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노인들, 노래로 세상과 소통한다

지역내일 2011-09-23

강동구 합창경연대회 … "정서 치유 + 사회적 인식전환"

"종이 울리네 꽃이 피네 새들의 노래 웃는 그 얼굴~ 그리워라 내 사랑아 내 곁을 떠나지마오~"

21일 오후 서울 강동구 둔촌동 강동미르사랑 데이케어센터. 치매는 있지만 거동이 가능한 노인들을 돌보는 주간 보호시설이지만 어두운 분위기는 없다. 60~90대 노인 9명이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23일 오후에 열리는 치매노인 합창경연대회를 준비 중이다.

◆노랫말도 깜빡 깜빡… = 강동구가 '세계 치매 극복의 날'(9월 21일)을 기념하기 위해 이색 행사를 준비했다. 주간 보호시설을 이용하는 노인들의 합창대회 '우리도 가수다'이다. 행사를 이틀 앞두고 준비에 여념이 없는 미르사랑을 찾았다.

치매라고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증상이 기억력 감퇴인 만큼 궁금증이 앞선다. '노래를 부르자면 가사를 외워야 할 텐데, 치매 노인들이 어떻게…'.

"경증이라고 해도 거동에 불편이 없다 뿐이지 기억력은 많이 떨어지세요. 남편 얼굴을 못 알아보는 분도 있고 딸을 엄마라고 부르는 어르신도 있어요."

이금라 원장은 "가사를 기억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요양보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의 도움을 받아 합창을 하고는 있지만 그 정도는 제각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이는 한둘뿐이다. 노랫말이 끊기기 일쑤고 몇몇은 입모양으로만 노래를 한다.

가사를 적은 종이를 받아들고 난 뒤에는 또 다르다. 지금껏 핸드벨만 겨우 흔들던 이하분(85) 할머니가 입을 연다. 그러나 노래는 아니다. 그저 노랫말을 읽어 내려갈 뿐이다. 반주도 박자에도 관심이 없다. 유일한 남성인 김경석(79) 할아버지는 외려 가사를 보자 노래를 멈춘다.

십여차례 반복되는 연습에도 분위기는 흥겹다. "우리가 1등 하겠어~" 누군가 의외의 한마디를 던지자 커다란 웃음보가 터진다. 딸을 엄마라, 손녀를 사촌동생이라 얘기하는 강정희(84) 할머니는 연습이 끝난 뒤에도 연신 흥얼거리며 어깨를 들썩인다.

"음악 싫어하는 사람 있어요? (가사는) 나오면 나오는 거지."

신나게 노래를 부르던 이은숙(78) 할머니는 "해봐야지"라며 대회에 대한 열의를 불태웠다. 치매가 아닌데도 혼자 집에 있는 게 싫어 미르사랑을 다닌다는 '막내' 한승희(67) 할머니도 "나가면 1등 해야지"라고 거든다.

◆"어울려 노는 모습 보고파" = 미르사랑과 함께 합창대회에 참가하는 보호시설은 모두 9곳. 적게는 5명부터 많게는 20명까지 동요부터 가요 민요까지 다양한 곡을 연습 중이다.

"(치매극복의 날을 기념해) 토론회를 하거나 보호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 같아요. 어르신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잖아요."

이금라 원장은 "하루 종일 무료한 어르신들이 무대에 올라가 노는 것 자체가 재미"라며 "치매와 데이케어센터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확대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혜정 요양보호사는 "어르신들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고 가족들은 질환에도 불구하고 활동할 무대가 있다는 생각에 뿌듯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의 기대도 비슷하다. 한상림(43·둔촌2동)씨는 자신을 엄마라 부르는 어머니가 무대에서 한 줄이라도 가사를 더 기억하도록 돕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함께 연습을 한다. 한씨는 "엄마가 친구분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행사에 참석하려고 회사에도 미리 양해를 구해놨다"고 말했다.

이색 합창대회는 23일 오후 2시부터 강동구청 대강당에서 열린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노래를 통해 치매를 극복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치매라는 질환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한 행사"라며 "급속하게 고령화돼가는 추세에 맞춰 세분화·전문화된 노인복지서비스를 마련해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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