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적발된 부실채권매매 비리는 퇴출 금융기관들의 무책임한 행태와 감시감독 시스템의 부재로 공적자금을 투입케한 대표적 사례라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적발 사례= 이날 검찰에 적발된 ㄱ산업 대표이사 김씨는 IMF직전 자신과 동업자가 발행한 534억원의 부실채권을 4개 금융기관으로부터 헐값에 사들이기로 하고 이들 기관에 브로커를 내세워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 부실채권을 인수하면 부천시에서 벌이고 있는 대규모 아파트재개발 사업권을 독차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우선 지난해 6월 브로커 서씨를 내세워 ㄷ파이낸스 관리부장 김씨에게 “ㄷ파이낸스가 보유한 ㅅ사 부도어음 101억원 어치를 싸게 사도록 해달라”며 1억원을 건넨 혐의다. 김씨는 이를 통해 자신이 세운 유령회사 B사가 액면가 101억원의 어음을 불과 18억원에 사들이도록 했다. ㄷ파이낸스는 2조5200여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ㄷ은행이 100%출자하고 418억원을 대출해준 자회사이다.
김씨는 또 브로커 김씨를 내세워 ㅅ종합금융이 보유한 91억원의 부실채권을 20억원에 사들였으나 돈을 전달한 브로커가 잡히지 않아 ㅅ종합금융 관계자의 연루 혐의는 확인되지 않았다. ㅅ종합금융에는 무려 2조3760여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이밖에 ㄷ팩토링의 청산인 성씨는 지난해 4월 ㄱ사 부회장인 연씨로부터 헐값에 채권을 넘겨달라는 부탁을 받고 8억원을 챙겼으며 ㅅ투자신탁운용 감사 김씨는 브로커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문제점= 이날 구속기소된 임직원들은 뇌물만 챙긴 채 채권 매입 희망자의 채권 연고권이나 매입 이유를 전혀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이들 임직원들이 ㄱ건설산업과 이들이 내세운 유령회사 B사에 대해 일정 수준의 조사만 벌였다면 금융기관들은 부실채권을 액면가로 팔수 있어 수백억원의 손해를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ㅍ상호신용금고의 경우, 정밀한 내사를 통해 ㄱ건설산업의 의도를 눈치 채고 조치를 취한 결과 액면가 17억원 전부를 받고 채권을 넘길 수 있었다.
서울지검 차동민 특수3부장은 “일부 기관에는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이들의 무책임은 결국 국민의 세금을 축낸 셈”이라고 밝혔다.
퇴출 금융기관의 업무처리에 대한 감독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도 심각한 문제라는게 검찰의 판단이다. 청산 또는 파산 절차를 밟는 금융기관 임직원들이 거액을 챙기고 헐값에 수백억원의 부실채권을 팔아치웠음에도 1년이 넘도록 전혀 적발되지 않은 것.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일단 퇴출된 업체들은 주인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물론 외부감독 기능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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