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환 칼럼] 부메랑

지역내일 2011-10-12 (수정 2011-10-12 오후 1:43:56)
전대환 구미 YMCA 이사장, 한을교회 목사

"난 아플 때 의사를 찾아갑니다. 왜냐하면 의사들도 살아야 하니까요. 의사는 내게 처방전을 써 줍니다. 그러면 나는 그것을 가지고 약사에게 찾아갑니다. 약사에게 기꺼이 돈을 지불합니다. 왜냐하면 약사도 살아야 하니까요. 약을 타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것을 하수구에 던져버립니다. 왜냐하면 나도 살아야 하니까요."

오쇼 라즈니쉬의 '배꼽'이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양반도 어지간히 약을 싫어하나 보다. 사는 방식이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니, 이해하자. 사람이 '살 길'을 찾아서 움직인다는 데 누가 뭐라 하겠는가.

그러나 살 길인 줄 알고 움직였는데, 그게 나중에 보니 살 길이 아닌 경우는 좀 난감해진다. 만 4년 전인 2007년 9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거처할 사저 건립을 추진할 당시 야당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다. "노 대통령은 퇴임 후 성주로 살겠다는 것이냐.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한 노 대통령이 퇴임 후 살 집 치고는 규모가 좀 지나치지 않나 싶다."

야당 대변인이었으니 그게 '살길'이었을 것이다. 직책상 여당에서 하는 일에 대해서 가급적이면 호되게 공격하고, 여당과 대통령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듣기에 통쾌한 논평을 내는 것이 대변인의 직책이니까. 시골에 그 정도의 사저와 경호시설을 짓는 것이 '아방궁' 운운하며 공격을 할만한 정도는 아니라는 것쯤은 당시 야당 사람들도 알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너나 없이 신랄하게 공격했다.

'막말 논평' 하고는 입도 못 열어

다음 대통령은 퇴임하지 않고 영원히 청와대에 살 것으로 생각했는지, 아니면 자신들이 집권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그건 모르겠다. 어쨌든 세월은 벌써 이렇게 흘러 여야도 뒤바뀌었고, 새로 임기를 시작한 대통령도 물러날 날이 가까이 왔다.

퇴임을 준비하기 위해서 사저 부지를 매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걸 극비리에 추진하다가 전모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데, 그 과정이 공개되고 보니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규모로 보나 비용으로 보나 '메가톤급'일 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 본인이 아닌 아들 이름으로 구입한 것에 대해서는 부동산실명제 위반 의혹이, 대통령의 아들이 내야 할 사저 터 매입비용의 일부를 대통령실이 부담한 것에 대해서는 배임 의혹이, 그리고 아들 명의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이 대통령의 논현동 사저를 담보로 제공한 것에 대해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위반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정말 곤란한 사정은, 불과 몇 년 전에 "최소한의 도덕도 없는 노무현 대통령"이란 제목으로 막말에 가까운 논평을 냈던 그이가 지금 여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와 있다는 것이다. '그때 그런 말을 했으니 이번 일을 두고도 한 마디 좀 해보라'는 주문이 빗발치지만 그는 아직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얼마나 곤혹스러울까 생각하면 옆에서 보기에도 딱하다. '살길'을 찾기 위해서 몇년 전에 했던 말인데, 그게 하필 이 시점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다니. 더구나 그 말이 지워지지도 않고 각종 인터넷 사이트로 퍼날라지고 있으니 피할 길도 없다.

엎친 데 덮치는 식으로 주변의 핵심 인사들이 음주 방송사건, 옥 매트 사건 등 연일 사고를 치고 있으니 답답할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상대 후보의 아파트 평수 문제와 병역 문제를 들고 나와 보지만, 그것도 그렇게 잘 먹혀들어가는 것 같지 않다.

함부로 다른 이 허물 말하지 말라

우리가 잘 아는 대로 '부메랑'이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이 사용하는 나무막대기 무기인데, 그걸 던지면 목표물을 향하여 잘 날아가지만, 목표물에 맞지 않으면 되돌아와서 던진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는 물건이다.

자경문(自警文)에 이런 말이 나온다. "함부로 다른 사람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언젠가는 반드시 나에게로 되돌아와 나를 손상시킬 것이다." 성경 잠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죽고 사는 것이 혀의 힘에 달렸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의 격언은 이렇게 말한다. "고귀한 말(logos)이 비천한 행위를 가려주지도 않고, 훌륭한 행위가 비방하는 말로 인해 해를 입지도 않는다."

나경원 후보든, 박원순 후보든, 이제는 상대에 대한 실체 없는 공격은 그만 두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보여주기 바란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