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수 칼럼] 중국에 만연하는 ‘불안 증후군’

지역내일 2011-10-18
신영수 베이징저널 발행인

최근 중국 미디어에 '중국 국민 전체가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시대에 돌입했다'는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해외판)는 상하이(上海)의 한 심리연구소가 근래 중국 도시지역에 사는 1000세대의 가정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우리(중국인)의 생활에서 '기쁨'이 서서히 사라지고 '불안'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앙인민방송(CRC) 경제 프로그램인 '경제의 소리(經濟之聲)'는 얼마 전 "중국에서는 요즘 심리질환을 앓는 사람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며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중국은 국민 전체가 불안증을 안고 생활하는 시대로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이런 중국인들의 정신적 상황을 수도 베이징(北京)에 거주하는 리리(李莉·28·여)씨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리씨는 외국계 기업체에 근무하고 있다. 그녀는 매일 고운 옷을 입고 화장을 예쁘게 하고 출근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어딘가 불안한 듯하고 몹시 피곤한 것처럼 보인다.

리씨는 취재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얼마 전부터 친구들에게 불안증에 걸렸다는 말을 들어요. 비행기를 타면 사고가 날까봐 걱정되고, 외출을 하면 집의 문을 제대로 잠궜는지 걱정이 돼요. 회사에서는 상사에게 불려가기만 하면 손에 땀이 나고 긴장돼요. 고객에게 전화를 걸 때도 상대방이 좋지 않은 태도로 나오면 어쩌나 하며 걱정이 되고요."

실제로 리씨와 같은 사람들은 중국에 얼마든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공산주의청년단 기관지인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 사회조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서 한번도 불안을 느낀 적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0.8%에 불과했다. 거의 100%의 중국인이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빈곤에 대한 불안' 가장 심해

불안증 환자의 예를 소개한 인민일보의 이런 해설이 따른다.

"이와 같은 '불안'은 사람의 감정을 파괴하는 요인으로, 우리에게 항상 불안에 쫒기고 있는 듯한 생활을 하도록 만든다. 집값 급등과 직장 업무상의 불안에다 결혼상대를 만나지 못하는 불안, 결혼 후 배우자의 바람기, 노후생활 등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까지 최악의 사태를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쑤저(蘇州)룽거(榮格)심리컨설팅의 왕궈룽(王國榮) 시니어 어드바이서는 "불안은 단순히 개인의 심리적 질병이 아니라 사회적 질병이기도 하다"라고 진단한다. 왕씨는 그중에서도 '빈곤에 대한 불안'이야말로 요즘 중국 사회의 핵심을 찌르는 최대 불안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중국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와 베이징수도경제무역대학은 지난 6월 '2010년 중국 주민생활 품위지수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사람의 20%가 자신은 주위 사람보다 가난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쟝쑤(江蘇)위성TV가 지난 2009년 발표한 '행복지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사람의 절반 이상이 '돈이 있어야 행복해진다'고 응답했다. '돈 = 행복'이라는 등식이 요즘 많은 중국인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광둥성(廣東省) 정부는 지난 10일 '행복한 광동 건설 평가지표체계'라는 것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광동성 주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 지방정부들이 담당해야 할 과업들을 구체적으로 망라한 문서다.

예컨대, 도시들끼리의 1인당 소득이 높고 낮음 평가, 농촌끼리의 최고·최저 소득 평가, 각 지역의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근로자 임금의 비중 등의 항목을 통해 지방장관들의 행정평가를 내리겠다는 것이다.

평가지표는 그밖에 기본의료보험 가입률이나 식품의약품 안전지수 등을 평가항목에 포함시켜 주민들의 행복과 직결되는 사항들을 지방정부들이 세심하게 배려하도록 하고 있다.

광둥성 정부가 중국 최초로 내놓은 '행복지수 높이기 정책'에 대한 중국청년보(10월 13일자)의 논평이 퍽 흥미롭다.

국민권익 보장돼야 진정한 행복

"한 가정이 있는데, 소득이 꽤 높고 자녀가 양호한 교육을 받고 있고 양로·의료에도 문제가 없다고 치자. 어느 날 갑자기 도시 개발을 명분으로 강제 철거를 당하면서 가족 가운데 분신자살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 가정은 과연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 가정의 친척, 친구, 이웃의 행복도 크게 손상을 받지 않겠는가?"

이 논평의 결론은 '국민의 권익'이 보장받는 사회라야 비로소 사람들이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중국 사회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국은 지금 '문화 진흥'을 소리 높이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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