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욱 칼럼] 새판으로 전력투구하라는 뜻

지역내일 2011-09-01

8월 하순에 숨 가쁘게 터진 일련의 사건들은 정치권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나는 이를, "여야 모두 '새로' 판을 짜, '새로' 국민선택을 받아내라"는 것으로 해석한다. 물론 10·26 서울시장선거와 내년 4월 총선, 12월 대통령선거 모두 그렇게 "새판으로 전력투구하라"는 메시지일 터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오기'로 발의하고, 판을 잘못 읽어 시장 직을 건 것이다. '아이들 밥 문제'를 이념으로 포장해 시민을 이쪽저쪽 편 가를 사안이 아니었다. 그뿐인가. 개인의 정치적 야망을 교묘히 숨긴 도박을 벌여 예정된 정치일정을 깡그리 뒤흔든 결과도 초래했다.

곽노현 서울교육감의 돈 문제도 언젠가는 나올 사안이었다. 주민투표 직후 불거져 표적사정 시비가 일었으나 본인이 돈 전달을 시인해 쟁점이 선명해졌다. 보수 진보의 신경전에 피의사실 공표, 후보단일화 부작용을 둘러싼 설전이 날카롭지만 사람들에겐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는 단초가 됐다.

언뜻 서울시장, 교육감의 개인문제일 수 있는 이런 사건들이 느닷없이 한국정치의 핵으로 떠오른 건 그만큼 정치가 표류했던 탓이다. 큰 어른들이 "아이들 밥을 주느냐 마느냐"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동안 나라는 한없이 추락했다. 주가폭락으로 자살자가 속출했다. 전세대란 실업대란 부채대란은 여전히 서민을 짓누르지만 정치하는 사람들은 거기에 콧방귀도 안 뀌었다.

국민 궁핍한 삶과 동떨어진 꼴불견

주민투표 전후 나라 모습을 보라. 누가 여당을 이끄는지, 야당의 구심점은 누군지, 그 사람들이 민생에 관심이나 있는지 그저 해묵은 이념싸움, 권력싸움, 밥그릇싸움에만 골몰하는 모습을 보였다. 투표가 무효화한 후에도 여야의 집안싸움은 국민의 궁핍한 삶과 동떨어진 꼴불견을 연출했다.

거기에 막판엔 이명박 대통령도 가세했다. 사건이 즐비한 8월 하순의 마지막 날, '시종여일한' 고집불통 개각 인사를 내놓은 것이다. 이제는 식상할 법도 한데 이 대통령은 여전히 '내 사람만 쓰기' '회전문' '고소영' 인사 틀을 버리지 않는다. 그러면서 '공정사회'나 '소통' '공생' 같은 행동과 다른 말만 나열하니 국민은 거기서부터 정치혐오를 실감하는 것이다.

정치란 참 묘한 것이다. 급과 격이 전혀 다른 사안들이 무질서하게 불쑥불쑥 터지는 듯싶지만 그것이 함께 맞물려 돌아가면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봇물이 된다. 그게 대세고, 바로 지금 상황이 그렇다. 오세훈, 곽노현, 여야의 수뇌라는 사람들과 이명박 대통령이 각각 다른 일을 벌였지만 그것이 지금 함께 맞물려 봇물이 되어 국민의 성정을 흔들고 있다.

도대체 이런 판으로 되겠냐는 것이다. 이래서 우리에게 미래가 있겠냐는 것이다. 국민은 지금의 길고 굽은 하루하루가 내일은 번듯이 펴질 것이란 희망 하나로 버티고 있다. 그런데 정치는 그걸 비웃거나 오히려 훼방 놓고 있지는 않은가.

국민의 아프고 쓰린 데를 어루만지며 쓰다듬어야할 정치가 그러기는커녕 국민에게 애물단지로 전락해 있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새판의 필요성이 당위로 다가온다. 정치판부터 그야말로 확 바뀌지 않고 지금 같은 모양에 머물러서는 희망도, 내일도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애초 내년 4월 총선부터 12월 대선까지 보여주려던 민심의 힘을, 6개월 이상 앞당겨 이번 10월에 보여주게 된 것이 오히려 잘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연유다.

새판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정파에게 이것은 초강도 쓰나미와 같다. 한번 쓸려나가면 자칫 돌아올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 인물에서건 정책에서건 국민이 손을 들어줄만한 판을 새로 짜고, 그 안에서 똘똘 뭉쳐 곤궁을 헤쳐 나가야 한다. 그래도 세 번 심판을 모두 통과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쥔 손을 펴 자기 것 버릴 생각은 없는가

당연히, '지도자'라는 사람들에게도 이것은 국민의 엄혹한 경고다. 현실에 초연한 듯 비켜서 단답형 선문답만 내놓는 정치방식이나 쥔 손을 펴 제 것을 버릴 생각은 않은 채 통합만 외치는 리더십으로는 새판의 주역을 맡기 힘든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하긴, 8월 하순 정치사건의 대미는 국회의 성희롱 의원 제명 부결이 장식했다. 봇물은 분명히 터졌고 국민은 벌써 새판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정치권만 그걸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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