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게 검찰이 징역 4년, 추징금 9억4000여만원을 구형했다.
한 전 총리는 "돈을 받은 사실이 없고, 공소사실은 저와 무관한 가공의 사실"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과 변호인측의 피고인 신문에도 일체 응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우진) 심리로 1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한 전 총리에게 9억여원을 줬다는 한 전 대표의 검찰 진술은 법정에서 부인했다 해도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한신건영 채권회수 목록, B장부, 한 전 대표의 접견 녹음, 지인에게 보낸 편지, 자금 추적 결과 등 금품 수수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 전 총리측은 "한만호 전 대표가 진술을 번복한 만큼 뚜렷한 증거가 없다"고 맞섰다. 한 전 총리는 최후진술에서 "2년여 가까이 피고인으로서의 삶은 법정에 묶여 있었다"며 "두 번에 걸친 검찰의 부당한 기소, 그리고 연이은 재판을 하면서 저는 삶의 소중한 부분을 송두리째 잃어 버렸다"며 공소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한 전 총리가 최후진술에서 말한 '두 번에 걸친 검찰의 부당한 기소' 중 한 건은 지난해 무죄 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4월 2일, 검찰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최후진술에서도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전혀없다"며 "공소사실 자체가 허구인 만큼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일주일 뒤인 4월 9일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 전 총리 정치자금 사건은 최종 판결만 빼고는 지난해 뇌물수수 사건과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시장 후보 출마가 공식화되던 시점에서 검찰이 5년을 구형했고, 1심 판결을 이틀 앞두고 또 다른 수사를 시작한 것이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뇌물사건에 자신이 없던 검찰이 서울시장 출마를 막거나 낙선시킬 의도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지기 하루 전날 정치자금법 족쇄를 채워 또 다른 수사를 시작해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이번에는 다르다. 유죄를 확신한다"고 수사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 전 총리가 유죄를 받는다면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도덕성까지 흠집이 잡힌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지난해처럼 무죄 선고가 내려질 경우 검찰은 '무리한 정치수사'로 스스로 겨냥했던 화살의 표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고공판은 10월 31일이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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