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겁지겁 공천, 유권자 알권리 제한

지역내일 2011-08-29
"후보 평가할 시간·정보 부족, 어떻게 후보에 관심 갖나"
공천규칙·후보 신속히 확정하고, 선거운동기간 확대해야
내일신문·한국선거학회 공동기획
후 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대한민국 국회·한나라당
·민주당·자유선진당·미래희망연대·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진보신당·국민중심연합·국민참여당

#장면1. 2008년 4월 서울 강북의 한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를 일주일 남짓 앞두고 주민들이 시장 입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지역에는 민주당 출신 현역 의원과, 한나라당 출신 정치신인이 맞대결을 펼치고 있어 언론의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대다수 주민들은 이런 현상에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한 주민이 "이번에는 A씨를 찍어줘야 한다"고 말하자 한 상인이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동네 국회의원 후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지 제대로 알아야 찍어줄 것 아니냐. 선거를 코앞에 두고서야 정당에서 사람(후보)를 내려 보내고, 막바지에 시장에 몰려와 시끄럽게 구니까 상인들이 정치인을 싫어한다."

또 다른 한 상인도 "정치신인 A후보의 전력에 대해서는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현역의원 B에 대해서는 '중앙정치만 한다'는 비방이 나오고 있다"며 "유권자들이 후보 정책을 제대로 살펴보고, 자질을 판단할 시간이나 정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장면2. 2008년 3월 한나라당의 정치신인 C씨. 총선 출마를 준비하면서 그는 모든 노력을 대형 현수막을 만드는데 쏟았다. 당초 C씨는 20대부터 정당생활을 해왔고, 지역구 출마를 수년간 준비하면서 정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배지'가 없는 상황에서, C씨가 이를 알릴 기회는 거의 없었다. 더구나 당의 공천심사마저 혼선을 빚고 있어, 만약 막바지에 공천을 받는다고 해도 선거운동기간이 짧아 정책을 알릴 시간이 부족했다. 이로 인해 C씨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무조건 눈에 잘 띄는 대형 현수막에 집착(?)했다.

결과적으로 총선에서 패한 C씨는 이후 지역의 정당 활동이나 정책 연구를 포기했다. 대신 '스타 정치인'이 되기 위해 케이블 방송 출연을 모색하고 있다. 동시에 당내 주요 인사들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등 '윗선에 눈도장 찍기' 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선거법상 현역 의원에 비해 정치신인이 자신을 알릴 '채널'과 기간이 제한돼 있다"며 "이렇다보니 신인들이 정치 활동 이외의 이벤트 및 홍보 활동에 주력하거나, 정당의 '거물'들에게 줄을 서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부족 핑계, 유권자 무관심 부추겨" = 18대 총선은 '허겁지겁 공천'과 짧은 선거운동기간의 폐해를 그대로 보여준 선거였다. 당시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은 계파문제와 당내 혼선으로 극심한 갈등을 겪었고, '공천룰'조차 급하게 마련해 혼선을 겪었다. 공천 불복과 탈당 사건도 잇따랐다.

무엇보다 각 정당의 공천 마무리 작업이 매우 늦었다. 한나라당의 경우 3월 20일, 민주당은 3월 22일에야 공천 작업을 마무리했다. 후보 등록일까지 남은 시간은 각각 5일, 3일에 불과했다. 이는 16대 총선에서 선거일 약 두 달 전, 17대 총선에서 약 50일 전 공천이 완료된 것에 비해 극히 촉박한 시점이다.

더구나 후보자 등록일을 기준으로 법정 선거운동기간은 사실상 13일에 불과해, 공천을 받은 후보들과 유권자들 모두 시간에 쫓겼다. 2008년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총선을 일주일 앞두고도 제대로 공천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을 지적하면서 "유권자들이 각 후보의 공약과 정책을 비교할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며 "정책 공약 중심 선거가 사라지면서 '묻지마 투표'를 강요받게 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후보들로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정치신인들은 막바지 '튀는 방법'에 의존하거나 '거짓말' 유혹에 빠지기 쉬웠다.

결과적으로 18대 총선 투표율은 46.1%로 17대(60.6%)와 16대(57.2%)에 비해 매우 낮다. 또 선거 이후 '눈에 띌만한 허위학력'을 기재한 혐의로 신인당선자에 대한 고소·고발이 난무했다. 선거를 치른지 한달도 안된 4월 21일, 대검 공안부가 집계한 18대 총선관련 선거법 위반 혐의 입건 당선자는 63명에 달했다. 당선자 중 거짓말 사범이 37명으로 가장 많았다.

"공천 제도 개혁하고 선거법 보완해야" = 이에 전문가들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공천제도 개혁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선거법도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당 개혁특위 등을 중심으로 공천개혁안을 논의중이지만, 지도부 내부 이견과 당내 계파간의 신경전에 부딪치고 있다.

이에 대해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서복경 연구교수는 "최근 유권자들은 선거가 있다고 무조건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정보가 많고 누구를 찍을지 '선호도'가 형성돼야 투표장으로 향한다"며 "각 정당은 조속히 공천제도를 확정해 예측가능성을 높여 공천을 완료, 우리동네 지역구 후보가 누구인지 유권자들에게 알려야 하며 선거운동기간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권자 자유 네트워크(준)의 황영민 간사도 "선거운동기간이 짧을수록 정치신인에게 불리하고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하다"며 "선거운동기간,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처벌조항 등을 재검토해야하며 유권자가 상시적으로 정치의사를 표현할 방법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권자 자유 네트워크는 '유권자 3개 권리 보장'을 주장하며 선거법 개정 서명운동을 진행중이며, 이르면 오는 9월 국회에 입법청원을 제출할 예정이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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