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치권 앱스토어(App Store)를 꿈꾸며

지역내일 2011-10-14
임석준 동아대 정치외교학 교수

스티브 잡스가 사망했다. 이제는 리바이스 청바지에 검은색 터틀넥 셔츠 차림으로 연설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다. 개인적으로 잡스를 알지 못했지만, 오래된 벗을 떠나보낸 울적함은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닐 것이다. 나는 잡스의 가장 큰 공로는 대기업-중소기업, 소비자-생산자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기업 생태계를 만든 것이라 생각한다.

애플의 진정한 힘은 하드웨어가 아니다. 바로 앱스토어(App Store)로 대표되는 '모바일 생태계'다. 앱스토어는 뉴스·게임·지도·교육·여행 등 각종 응용프로그램(앱)을 사고파는 온라인 장터이다. 개발자들은 애플이 만들어놓은 장터에 손쉽게 프로그램을 만들어 올릴 수 있고, 소비자는 장터에서 자신이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독과점 구조를 소비자와 개발자 중심으로

2011년 7월 현재 앱스토어에는 50만개의 앱이 올라와 있고, 약 2억명이 150억개 이상의 앱을 다운로드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개발자들은 앱 하나 당 평균 8700달러의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앱스토어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애플리케이션은 대형업체가 개발하고 이동통신사가 판매하는 구조였다. 이러한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 구조에서 자본이 부족한 벤처기업이나 개인 프로그래머들은 아무리 좋은 앱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시장에 내놓을 방법이 없었다.

잡스는 이러한 독과점적 사업 구조를 소비자와 개발자 중심의 구조로 바꾸었다. 그는 앱스토어를 통해 개발자, 애플, 소비자가 모두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든 것이다. 이명박정권에서 구호로만 외치는 동반성장 모델을 잡스는 2008년에 벌써 현실화시켰다.

잡스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대기업-중소기업, 생산자-소비자가 모두 생존 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만들었듯이, 우리도 정치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까? 사회의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지만, 정치권도 하나의 생태계이다.

비록 유권자라는 시장을 놓고 서로 치열하게 싸우고 경쟁하지만, 동시에 공생하고 다음 세대를 키우고, 무엇보다 정치 환경 자체를 망가뜨리지 않도록 가꾸어 나가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우리의 정치인들은 정치 생태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너무 희박하다.

앱스토어가 벤처기업과 개인이 개발하는 앱에 의존하듯이 정치 생태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권자의 욕구가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아직도 정당이 정책을 독점하고 있다. 아니, 한발 더 나아가 정당들은 아직도 한물간 정책(앱)을 소비자에게 강요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 구도를 깨지 못하고 있으며, 선거철만 되면 '좌빨 종북' 혹은 '보수 꼴통' 이라는 이념으로 무장한다. 잡스가 IT기기·소프트웨어·콘텐츠를 융합한 비즈니스를 만들었다면, 우리 정치권은 통합은커녕 지역과 색깔을 자극하여 국민을 분열시킨다.

새로운 정치인에 열광하는 이유

우리나라 스마트폰 가입자가 연말에 20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뉴스가 있었다.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2009년 말에 열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마트폰 시장은 가히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할 만하다. 역시 한국은 IT 강국이다. 이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새로운 소통의 장에 익숙한 유권자는 정당과 조직이 주도하는 하드웨어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누군가 정치권 앱스토어를 만들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 소비자를 대기업의 횡포로부터 해방시켰듯이, 한국의 유권자도 하루 빨리 정치 생태계가 만들어져 독과점 정당의 횡포로부터 해방되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한국 유권자가 새로운 정치인에 열광하는 것도 정치 생태계를 만들어 달라는 외침이 아닌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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