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도가니, 공분 넘어 변화 요구

지역내일 2011-09-29
"영혼의 살인, 아동성범죄 공소시효 폐지하라" 청원
100만 서명운동 … 사회적약자 인권 다시 화두 등장

'법관 전관예우' '검사와 경찰관 비리' '아동성폭행' 등 우리 사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영화 '도가니'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0년 이후 5년간 광주 인화학교 원생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는 흥행과 함께 가해자에 대한 가벼운 형량과 복직 등으로 크게 공분을 샀다. 사건을 재조사하라는 요구가 빗발쳤고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특히 아동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영화내용에 공분한 시민들이 한국사회 치부의 축소판인 도가니를 통해 사회변화의 바람까지 일으키고 있다.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당연했지만 소홀했던 화두가 도가니속에서 이제서야 들끓고 있다.

왜 '도가니'를 보면 분노하나 = 영화 '도가니'는 700만명을 돌파한 '최종병기 활'을 끌어내리고 지난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이번 주에도 '의뢰인' 등 개봉작을 제치고 예매 점유율 1위(약 41%)를 달리고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데다 아동학대 등의 불편한 소재를 다룬 것에 비춰 이례적이라고 할 만한 성적이다. 안정된 연출력과 배우들의 호연 외에도 실화가 주는 '힘'이 흥행요인이라는 평이다.

영화는 2005년 이 학교 교직원들이 청각장애 학생들을 성폭행하거나 강제 추행한 사건이 뼈대. 당시 가해자 4명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관련자들이 복직해 논란이 빚어졌다. 영화는 관련자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실제 사건을 충실히 따라가는 가운데 아이를 성폭행하는 장면을 거칠게 묘사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공분하는 이유다.

실제로 영화를 본 시민과 누리꾼들은 재수사와 폐교를 청원하면서 분개했다.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원회가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하고 있는 성폭력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는 이슈 청원에 5만 명이 넘는 인원이 서명했을 정도다. 인화학교는 광주 광산구 삼거동에 위치한 청각장애인 특수학교이다. 이 학교에서는 2004년 12월부터 설립자 아들인 교장과 행정실장이 일부 학생을 교장실과 기숙사 등에서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5년 6월 한 직원이 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 신고하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김 모 교장 등 6명이 가해자로 지목됐으나 사건처리 결과는 2명만이 실형을 선고받고 2명은 집행유예, 2명은 공소시효 소멸로 공소기각,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사회적 파장 일파만파 = '도가니'로 촉발된 사회적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영화의 소재가 된 광주시 교육청은 인화학교 감사 대책반을 꾸렸고 광주 광산구청은 해당 법인에 이사진 교체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장애인 시설 등 인권 사각지대를 담당할 인권전담 직원을 채용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법조계에 대한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판사뿐 아니라 검사 등 법조계 전반에 대한 비난이 트위터나 인터넷을 통해 이어지고 있는 기 때문이다. '도가니'로 촉발된 비난이 이어지자 법원도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국민이 분개하고 있는데 어떤 경로로든 해명을 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고 당시 사건을 재판한 해당 판사가 인터뷰를 통해 판결 경위를 해명키도 했다.

경찰도 뒤늦게 수사에 나섰다. 경찰청은 28일 광주 인화학교에 남아있는 장애인에 대한 인권과 안전 확보 차원에서 경찰청 본청과 광주지방경찰청이 함께 특별수사팀을 편성, 의혹 내용 전반을 점검하기 시작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5명과 광주지방청 소속 성폭력 전문수사관 10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은 △가해 교사들의 추가 성폭행 피해 사례 △관할 행정 당국의 관리·감독 상의 적정성 여부 △인화학교 내부의 구조적 문제점이나 비리 등 3가지를 중점 조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특히 가해 교사가 사건이 발생했던 2000년쯤에 추가 범행을 저지르고도 처벌되지 않았는지, 학교로 복귀한 이후 다시 유사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닌지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는 사건 당시 공소장에 명기된 혐의 내용을 제외하고 관련 기록 전반을 점검할 예정이어서 경찰이 사실상 재조사에 착수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경찰청은 일부 교직원의 최종 형량이 피해자와 합의에 따라 감형됐다는 점에서 합의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이 행사됐는지도 살펴보기로 했다. 경찰 등 법 집행기관이 피해자와 가해자 간 합의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인화학교 원생 간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도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이날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와 광주 광산구에 따르면 인화학교와 인접한 복지시설인 인화원에 거주하는 A(15)군이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 또는 추행했다는 신고가 지난해 7월 대책위에 접수됐다.

경찰은 관할 지자체인 광주광역시청과 시교육청, 관할 구청, 지역 경찰 등이 인화학교 재단 측과 유착하거나 감시·감독상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이 있는지도 규명할 계획이다. 재단 측이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과정에서 구조적인 비리가 발생했는지 파악키 위해 특별수사팀에 회계 전문가 등 지능범죄 수사 전문가가 포함됐다.

정지효 경찰청 형사과장은 "법 집행 당국으로서 경찰이 볼 때도 과거 사건 처리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어 개연성 있는 모든 의혹에 대해 총체적으로 수사하는 것"이라면서 "이전에 처벌을 받은 사람도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 외에 추가 혐의가 있다면 다시 수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혼의 살인, 끝까지 추적·엄벌해야 = '도가니'로 촉발된 아동 성폭력 범죄에 대한 분노가 공소시효 폐지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지난 27일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함께 시작한 '아동 성폭력 범죄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100만 서명 캠페인'에 참여자가 급증하고 있을 정도다. 청원이 시작 된 2시간여 만에 서명자는 1만명을 넘어섰으며 하루새 5만여명 넘었다.

특히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인 나영이 아버지는 직접 쓴 글을 통해 "미해결 사건은 공소시효를 폐지해 끝까지 추적해 엄벌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혼의 살인인 아동 대상 성폭력 범죄는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고 공소시효 폐지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현재 국회에 아동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를 포함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2010년에 발의된 채 잠자고 있으며 올해가 지나면 폐기 될 처지에 놓여있다. 미성년자 대상의 성범죄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지만 성범죄를 저지른 피의자 절반은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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