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칼럼] 선택진료제 개선, 또 시늉만 하나

지역내일 2011-10-18
박용덕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에는 유사한 사례조차 찾아보기 힘든 '선택진료제'라고 하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표면상에서는 환자가 좋은 의사를 선택해 진료를 받으니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지만, 실상은 환자에게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무겁게 하며, 건강보험제도를 왜곡시키고 있는 골치덩이다.

선택진료제의 발전과정을 살펴보면 건강보험 제도에서 의사나 병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고 낮은 '수가(가격)'를 유지하는 대신, 대형병원들에게 환자들에게 돈을 더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 편법적 장치였다. 이런 것이 30년이 넘도록 관행이 되어버려 환자의 부담을 낮추지도 못하고 건강보험 제도를 망가뜨리고 있다.

제도 그대로 둔 채 범위만 축소하는 변죽만 울려

이런 선택진료제를 바로잡자고 오래전부터 건강세상네트워크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줄기찬 문제제기가 있었다. 해결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토론회도 수십 차례나 열렸고,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면서 보건복지부에 권고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선택진료제를 그대로 놔둔 채 범위만 축소하려고 변죽만 울렸다.

그런 와중에 1년 동안 우리 국민들이 선택진료비로 부담한 의료비가 2005년 3000억원대에서 2009년에는 무려 1조10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커졌다. 연평균 무려 13%씩 커지고 있다. 이런 속도로 계속 커진다면 2015년에는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국민들은 선택진료제라는 터무니없는 제도에 매년 1조원 이상의 추가적 부담을 해야 한다.

복지부의 미적지근한 태도는 병원의 눈치를 살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간파한 시민단체들은 3~4년 전에는 병원의 수익을 보전해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선택진료제를 건강보험 제도 안으로 끌어들여 해결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병원들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변화가 없어도 얻을 수 있는 수입에 변화를 만들고 싶지 않는 심리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가 또 다시 개선안을 내놓았다. 이번에도 범위와 규모를 축소하는 데만 초점을 두고 있다. 이번달부터 시행된 선택진료제 개선안에는 선택진료 의사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비선택진료 의사 배치를 확대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제 종합병원들은 내과 외과 소아과 등 필수진료과에 비선택진료 의사를 필수적으로 두어야 한다.

좋다. 일단 그 정도 목표라도 달성되면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이것조차 얼마나 기대할 수 있는 것일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선택진료 의사의 자격 요건을 강화했지만 시행을 2012년 10월로 늦추어 당장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필수진료과에 일반의사를 두기로 했지만, '언제나' 일반의사가 진료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이번 개선 방안도 별로 기대할 게 없다는 비관이 우세한 이유다.

병원 수익을 보전하면서 환자 부담 줄이는 방안 찾아야

이런 변죽 울리기식의 접근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 선택진료비의 규모가 커질수록 제도적으로 개선방안을 찾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시민단체가 문제제기를 강력히 던졌던 2004년에는 3000억원 수준이었던 선택진료비의 규모가 이제 1조원이 넘었다.

이제는 정석으로 풀어야 한다. 건강보험 제도 안에서 병원의 수익을 보전하면서 환자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런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이 변화의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일부병원의 수입이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일부 병원에게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건강보험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고 환자의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병원과 의사에게도 이익이다. 이제 정부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나서야 할 때이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