와 운영자가 구분된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제대로 된 전력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잘못된 정책결정을 취소하고, 전력산업을 다시 하나로 묶는 재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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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 우리나라에 보기 드문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대규모 정전은 일정한 전력예비율을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전에서 특정지역을 순환하면서 전력공급을 중단한 '인위적 정전'이기 때문에 사고나 실수에 의한 정전과는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뛰어난 전력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국민은 그동안 정전을 거의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미친 충격은 컸다.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 이번 정전사태의 표면적 원인은 전력수요 예측을 잘못한 한국전력거래소에 있다. 전력거래소는 과거 한전에서 전원개발계획과 전력수급계획, 그리고 송전선로인 계통운영 등을 담당하던 조직으로 지난 2001년에 별도로 분리됐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몇 년간 같은 기간의 전력수요 기록을 바탕으로 매일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여기에 맞춰 발전기 운전 계획도 수립하는 한마디로 전력산업의 '두뇌'와 같다.
전력거래소는 전력산업의 '두뇌'
전력거래소는 정전사태 발생 하루전인 지난 14일, 다음날 전력수요를 6만 3000메가와트로 예측했다. 그런데 예년보다 훨씬 높은 이상기온을 기록한 15일 실제 전력수요는 6만8000메가와트를 넘어섰다. 순간적인 전력수요가 공급능력을 넘어서자 전력거래소는 한전에 지역별 순환정전을 지시했다.
'순환정전'이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전체 전력망이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정 시점에 강제적으로 지역별 전력공급을 차단하는 것을 말한다. 결국 기온상승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력거래소의 잘못된 수요예측 때문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같은 대규모 정전사태를 부른 현상의 보다 근원적 원인은 무엇일까. 전력산업구조개편 때문이다. 지난 2001년 4월, 정부는 당시 한국전력공사를 △화력발전회사 5개 △수력원자력회사 1개 △한국전력거래소 △한전 등 모두 8개의 조직으로 분리했다.
이전까지는 하나의 전력회사가 △전원계획수립 △전력설비 건설 △전력생산과 공급을 하나로 묶어서 하던 것에서 '경쟁과 효율'이라는 신자유주의 노선에 따라 전력산업의 분할과 민영화라는 구조개편을 강행한 것이다.
구조개편의 문제점은 전력산업의 각 부문별 유기적 '조율과 협력'을 놓쳤다는 점이다. 전력산업은 '망'을 기본으로 하는 네트워크 산업이다. 이를 위해서 하나의 기업체 또는 조직이 생산에서 공급까지를 전담하는 것이 정답이다.
신자유주의가 전력산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주로 앵글로색슨 계열의 서방국가가 구조개편을 적극 주도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2001년 캘리포니아 정전 사태와 2003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전기요금 폭등은 구조개편과 자유화의 비극적 결말이었다.
전력계통망의 '소유와 운영' 분리가 참극 불러
우리나라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IMF 위기극복이라는 명분으로 시작돼 2001년 '발전부문'과 '계통운영부문'이 한전에서 1차로 분리됐다. 정부는 이들 분리된 회사를 민영화하려다가 전력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포기해야 했으며, 2단계로 송전과 배전을 분할하려던 계획도 2004년에 중단했다.
이번 정전사태는 전력산업의 현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전력거래소 실무자들의 잘못된 정책판단 때문이었다. 이는 계통망을 소유한 한전과 운영을 담당하는 전력거래소의 '이원화'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준 사례다.
이번과 같은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계통망 운영자인 전력거래소를 계통망을 소유하고 전력공급을 책임진 한전으로 다시 통합하는 방법밖에 없다.
세계적으로도 계통망 소유자와 운영자가 구분된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제대로 된 전력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잘못된 정책결정을 취소하고, 전력산업을 다시 하나로 묶는 재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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