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섭 언론인,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지난주 허리케인 '아이린'이 미국 동부지역을 할퀴고 지나갔다. 미리 비상사태가 발령되었건만 폭우와 강풍으로 인한 피해는 작지 않았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부터 버지니아, 메릴랜드에 이르기까지 저지대가 침수되었으며 전력공급 중단으로 무려 400만 인구가 불편을 겪었다. 줄잡아 100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초래됐고, 사망자도 40여명에 이르렀다.
그나마 사전에 경고방송을 통해 긴급 대피령을 내림으로써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당국의 지시에 따라 해당지역 원전들의 가동이 일시 정지되었고 항공기 이착륙과 고속버스 운행이 중단되었다. 뉴욕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지하철 운행이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미국은 이처럼 산불, 폭설 등 자연재해에 대한 경보 및 대응체계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토네이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서는 방송들이 수시로 토네이도 안전지침을 내보내고 주민들도 거기에 맞춰 대비책을 마련한다.
이러한 미국의 대처방식을 바라보면서 새삼 제기되는 의문은 어째서 우리는 자연재해 대처방식이 서투른가 하는 점이다. 최소한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잘한 실수로 인해 피해를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때마다 인재(人災)라는 지적을 면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번 여름철에만 해도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전국 각지에서 70여명의 소중한 이웃을 잃었다. 그 가운데서도 서울 우면산과 춘천의 산사태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특히 우면산의 경우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에게 대책 마련을 위한 재난경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퇴직자에게 전달된 재난경보 메시지
산림청과 지자체 사이에 문자 메시지로 긴급상황이 통보됐는가 하면 그조차도 담당자 연락망이 정리되지 못한 탓에 퇴직자에게 문자가 전달됐다는 사실은 우리 재난대응 행정의 허술한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서울시내의 간선도로가 침수되어 통행이 꽉 막힌 상황에서도 체계적인 고지가 없었다. 따라서 차 안에 들어앉은 채로 시시각각 차 오르는 물길을 주시하며 겁에 질린 운전자도 적지 않았다. 수많은 승용차가 침수됨으로써 초래된 재산상의 피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일본의 재난경보 체계는 미국보다 더욱 철저한 편이다. 지난 3월 도호쿠 지역에서 대지진이 발생하자 재난방송을 주관하는 NHK방송이 즉각 긴급상황이 발생했음을 자막으로 내보낸 데 이어 곧바로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특보를 내보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유례없는 쓰나미를 맞아 피해를 그 정도로 막을 수 있었던 것도 재난경보 체계가 작동한 결과였다.
우리의 경우는 비교할수록 초라하다. 국토의 일부 지역에서 심각한 재난이 예상되는 처지에서도 오락 프로그램이나 해외스포츠 중계가 이어진다. 화면에 스쳐 지나가는 몇줄의 자막으로 재난고지가 이뤄지기도 한다. 그래서는 자연재해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이 흐려지기 십상이다. 재난경보 시스템은 물론 국민들의 의식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평소 재난대비 훈련을 겸하는 민방공훈련이 형식적으로 진행되기 일쑤인 것도 그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도 민방공훈련이 실시되는 바로 그 시간에 국회에서는 상임위와 청문회, 의원 포럼이 그대로 진행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본의 대지진 사태가 후쿠시마 원전의 위기로 이어지던 지난 5월 초 전국적으로 실시된 지진대피 훈련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이래서는 실제로 재난이 닥쳤을 때 효율적인 대피가 이뤄지기 어렵다.
예산도 필요하겠지만 의지가 더 중요
위급한 재난이 발생할 경우 관련정보를 스마트폰, DMB,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신속하게 전파하는 방안도 폭넓게 강구돼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이미 이러한 방송통신 대응체계가 시도되는 중이다. 우리는 현재 일반 휴대폰 가입자에 대해서만 재난정보가 전달되고 있다.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는 언제라도 닥쳐올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예산타령이 먼저다. 물론 예산도 필요하지만 재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 긴급한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려는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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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허리케인 '아이린'이 미국 동부지역을 할퀴고 지나갔다. 미리 비상사태가 발령되었건만 폭우와 강풍으로 인한 피해는 작지 않았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부터 버지니아, 메릴랜드에 이르기까지 저지대가 침수되었으며 전력공급 중단으로 무려 400만 인구가 불편을 겪었다. 줄잡아 100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초래됐고, 사망자도 40여명에 이르렀다.
그나마 사전에 경고방송을 통해 긴급 대피령을 내림으로써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당국의 지시에 따라 해당지역 원전들의 가동이 일시 정지되었고 항공기 이착륙과 고속버스 운행이 중단되었다. 뉴욕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지하철 운행이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미국은 이처럼 산불, 폭설 등 자연재해에 대한 경보 및 대응체계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토네이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서는 방송들이 수시로 토네이도 안전지침을 내보내고 주민들도 거기에 맞춰 대비책을 마련한다.
이러한 미국의 대처방식을 바라보면서 새삼 제기되는 의문은 어째서 우리는 자연재해 대처방식이 서투른가 하는 점이다. 최소한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잘한 실수로 인해 피해를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때마다 인재(人災)라는 지적을 면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번 여름철에만 해도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전국 각지에서 70여명의 소중한 이웃을 잃었다. 그 가운데서도 서울 우면산과 춘천의 산사태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특히 우면산의 경우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에게 대책 마련을 위한 재난경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퇴직자에게 전달된 재난경보 메시지
산림청과 지자체 사이에 문자 메시지로 긴급상황이 통보됐는가 하면 그조차도 담당자 연락망이 정리되지 못한 탓에 퇴직자에게 문자가 전달됐다는 사실은 우리 재난대응 행정의 허술한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서울시내의 간선도로가 침수되어 통행이 꽉 막힌 상황에서도 체계적인 고지가 없었다. 따라서 차 안에 들어앉은 채로 시시각각 차 오르는 물길을 주시하며 겁에 질린 운전자도 적지 않았다. 수많은 승용차가 침수됨으로써 초래된 재산상의 피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일본의 재난경보 체계는 미국보다 더욱 철저한 편이다. 지난 3월 도호쿠 지역에서 대지진이 발생하자 재난방송을 주관하는 NHK방송이 즉각 긴급상황이 발생했음을 자막으로 내보낸 데 이어 곧바로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특보를 내보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유례없는 쓰나미를 맞아 피해를 그 정도로 막을 수 있었던 것도 재난경보 체계가 작동한 결과였다.
우리의 경우는 비교할수록 초라하다. 국토의 일부 지역에서 심각한 재난이 예상되는 처지에서도 오락 프로그램이나 해외스포츠 중계가 이어진다. 화면에 스쳐 지나가는 몇줄의 자막으로 재난고지가 이뤄지기도 한다. 그래서는 자연재해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이 흐려지기 십상이다. 재난경보 시스템은 물론 국민들의 의식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평소 재난대비 훈련을 겸하는 민방공훈련이 형식적으로 진행되기 일쑤인 것도 그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도 민방공훈련이 실시되는 바로 그 시간에 국회에서는 상임위와 청문회, 의원 포럼이 그대로 진행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본의 대지진 사태가 후쿠시마 원전의 위기로 이어지던 지난 5월 초 전국적으로 실시된 지진대피 훈련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이래서는 실제로 재난이 닥쳤을 때 효율적인 대피가 이뤄지기 어렵다.
예산도 필요하겠지만 의지가 더 중요
위급한 재난이 발생할 경우 관련정보를 스마트폰, DMB,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신속하게 전파하는 방안도 폭넓게 강구돼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이미 이러한 방송통신 대응체계가 시도되는 중이다. 우리는 현재 일반 휴대폰 가입자에 대해서만 재난정보가 전달되고 있다.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는 언제라도 닥쳐올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예산타령이 먼저다. 물론 예산도 필요하지만 재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 긴급한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려는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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