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2012 수능!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지역내일 2011-09-28
신동원 휘문고 교사,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연구위원장

수능을 40여일 앞둔 지금. 고 3교실은 태풍의 눈에 들어와 있다. 수능 막바지 준비로 현재의 교실은 잠잠하다. 공부하기 좋은 계절까지 겹쳐서 면학 분위기가 한참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좋은 분위기도 잠깐, 입학사정관제 전형이나 수시 1차 합격자가 발표되기 시작하면 합격한 학생들의 환호와 불합격한 학생들의 한숨소리로 학교는 술렁이기 시작한다. 연이어 수능시험, 수시 2차 논술, 수능 점수 발표,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 정시모집 지원 등의 2차 태풍이 몰려 올 것이다.

교사들은 1년에 기본적으로 4차례 이상 시험을 출제한다. 1·2 학기에 걸쳐 중간, 기말 고사를 출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가르친 학생들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를 출제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일반인들은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교단에서 수 십년 경험을 쌓은 노련한 교사들도 정규고사 시험 문제를 출제할 때는 바짝 긴장을 한다. 교육과정에서 벗어나거나 다른 반에서 가르치지 않은 내용을 출제하면 학생들과 학부모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특히 현행 7차 교육과정은 이미 2002학년도부터 도입되어 기출 문제가 너무 많이 쌓여 있다. 새로운 개념의 문제를 개발하려다 보면 교육과정을 벗어나고, 기존의 문제를 변형하다보면 참고서 문제와 중복되어 베낀 문제로 폄하되곤 한다.

특히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교사들은 평균을 대략 70점대에 맞추고자 출제한다. 그러나 쉽게 풀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문제를 학생들은 어렵게 풀고, 반대로 어렵게 풀 것으로 예상했던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기도 한다. 예상 평균에 딱 맞게 출제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노련한 교사도 시험 출제 때는 바짝 긴장

지난 6월과 9월 평가원 모의평가 문항을 분석해 보면 EBS교재를 그대로 베낀 것이나 다름없는 문제도 여러 개 있었으며, 그림이나 낮말만 살짝 바꾼 문제도 있었다. EBS 교재와 70%를 연계 시킨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그렇게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술 더 떠 EBS에서는 그런 문제를 예로 들어가며 EBS를 중심으로 수능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전국의 모든 수험생이나 학교도 이러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교과서 대신 EBS교재를 끌어안고 있다.

정부는 사교육비 억제를 위해 만점자가 1%이상 나올 수 있도록 쉽게 출제한다고 했다. 너무 쉽게 출제해 변별력을 잃으면 상위권 수험생들로부터 '물수능'이라며 혹평을 받을 것이고, 조금만 어렵게 출제해도 작년처럼 EBS와 정부에 '사기당했다'며 원망을 살 것이다.

원래 학교 시험에서도 난이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쉽게 출제한다고 하면 상위권이 시험준비를 게을리 하고, 어렵게 출제한다고 하면 하위권 학생들이 포기하고 다른 곳에 신경 쓰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시험공부를 필요한 만큼만 하는 특성이 있다.

현장에서는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이미 EBS교재를 모두 풀었고, 9월 모평에서 쉽게 만점을 받았거나 실수로 한 두 문제 틀렸다. 이들은 실력을 쌓기보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심화보다는 쉬운 문제를 반복 훈련하고 있다. 예년과 달리 자기 주도적으로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많다. 정부가 의도한 대로 수능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수능 사교육비 줄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러나 출제위원들이 과연 얼마나 정부의 의도를 살려 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쉬운 수능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이미 떠안고 있으므로 EBS와 70%를 단순하게 연계 시켜 예년에 비해 아주 쉽게 출제할 수도 있고, 반대로 대학입학 시험으로서 기능과 교육 평가적 의미를 부여해 소신대로 예년과 같이 출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져야 한다. 만약 이 약속을 깨버리면 수험생들과 학부모들로부터 어떤 원망을 들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뿐만 아니라 교단에서 정부의 방침을 강조해온 고3 교사와 진학교사들 까지도 싸잡아서 매도 될 것이다. 최소한 9월 평가원 모평의 결과만이라도 유지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이미 쉬운 수능에 적응이 된 수험생들이 2차 태풍을 편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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