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서관과 함께하는 이경기 기자의 생활판례 - (34) 위약금] 건설현장에서 문화재 발견될 가능성, 분양계약시 미고지했다면 계약해제 책임은
지역내일
2011-10-07
(수정 2011-10-07 오후 2:21:21)
계약 과정에서 나중에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상대방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 계약이 순조롭게 이행되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애사유가 발생해 계약을 실행할 수 없다면 그 책임은 위험을 알리지 않은 계약자에게 있다. 건설현장에서는 문화재가 발굴되면 공사가 중단된다.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유적이 나와 분양권자들의 입주가 불가능하게 됐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A도시공사는 2007년 10월 지역의 개발사업에 대한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 해당 지역은 2002년부터 문화재 지표조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사업승인을 받을 당시에는 문화재 시굴조사가 진행 중이었다. 사업승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발굴조사 필요성이 제기됐고 A도시공사는 추가 소요비용을 반영해 주택사업계획변경승인을 받았다.
A도시공사는 곧바로 분양공고를 냈고 B씨 등은 분양계약을 했다. 계약서에는 A도시공사의 잘못으로 인해 입주예정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입주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공급대금 총액의 10%를 위약금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B씨가 분양계약을 한 아파트 부지는 문화재 발굴조사 과정에서 원형이 보존돼야 할 유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A도시공사가 아파트 공사를 시작하면서 고려시대 저택으로 추정되는 유구가 발견됐다. 중앙문화재위원회는 유적지를 보존하기로 최종결정했고 B씨의 입주예정 아파트는 이전 건축이 불가피하게 됐다.
A도시공사는 이전 건축을 희망하지 않는 B씨에게 분양계약을 해제하고 분양대금을 반환했다.
B씨는 분양계약에서 정한 위약금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B씨는 "주요 문화재가 발견돼 현지 보존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으면서도 분양공고를 내고 분양계약을 체결했다"며 "건축의무 불이행은 A도시공사의 귀책사유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도시공사가 분양계약 체결 당시 유적이 추가로 발견돼 현지 보존결정이 내려지고 아파트 건립이 불가능하게 되리라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 사건 공사를 진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A도시공사의 책임으로 돌릴만한 증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분양공고를 하기 전인 A도시공사의 사장이 유적 발굴조사 지도위원회의에 참석해 발굴조사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는 유적이 발견돼 정밀조사가 필요했던 사정을 알 수 있었다"며 "그 결과에 따라서 문화재 현지 보존결정의 가능성이 있음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발굴조사가 완료되기도 전에 분양 공고를 하고 분양계약서상에 문화재 발굴로 인한 사업계약 자체의 폐지 내지 부지의 변경 건축 등에 대해 구체적 명시적으로 언급함이 없이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행불능의 귀책사유는 A도시공사에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도시공사가 B씨에게 4000여만원의 위약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재판부도 "아파트 건축사업계획의 구체적인 변경 가능성에 관해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사건 판결 전문은 법원도서관 홈페이지 판례·판결정보 코너 2011.10.1일자 판례공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건번호 - 대법원 2011다 43778 자료제공=법원도서관]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A도시공사는 2007년 10월 지역의 개발사업에 대한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 해당 지역은 2002년부터 문화재 지표조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사업승인을 받을 당시에는 문화재 시굴조사가 진행 중이었다. 사업승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발굴조사 필요성이 제기됐고 A도시공사는 추가 소요비용을 반영해 주택사업계획변경승인을 받았다.
A도시공사는 곧바로 분양공고를 냈고 B씨 등은 분양계약을 했다. 계약서에는 A도시공사의 잘못으로 인해 입주예정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입주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공급대금 총액의 10%를 위약금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B씨가 분양계약을 한 아파트 부지는 문화재 발굴조사 과정에서 원형이 보존돼야 할 유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A도시공사가 아파트 공사를 시작하면서 고려시대 저택으로 추정되는 유구가 발견됐다. 중앙문화재위원회는 유적지를 보존하기로 최종결정했고 B씨의 입주예정 아파트는 이전 건축이 불가피하게 됐다.
A도시공사는 이전 건축을 희망하지 않는 B씨에게 분양계약을 해제하고 분양대금을 반환했다.
B씨는 분양계약에서 정한 위약금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B씨는 "주요 문화재가 발견돼 현지 보존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으면서도 분양공고를 내고 분양계약을 체결했다"며 "건축의무 불이행은 A도시공사의 귀책사유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도시공사가 분양계약 체결 당시 유적이 추가로 발견돼 현지 보존결정이 내려지고 아파트 건립이 불가능하게 되리라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 사건 공사를 진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A도시공사의 책임으로 돌릴만한 증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분양공고를 하기 전인 A도시공사의 사장이 유적 발굴조사 지도위원회의에 참석해 발굴조사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는 유적이 발견돼 정밀조사가 필요했던 사정을 알 수 있었다"며 "그 결과에 따라서 문화재 현지 보존결정의 가능성이 있음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발굴조사가 완료되기도 전에 분양 공고를 하고 분양계약서상에 문화재 발굴로 인한 사업계약 자체의 폐지 내지 부지의 변경 건축 등에 대해 구체적 명시적으로 언급함이 없이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행불능의 귀책사유는 A도시공사에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도시공사가 B씨에게 4000여만원의 위약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재판부도 "아파트 건축사업계획의 구체적인 변경 가능성에 관해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사건 판결 전문은 법원도서관 홈페이지 판례·판결정보 코너 2011.10.1일자 판례공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건번호 - 대법원 2011다 43778 자료제공=법원도서관]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