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일부 무죄 … 성립요건 엄격 해석
노동자의 합법적인 파업마저 사전에 차단시키면서 사실상 무소불위로 적용돼온 '업무방해죄'에 대해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지난 3월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업무방해죄의 성립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후속 재판에서 잘못된 원심 판결을 잇따라 파기했다.
27일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파업과 촛불집회 등을 주도한 혐의(업무방해·집시법 위반 등)로 기소된 이석행(53) 전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 전 위원장이 주도한 지난 2008년 7월 2일 총파업에서 근로자 100명 중 2명이 지역집회 참가를 이유로 2시간 파업에 참여하는 등 파업규모만으로는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가 초래됐다고 보기 어려운 사업장까지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단정했다"며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는 이날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진영옥(여·46) 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에 대해서도 이 전 위원장과 같은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지난 3월 판결에서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며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에 한해서만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이 업무방해죄의 적용범위를 축소시키면서도 여전히 '심대한 혼란', '막대한 손해'라는 애매한 제한을 뒀다는 점에서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는 "근로기본권 침해"라는 지적이 있다. 당시 대법관 5명도 "유럽이나 미국에서 단순 파업을 업무방해죄 등으로 형사처벌하는 경우는 없다"며 다수의견에 강하게 반대했다. 대법원의 적용기준이 다소 엄격해지기는 했지만 노동자의 준법 투쟁마저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전면적인 판례 변경이 요구된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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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합법적인 파업마저 사전에 차단시키면서 사실상 무소불위로 적용돼온 '업무방해죄'에 대해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지난 3월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업무방해죄의 성립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후속 재판에서 잘못된 원심 판결을 잇따라 파기했다.
27일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파업과 촛불집회 등을 주도한 혐의(업무방해·집시법 위반 등)로 기소된 이석행(53) 전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 전 위원장이 주도한 지난 2008년 7월 2일 총파업에서 근로자 100명 중 2명이 지역집회 참가를 이유로 2시간 파업에 참여하는 등 파업규모만으로는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가 초래됐다고 보기 어려운 사업장까지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단정했다"며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는 이날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진영옥(여·46) 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에 대해서도 이 전 위원장과 같은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지난 3월 판결에서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며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에 한해서만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이 업무방해죄의 적용범위를 축소시키면서도 여전히 '심대한 혼란', '막대한 손해'라는 애매한 제한을 뒀다는 점에서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는 "근로기본권 침해"라는 지적이 있다. 당시 대법관 5명도 "유럽이나 미국에서 단순 파업을 업무방해죄 등으로 형사처벌하는 경우는 없다"며 다수의견에 강하게 반대했다. 대법원의 적용기준이 다소 엄격해지기는 했지만 노동자의 준법 투쟁마저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전면적인 판례 변경이 요구된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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