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표 언론인, 전 한겨레 논설주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열흘 남짓 남겨둔 지난 14일치 칼럼에서 나는 이번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승리하면, 그것은 곧 '새로운 강력한 힘'이 정치의 장에 뛰어들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정치무대의 주역이 바뀌게 된다는 뜻이었다.
'새로운 강력한 힘'은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의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냈다. 소셜미디어의 위력은 촛불집회에서 이미 드러나긴 했지만, 선거에서 완벽하게, 절대적인 힘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만하다.
선거 때만 되면 힘을 쓰던 TV와 거대신문들의 영향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이번 선거를 한마디로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서 정보를 찾아다니는 사람들과 기존 신문·방송을 통해 수동적으로 정보를 접하는 사람들과의 대결이었다고 말하는 이가 있을 정도다.
새로운 강력한 힘이 소셜미디어만을 가리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새로운 정치, 새로운 스타일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기대와 갈망을 가진 유권자들이 정치무대에 새롭게 등장했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와 갈망을 가진 유권자들은 과거 선거에서도 있었다. 하지만 과거에는 유권자들의 높은 기대와 뜨거운 갈망을 충족시킬만한 후보가 없었다는 점이 이번과는 다르다.
그래서 결국 유권자들의 기대와 갈망은 선거 때마다 '그 밥에 그 나물'인 후보군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로 흘러버리고 말았다. 결과는 투표장에 아예 가지 않거나 보수적인 투표성향으로 흐르게 마련이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안철수 서울대 대학원장과 박원순 변호사가 엮어낸,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양보와 지원의 정치'가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정치무대에 새롭게 주역으로 등장한 유권자들은 중년층인 40대의 연령에, 사회경제적으로 기득권층도 서민층도 아닌 중간계층이며, 보수 진보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고, 지지하는 정당이 뚜렷하지 않는 '무당파'로 분류된다. 이들은 말하자면 '중간지대'에 속하는 유권자들로서 평소에는 단결된 힘을 보여주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보고 싶어 하는 새로운 정치란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한 것으로, 필요악으로 인정해 온 '권력의 속성'을 덜 드러내는 정치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진실이 담기지 않은 그럴듯한 말을 줄이고, 아귀다툼이 아니라 양보가 이뤄지는 정치다.
이번 재보선에 대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코멘트가 진실이 담기지 않은 전형적인 말이다. 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했던 주민투표 결과를 놓고, '사실상 승리'라고 주장했던 그가 이번에는 "서울을 제외한 지자체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자신을 향한 인책론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그런 말을 한 그도 문제지만, 이 말을 듣고도 아무런 논란이 일어나지 않는 한나라당의 내부 상황이 바로 지금까지 우리에게 친숙했던 정치다.
이번 선거에서 새로운 힘이 폭발적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중간지대의 유권자들이 소셜미디어와 결합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중간지대 유권자들의 기대와 갈망과 절망은 읽지 않고, 소셜미디어의 위력만을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전문가를 영입하여 초고성능 소셜미디어를 구사한다고 해도 중간지대 유권자들의 갈망을 읽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중간지대의 유권자들
물론 청년실업, 전세대란, 자영업자들의 고통, 사회경제적 불평등 등의 문제를 풀어 젊은이들의 마음을 잡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것들은 하루아침에 풀릴 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에게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후보다. 유권자들은 진지하고, 정직하게 모든 문제들에 접근하고, 자신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며 대변하려고 애쓸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후보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앞으로 있을 총선과 대선을 위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정당의 조직력보다는 좋은 후보가 승리의 관건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선거에 임할 모든 정당들이 갖춰야 할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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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열흘 남짓 남겨둔 지난 14일치 칼럼에서 나는 이번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승리하면, 그것은 곧 '새로운 강력한 힘'이 정치의 장에 뛰어들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정치무대의 주역이 바뀌게 된다는 뜻이었다.
'새로운 강력한 힘'은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의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냈다. 소셜미디어의 위력은 촛불집회에서 이미 드러나긴 했지만, 선거에서 완벽하게, 절대적인 힘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만하다.
선거 때만 되면 힘을 쓰던 TV와 거대신문들의 영향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이번 선거를 한마디로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서 정보를 찾아다니는 사람들과 기존 신문·방송을 통해 수동적으로 정보를 접하는 사람들과의 대결이었다고 말하는 이가 있을 정도다.
새로운 강력한 힘이 소셜미디어만을 가리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새로운 정치, 새로운 스타일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기대와 갈망을 가진 유권자들이 정치무대에 새롭게 등장했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와 갈망을 가진 유권자들은 과거 선거에서도 있었다. 하지만 과거에는 유권자들의 높은 기대와 뜨거운 갈망을 충족시킬만한 후보가 없었다는 점이 이번과는 다르다.
그래서 결국 유권자들의 기대와 갈망은 선거 때마다 '그 밥에 그 나물'인 후보군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로 흘러버리고 말았다. 결과는 투표장에 아예 가지 않거나 보수적인 투표성향으로 흐르게 마련이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안철수 서울대 대학원장과 박원순 변호사가 엮어낸,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양보와 지원의 정치'가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정치무대에 새롭게 주역으로 등장한 유권자들은 중년층인 40대의 연령에, 사회경제적으로 기득권층도 서민층도 아닌 중간계층이며, 보수 진보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고, 지지하는 정당이 뚜렷하지 않는 '무당파'로 분류된다. 이들은 말하자면 '중간지대'에 속하는 유권자들로서 평소에는 단결된 힘을 보여주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보고 싶어 하는 새로운 정치란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한 것으로, 필요악으로 인정해 온 '권력의 속성'을 덜 드러내는 정치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진실이 담기지 않은 그럴듯한 말을 줄이고, 아귀다툼이 아니라 양보가 이뤄지는 정치다.
이번 재보선에 대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코멘트가 진실이 담기지 않은 전형적인 말이다. 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했던 주민투표 결과를 놓고, '사실상 승리'라고 주장했던 그가 이번에는 "서울을 제외한 지자체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자신을 향한 인책론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그런 말을 한 그도 문제지만, 이 말을 듣고도 아무런 논란이 일어나지 않는 한나라당의 내부 상황이 바로 지금까지 우리에게 친숙했던 정치다.
이번 선거에서 새로운 힘이 폭발적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중간지대의 유권자들이 소셜미디어와 결합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중간지대 유권자들의 기대와 갈망과 절망은 읽지 않고, 소셜미디어의 위력만을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전문가를 영입하여 초고성능 소셜미디어를 구사한다고 해도 중간지대 유권자들의 갈망을 읽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중간지대의 유권자들
물론 청년실업, 전세대란, 자영업자들의 고통, 사회경제적 불평등 등의 문제를 풀어 젊은이들의 마음을 잡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것들은 하루아침에 풀릴 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에게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후보다. 유권자들은 진지하고, 정직하게 모든 문제들에 접근하고, 자신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며 대변하려고 애쓸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후보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앞으로 있을 총선과 대선을 위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정당의 조직력보다는 좋은 후보가 승리의 관건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선거에 임할 모든 정당들이 갖춰야 할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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