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지난 주말 나도 내성천을 찾는 순례자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푸른 산 사이로 넓게 펼쳐진 금빛 모래밭을, 그 위를 흐르는 맑은 물 속을 걸었다. 그 정갈한 아름다움에 대한 찬탄과 그것이 사라지게 된다는 안타까움이 뒤섞인 한숨을 내뱉으며….
내성천은 낙동강의 제1지류다. 백두대간 허리에 있는 선달산 오전약수에서 발원해 봉화 영주 예천을 지나 문경시 영순면에서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내성천이 특별한 것은 우리나라, 아니 세계에서 드물게 모래강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강암이 수천만 년 풍화되어 부서진 고운 모래가 물을 따라 흐르며 만들어 놓은 넉넉한 모래톱이 끝없이 이어진다. 낙동강 모래의 70%를 내성천이 공급한다던가. 산자락을 휘돌아 흐르는 투명하게 맑은 물은 모래가 어떻게 물을 걸러 맑게 하는지 눈앞에서 보여준다.
물가 왕버들이 그늘을 드리운 물 속에선 우렁이들 사이로 작은 물고기들의 헤엄이 날렵하다. 모래톱에 선명한 백로와 수달, 고라니, 삵의 발자국은 어젯밤 먹이를 찾아왔던 흔적이리라.
내성천의 중류 물줄기가 유달리 구불구불 산줄기를 휘돌아 흐르는 곳이 있다. 산과 물이 어울린 풍광이 특별히 아름다워 '운포구곡'이라 불리워 온 이 곳에서 지금 영주댐 공사가 한창이다. 내성천의 한 가운데를 잘라 높이 55m의 시멘트벽을 쌓고 있는 것이다.
2014년 공사가 마무리되어 물을 채우게 되면 댐의 위쪽 내성천은 물에 잠기게 된다. 가슴을 서늘케 하는 비경은 사라져 버린다. 아름다운 자연에 깃들어 살아온 수백년 역사의 금강마을도 수몰되고 만다. 벼가 누릇누릇 익어가는 논 한 구석에 '올해가 마지막 추수'라는 팻말이 서 있다.
사라질 비경 찾는 순례자들의 발길
문제는 상류만이 아니다. 댐이 막히면 그 아래로는 더 이상 물도 모래도 제대로 흘러 내려오지 않는다. 내성천의 비경만이 아니라, 낙동강 물을 그나마 맑게 해주던 모래강의 기능도 사라지고 만다.
1990년대 말 송리원댐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다 주민들의 반대로 취소되었던 댐 공사가 영주댐으로 이름을 바꿔 재개된 것은 4대강사업이 시작된 2009년이었다.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의 수질이 나빠질 것을 대비해 맑은물 확보 차원에서 영주댐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4대강사업이 진행되면서 사실 내성천은 이미 시름시름 앓고 있다. 낙동강 본류 준설로 지천의 유속이 빨라지면서 모래들이 휩쓸려가 곱던 '모래 살결'이 벗겨지고 거친 자갈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낙동강 제1 비경이라는 회룡포조차 작년 여름과는 달리 고르고 평화롭던 모래톱이 1m나 패어 달아나 물길에 단층이 생겨나 있었다. 이른바 역행침식이다.
더욱 직접적인 위험이 가까이에서 다가오고 있다. 정부가 4대강사업에 이은 '지류·지천 정비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내성천도 4대강과 마찬가지로 준설하고 보와 제방을 쌓는 공사가 곧 설계에 들어가리라고 한다.
이제 사라지게 될 그 비경을 눈에라도, 마음에라도 담아두기 위해 내성천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바빠지고 있다. 나도 올해가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내성천을 찾았다. 그런데, 내성천은 사라질 수밖에 없는 걸까.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
의외로 쉬운 답이 있다. 영주댐 공사를 중단하면 된다. 설사 공사가 진행되어 댐이 완공된다 해도 수문을 열어 물이 흐르게 하면 된다. 물과 모래가 계속 흐르게 하는 것이다.
답이 있다. 댐공사를 중단하면 된다
뿐만 아니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독일의 원로 하천학자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가 말했듯이, 낙동강에 이미 쌓은 8개의 댐도 수문을 열어 물이 흐르게 하면 강은 스스로 자정력을 되찾아 갈 것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내성천변 땅 한평 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맑은 물과 너른 모래톱, 그리고 갈대숲 우거진 내성천 하류의 논밭을 사서 공유지로 하자는 것이다.
그곳은 평시에는 농사를 지으면 되고, 장마철에 물이 많이 불면 수문을 열어 홍수터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면 낙동강의 홍수를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내성천의 주인이 되어 애정으로 내성천을 지키는 눈이 되어 주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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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나도 내성천을 찾는 순례자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푸른 산 사이로 넓게 펼쳐진 금빛 모래밭을, 그 위를 흐르는 맑은 물 속을 걸었다. 그 정갈한 아름다움에 대한 찬탄과 그것이 사라지게 된다는 안타까움이 뒤섞인 한숨을 내뱉으며….
내성천은 낙동강의 제1지류다. 백두대간 허리에 있는 선달산 오전약수에서 발원해 봉화 영주 예천을 지나 문경시 영순면에서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내성천이 특별한 것은 우리나라, 아니 세계에서 드물게 모래강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강암이 수천만 년 풍화되어 부서진 고운 모래가 물을 따라 흐르며 만들어 놓은 넉넉한 모래톱이 끝없이 이어진다. 낙동강 모래의 70%를 내성천이 공급한다던가. 산자락을 휘돌아 흐르는 투명하게 맑은 물은 모래가 어떻게 물을 걸러 맑게 하는지 눈앞에서 보여준다.
물가 왕버들이 그늘을 드리운 물 속에선 우렁이들 사이로 작은 물고기들의 헤엄이 날렵하다. 모래톱에 선명한 백로와 수달, 고라니, 삵의 발자국은 어젯밤 먹이를 찾아왔던 흔적이리라.
내성천의 중류 물줄기가 유달리 구불구불 산줄기를 휘돌아 흐르는 곳이 있다. 산과 물이 어울린 풍광이 특별히 아름다워 '운포구곡'이라 불리워 온 이 곳에서 지금 영주댐 공사가 한창이다. 내성천의 한 가운데를 잘라 높이 55m의 시멘트벽을 쌓고 있는 것이다.
2014년 공사가 마무리되어 물을 채우게 되면 댐의 위쪽 내성천은 물에 잠기게 된다. 가슴을 서늘케 하는 비경은 사라져 버린다. 아름다운 자연에 깃들어 살아온 수백년 역사의 금강마을도 수몰되고 만다. 벼가 누릇누릇 익어가는 논 한 구석에 '올해가 마지막 추수'라는 팻말이 서 있다.
사라질 비경 찾는 순례자들의 발길
문제는 상류만이 아니다. 댐이 막히면 그 아래로는 더 이상 물도 모래도 제대로 흘러 내려오지 않는다. 내성천의 비경만이 아니라, 낙동강 물을 그나마 맑게 해주던 모래강의 기능도 사라지고 만다.
1990년대 말 송리원댐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다 주민들의 반대로 취소되었던 댐 공사가 영주댐으로 이름을 바꿔 재개된 것은 4대강사업이 시작된 2009년이었다.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의 수질이 나빠질 것을 대비해 맑은물 확보 차원에서 영주댐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4대강사업이 진행되면서 사실 내성천은 이미 시름시름 앓고 있다. 낙동강 본류 준설로 지천의 유속이 빨라지면서 모래들이 휩쓸려가 곱던 '모래 살결'이 벗겨지고 거친 자갈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낙동강 제1 비경이라는 회룡포조차 작년 여름과는 달리 고르고 평화롭던 모래톱이 1m나 패어 달아나 물길에 단층이 생겨나 있었다. 이른바 역행침식이다.
더욱 직접적인 위험이 가까이에서 다가오고 있다. 정부가 4대강사업에 이은 '지류·지천 정비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내성천도 4대강과 마찬가지로 준설하고 보와 제방을 쌓는 공사가 곧 설계에 들어가리라고 한다.
이제 사라지게 될 그 비경을 눈에라도, 마음에라도 담아두기 위해 내성천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바빠지고 있다. 나도 올해가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내성천을 찾았다. 그런데, 내성천은 사라질 수밖에 없는 걸까.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
의외로 쉬운 답이 있다. 영주댐 공사를 중단하면 된다. 설사 공사가 진행되어 댐이 완공된다 해도 수문을 열어 물이 흐르게 하면 된다. 물과 모래가 계속 흐르게 하는 것이다.
답이 있다. 댐공사를 중단하면 된다
뿐만 아니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독일의 원로 하천학자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가 말했듯이, 낙동강에 이미 쌓은 8개의 댐도 수문을 열어 물이 흐르게 하면 강은 스스로 자정력을 되찾아 갈 것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내성천변 땅 한평 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맑은 물과 너른 모래톱, 그리고 갈대숲 우거진 내성천 하류의 논밭을 사서 공유지로 하자는 것이다.
그곳은 평시에는 농사를 지으면 되고, 장마철에 물이 많이 불면 수문을 열어 홍수터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면 낙동강의 홍수를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내성천의 주인이 되어 애정으로 내성천을 지키는 눈이 되어 주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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