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이 미국에 상륙하고 있는가?" 지난 주말 뉴욕의 금융중심지 월가를 출발한 1500여명의 시위대가 브루클린다리 위를 행진하다가 700여명이 경찰에 연행되면서 "월가를 점령하라"는 항의운동이 미국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당초 이번 사태는 지난달 중순 소수의 고학력 백수청년들이 월가 한복판에 있는 주코티공원을 점거하며 시작되었고 시간이 가면서 점차 노동조합원과 일반시민들이 합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AP통신은 이번 시위가 "전형적인 가두시위의 모든 모양을 갖추고 있지만 '시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가장 중요한 점이 빠져 있다"고 목적의식 결여를 지적했다.
뚜렷한 목표의식 없지만 월가와 대기업 책임추궁 의지 강력
그러나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앤드류 소킨은 시위자들이 외치는 다양한 구호들의 밑바닥에 깔린 기본적인 메시지는 2008년 금융위기와 날로 확대되고 있는 빈부격차에 대해 거대은행과 대기업들의 책임을 추궁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익명으로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는 '뉴욕시 점령선언문'은 시위자들이 '집단적 불의에 항거하기 위해 모였다'고 밝히고, 월가와 대기업들이 로비를 통해 정부와 언론을 지배하고, 불법적으로 주택을 압류하고, 수만 달러의 등록금 융자를 빌미로 학생들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비난했다.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니콜러스 크리스토퍼는 "비록 머리 위로 총탄이 윙윙 날아다니지 않고, 또 어떤 독재자를 내쫓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시위대에는 소외당한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이 참여하고 있고, 트위터와 다른 사회적 미디어와 같은 동일한 수법을 통해 참여자들을 규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집트혁명의 중심지였던 카이로의 타흐리르광장을 연상시킨다"고 밝혔다. 앞으로 경제상황이 한층 악화되면 반(反)자본주의를 외치는 이번 시위가 대대적인 시민항거운동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경고이다.
파이낸셜타임스의 기데온 래크먼 국제문제 수석논평위원은 지난 8월 말 자신이 쓴 '2011년, 글로벌 분노의 해'라는 칼럼을 상기시키며, 비록 각 대륙과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경제적 갈등과 항의시위가 각기 다른 요인으로 인해 촉발되었지만 거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이 깔려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한편으로 지역사회로부터 유리(遊離)된 채 세계화의 혜택을 독점하고 있는 극소수 엘리트 수혜 계층과, 다른 한편 세계화의 성장 혜택에서 배제된 채 저성장과 고실업의 고통 속에 엘리트 계층의 부패에 분노하고 있는 세계화의 희생 계층인 다수 민중의 대결구도"라는 것이다.
미국의 역사학자이며 사회문화비평가인 크리스토퍼 래시(Christopher Lasch)는 이미 1990년대 이전부터 세계화 경제에서 소수 엘리트 계층과 다수 민중의 대결구도에 따른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 위험성에 관해 경고했다. 1994년 암으로 62세의 생을 마감한 다음해에 출간된 '엘리트의 반란과 민주주의 배반'이라는 저서에서 그는 "민주주의는 살아남을 가치가 있는가?"라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며 엘리트 계층과 다수 민중의 유리(遊離) 내지 대결구도가 형성되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중산층의 몰락'을 지적했다.
'반(反)자본주의' 구호는 자본주의 파괴 아닌 '사회적 균형' 요구
"월가를 점령하라" 참여자들은 '은행과 대기업들이 사람이라면 감옥에 집넣고 싶다'고 분노를 터뜨린다. 그들은 은행들이 2008년 금융위기에서 납세자의 돈으로 파산을 모면한 후 보너스 잔치를 벌이고, 이제는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규제 강화에 맹렬히 반대 로비를 벌이고 있는 데 격분하고 있다.
보수적인 언론은 시위 참여자들이 '자본주의의 대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이번 시위가 결코 자본주의를 부정하거나 파괴하려는 것이 아니며, 그 목표는 사회 모든 계층이 함께 경제발전의 혜택을 공유하는 '사회적 균형'을 회복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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