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사례 28건 고발 … "교섭대표권 제도 악용"
경기도 하남시 소재 육가공업체인 M사의 생산·배송직 30여명은 근로조건을 바꾸겠다며 지난 7월 노조를 설립했다. 단체협약을 맺기 위해 사측에 교섭을 요구했다. 그런데 교섭창구 단일화 공고를 확정해야 하는 날짜가 다가오자 하루 전날 영업판매직원 60여명으로 구성된 또 다른 노조가 설립됐다. 회사가 만든 이른바 '어용노조'라는 의심이 들었다. 이어 조합원을 대상으로 회사 관리자들의 면담이 시작됐다. 일부 간부는 배송직에서 생산직으로 전환배치됐고, 일부 조합원은 회사를 나갔다. 노조 함정옥 부지부장은 "백화점과 할인점에 파견근무중인 영업직이 새 노조를 만들었지만, 이들은 노조를 만들 필요도 의지도 없었다"며 "지금도 회사가 조합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강요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합원을 탈퇴하도록 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는 없었다"고 말했다.
부산 소재 택시업체인 D사 노조는 노조원 급여에서 사측이 원천공제한 조합비 7·8월분 700만원을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 복수노조 시행후 회사내 신규노조가 생겼는데, 사측이 새로운 노조를 지원하기 위해 조합비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기존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노조 유승택 위원장은 "회사가 신규노조 조합원에게만 새차를 배차한다"며 "우리 조합원들에게 신규노조에 가입하도록 회유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했다. 회사 임원은 "기존노조가 조합원 명단을 회사에 제출하지 않아 조합비를 내주지 않은 것"이라며 "조합원 수를 정확히 알아야 배분할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를 허용한 후 100일을 맞는 가운데 이 제도가 사용자의 노무관리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은 5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본부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처럼 밝혔다. 한국노총은 "소속 사업장에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사례를 접수받아 5건을 고용노동부에 고발한다"이라며 "이미 28개 노조는 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넣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정부가 복수노조를 허용하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도입했지만, 교섭대표 노조에게만 교섭권을 부여해 사용자들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잦다. 대표적인 유형은 사용자가 기존노조 조합원을 신규노조에 가입토록 유도해, 신규노조에 교섭대표권을 주는 경우다. 일부 택시업체의 경우 신차 배차권, LPG 충전 티켓 차별 지급 등을 통해 기존노조에서 조합원을 시키고 신규노조로 가입토록 했다. 또 기존노조의 교섭요구엔 응하지 않으면서, 신규노조를 지원해 과반수 노조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신규 노조에게 교섭대표 지위를 부여하는 공고를 내는 곳도 있다. 이 경우 기존 노조가 투쟁을 통해 개별 교섭을 쟁취했으나, 고용노동부가 나서서 개별교섭이 불가하다는 행정지도 처분을 받았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고용노동부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자의 지배개입에 의해 설립되는 사용자 노조를 철저히 단속하고 처벌해야 한다"며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를 폐지하고 자율교섭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한국노총에서 제기한 진정 사건을 조사한 후 법에 따라 처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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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하남시 소재 육가공업체인 M사의 생산·배송직 30여명은 근로조건을 바꾸겠다며 지난 7월 노조를 설립했다. 단체협약을 맺기 위해 사측에 교섭을 요구했다. 그런데 교섭창구 단일화 공고를 확정해야 하는 날짜가 다가오자 하루 전날 영업판매직원 60여명으로 구성된 또 다른 노조가 설립됐다. 회사가 만든 이른바 '어용노조'라는 의심이 들었다. 이어 조합원을 대상으로 회사 관리자들의 면담이 시작됐다. 일부 간부는 배송직에서 생산직으로 전환배치됐고, 일부 조합원은 회사를 나갔다. 노조 함정옥 부지부장은 "백화점과 할인점에 파견근무중인 영업직이 새 노조를 만들었지만, 이들은 노조를 만들 필요도 의지도 없었다"며 "지금도 회사가 조합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강요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합원을 탈퇴하도록 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는 없었다"고 말했다.
부산 소재 택시업체인 D사 노조는 노조원 급여에서 사측이 원천공제한 조합비 7·8월분 700만원을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 복수노조 시행후 회사내 신규노조가 생겼는데, 사측이 새로운 노조를 지원하기 위해 조합비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기존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노조 유승택 위원장은 "회사가 신규노조 조합원에게만 새차를 배차한다"며 "우리 조합원들에게 신규노조에 가입하도록 회유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했다. 회사 임원은 "기존노조가 조합원 명단을 회사에 제출하지 않아 조합비를 내주지 않은 것"이라며 "조합원 수를 정확히 알아야 배분할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를 허용한 후 100일을 맞는 가운데 이 제도가 사용자의 노무관리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은 5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본부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처럼 밝혔다. 한국노총은 "소속 사업장에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사례를 접수받아 5건을 고용노동부에 고발한다"이라며 "이미 28개 노조는 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넣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정부가 복수노조를 허용하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도입했지만, 교섭대표 노조에게만 교섭권을 부여해 사용자들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잦다. 대표적인 유형은 사용자가 기존노조 조합원을 신규노조에 가입토록 유도해, 신규노조에 교섭대표권을 주는 경우다. 일부 택시업체의 경우 신차 배차권, LPG 충전 티켓 차별 지급 등을 통해 기존노조에서 조합원을 시키고 신규노조로 가입토록 했다. 또 기존노조의 교섭요구엔 응하지 않으면서, 신규노조를 지원해 과반수 노조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신규 노조에게 교섭대표 지위를 부여하는 공고를 내는 곳도 있다. 이 경우 기존 노조가 투쟁을 통해 개별 교섭을 쟁취했으나, 고용노동부가 나서서 개별교섭이 불가하다는 행정지도 처분을 받았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고용노동부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자의 지배개입에 의해 설립되는 사용자 노조를 철저히 단속하고 처벌해야 한다"며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를 폐지하고 자율교섭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한국노총에서 제기한 진정 사건을 조사한 후 법에 따라 처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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