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춤추는 금융시장, 대책은 없나 (김진동)

지역내일 2011-10-06

한국 금융시장이 대외 충격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4일간의 연휴를 마치고 문을 연 첫날 증시와 외환시장에서 롤러코스터 장세가 재연됐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대한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극심한 불안감에 휩싸인 금융시장이 춤을 췄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111포인트까지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도 한때 30원이나 급등해 1200원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증시에서는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을 정지시키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사이드카 발동은 올들어 네번째다.

4일에 이어 5일에도 주가 추락은 멈추지 않았다. 무디스가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3단계 강등하자 그 충격이 더해져 주가가 36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환율은 외환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으로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국가부도 위험수준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도 226bp로 치솟았다. 연휴 전보다 7bp 높은 것으로 2009년 5월 이후 최고치다. CDS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것은 국외에서 채권발행 때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하는 등 추가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뜻이고 우리 경제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의 신인도가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스 디폴트 현실화 가능성 등 유럽 재정위기 확산일로

금융시장이 출렁이게 된 원인은 우선 대외 불안요인 때문이다. 그리스가 올해 재정적자 감축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디폴트의 현실화 가능성이 커진 데다,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지수 부진,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같은 대형 투자은행의 부도위험 증가 등 내외 악재가 동시다발로 쏟아져나오면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근본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대외 충격에 유난히 취약한 체질도 큰 몫을 했다. 우리 경제가 대외의존도가 높은 수출주도형 체질인 데다가 외국인이 국내 금융시장을 쥐락펴락 할만큼 절대적인 영향력을 쥐고 있다. 증시의 외국인 투자비율이 3분의 1이 넘는다. 지나친 시장개방으로 외국인 투자도 쉽지만 먹튀도 쉬운 구조가 되었다. 그만큼 대외 악재가 한꺼풀씩 벗겨질 때마다 주가와 환율의 변동이 심하고 변동속도도 빠를 수밖에 없다.

높은 변동성은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침체가 한층 깊어진 8월 이후 반복되고 있다. 최근 한달 동안 주가지수가 2% 이상 등락한 것이 10번, 환율이 10원 이상 등락한 것이 8번이나 된다. 거의 2~3일에 한번씩 널뛰기를 했다는 얘기다. 환율변동성과 원화절하율은 비교 대상 22개국 중 6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던질만한 대내외 악재가 쉽사리 해소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장기화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점점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강도 높은 긴축조치에도 불구하고 올해 재정적자 감축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실토했다. 이 때문에 독일 의회가 어렵사리 구제금융 확대안을 통과시켰지만,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 등의 추가지원이 성사될지 불투명해졌다. 그리스 디폴트는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미 '질서 있는 디폴트'가 거론되고 있다. 그리되면 재정위기는 전 유로존으로 도미노처럼 확산되기 마련이어서 유로존 붕괴 등 극단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경기도 더블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등 침체기에 접어든 듯하다. 유럽재정위기가 미국으로 전이되면서 대형 투자은행의 부도위험설이 퍼지고 있다. 또 다른 은행들도 줄줄이 신용등급 하락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중국경제도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어 구원투수로 나서기 어려운 형편이다. 국제공조에 대한 기대와 논의는 무성하지만 실제 시행이 쉽지 않은 이유다.

위기의 장기화 불가피 …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위기의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다면 장기전에 대비하고 충격을 최소화하고 위기의 전이를 막을 방화벽을 쌓을 때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정부의 안이한 낙관론은 무책임하다. 외환보유고가 3000억달러를 넘는다고는 하나 정기전에 대비하기에는 결코 넉넉한 수준이 못된다.

외국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환율급등을 방치할 수도 없기 때문에 시장개입에 따른 부담도 적지 않다. 외자 이탈은 곧 외환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율이 급등한 지난 4일 하루에만 15억~20억달러 규모의 개입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화 스와프 검토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시장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김진동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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