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화섭 언론인
한국은행이 3년 단위의 물가안정 목표제(인플레이션 타기팅, IT)를 손질해 통화정책의 유연성을 높이려던 시도를 접었다고 한다. 물가가 한은의 안정목표선(3±1%)을 거듭 넘어서는 상황에서 책임을 피하려고 '꼼수'를 부린다는 국내 언론의 비판에 꼬리를 내린 것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학계와 언론에서는 그냥 IT의 완화가 아니라 아예 통화정책의 목표 지표를 '인플레이션'에서 '명목 국내총생산'(NGDP)으로 갈아치우자는 주장이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현행 '인플레이션 타기팅'은 경기변동 격화시켜 더 큰 문제 일으켜
미국 벤틀리대학의 스캇 슈머 교수를 비롯한 'NGDP 타기팅(NT)' 옹호자들은 현행 IT 방식의 통화정책이 물가안정에 매달려 성장과 고용을 소홀히 함으로써 경기변동을 격화시켜 더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최근에는 월가 최대의 투자은행 골드먼삭스와 모건 스탠리가 NT 지지에 가세함으로써 지금까지 학계에 머물던 논의가 금융권으로 비화되었다.
지난달 중순 월가 블로거들은 "골드먼, 연준(FRB)에 '핵사용, NT 전환'을 권고"라는 뉴스에 흥분했다. 골드먼삭스의 잰 해치어스 수석 이코니미스트는 뉴스레터에서 "단기금리가 제로에 가깝고, 경제가 여전히 취약하므로 FRB는 NGDP를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추가적인 자산매입(양적완화, QE)에 나서 경제성장률을 장기 추세선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치어스는 미국경제가 완전고용 상태에 있던 2007년 NGDP 수준을 기준으로 할 때 현재의 잠재성장률과 실제성장률 간의 갭이 10%p에 이른다고 밝히고, NT로의 정책전환은 현재 9.1%인 실업률을 2015년 말까지 6% 이하로 끌어내려 현행 IT 방식에 비해 실업률을 1.5%p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UC버클리 대학의 크리스티나 로머 교수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FRB 벤 버냉키 의장에게 NT채택을 강력히 촉구했다.
NT 방식의 통화정책이 이처럼 신비한 것이라면 왜 FRB는 지금까지 그것을 외면해왔는가. 지난 20여년 간 자신의 블로그 TheMoneyIllusion을 통해 NT를 설파해온 슈머 교수는 그 이유를 "분기별 GDP 통계가 발표되면 언론이 NGDP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그 구성요소인 인플레이션과 실질 GDP만 보도하며, 경제학자들도 NGDP는 젖혀놓고 실질 GDP 자료만 다루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한층 더 근본적인 이유는 지난 1990년 이후 2007년 말 글로벌 위기 직전까지 세계가 물가안정 속에 성장을 지속해 온 결과 FRB를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물가안정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모건 스탠리 분석팀은 지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물가안정에 관한 집념 때문에 중앙은행가들은 인플레이션의 하방(下方) 리스크(불황)보다는 상방(上方) 리스크(물가불안)를 피하는 데 더 신경을 곤두세우지만 "만약 그 두 가지 리스크 가운데 어느 하나를 대가로 다른 것을 피할 수 있다면 당연히 후자를 감수하고 전자를 피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슈머 교수, "NGDP 타기팅 채택했다면 2008년 위기 경미했을 것"
슈머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대개 미국의 주택버블 붕괴를 지목하지만 실제로는 FRB가 위기 발생을 미리 포착하지 못하고 늑장 대응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만약 FRB가 IT 대신에 NT로 통화정책을 운영했다면 '대침체'의 타격을 훨씬 완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또한 IT 그 자체는 효율적인 정책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은 "필요할 경우 의도적으로 인플레이션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전제가 용인될 수 있을 때에만 성립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조건은 '경제학적'으로는 가능할지라도 '인플레이션 정치학'에서는 전혀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NT로의 정책전환이 필수적이라고 슈머 교수는 강조한다. 국내에서는 그 인플레이션 정치학 때문에 IT완화마저 거론할 수 없는 정책 분위기가 숨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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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3년 단위의 물가안정 목표제(인플레이션 타기팅, IT)를 손질해 통화정책의 유연성을 높이려던 시도를 접었다고 한다. 물가가 한은의 안정목표선(3±1%)을 거듭 넘어서는 상황에서 책임을 피하려고 '꼼수'를 부린다는 국내 언론의 비판에 꼬리를 내린 것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학계와 언론에서는 그냥 IT의 완화가 아니라 아예 통화정책의 목표 지표를 '인플레이션'에서 '명목 국내총생산'(NGDP)으로 갈아치우자는 주장이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현행 '인플레이션 타기팅'은 경기변동 격화시켜 더 큰 문제 일으켜
미국 벤틀리대학의 스캇 슈머 교수를 비롯한 'NGDP 타기팅(NT)' 옹호자들은 현행 IT 방식의 통화정책이 물가안정에 매달려 성장과 고용을 소홀히 함으로써 경기변동을 격화시켜 더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최근에는 월가 최대의 투자은행 골드먼삭스와 모건 스탠리가 NT 지지에 가세함으로써 지금까지 학계에 머물던 논의가 금융권으로 비화되었다.
지난달 중순 월가 블로거들은 "골드먼, 연준(FRB)에 '핵사용, NT 전환'을 권고"라는 뉴스에 흥분했다. 골드먼삭스의 잰 해치어스 수석 이코니미스트는 뉴스레터에서 "단기금리가 제로에 가깝고, 경제가 여전히 취약하므로 FRB는 NGDP를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추가적인 자산매입(양적완화, QE)에 나서 경제성장률을 장기 추세선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치어스는 미국경제가 완전고용 상태에 있던 2007년 NGDP 수준을 기준으로 할 때 현재의 잠재성장률과 실제성장률 간의 갭이 10%p에 이른다고 밝히고, NT로의 정책전환은 현재 9.1%인 실업률을 2015년 말까지 6% 이하로 끌어내려 현행 IT 방식에 비해 실업률을 1.5%p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UC버클리 대학의 크리스티나 로머 교수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FRB 벤 버냉키 의장에게 NT채택을 강력히 촉구했다.
NT 방식의 통화정책이 이처럼 신비한 것이라면 왜 FRB는 지금까지 그것을 외면해왔는가. 지난 20여년 간 자신의 블로그 TheMoneyIllusion을 통해 NT를 설파해온 슈머 교수는 그 이유를 "분기별 GDP 통계가 발표되면 언론이 NGDP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그 구성요소인 인플레이션과 실질 GDP만 보도하며, 경제학자들도 NGDP는 젖혀놓고 실질 GDP 자료만 다루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한층 더 근본적인 이유는 지난 1990년 이후 2007년 말 글로벌 위기 직전까지 세계가 물가안정 속에 성장을 지속해 온 결과 FRB를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물가안정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모건 스탠리 분석팀은 지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물가안정에 관한 집념 때문에 중앙은행가들은 인플레이션의 하방(下方) 리스크(불황)보다는 상방(上方) 리스크(물가불안)를 피하는 데 더 신경을 곤두세우지만 "만약 그 두 가지 리스크 가운데 어느 하나를 대가로 다른 것을 피할 수 있다면 당연히 후자를 감수하고 전자를 피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슈머 교수, "NGDP 타기팅 채택했다면 2008년 위기 경미했을 것"
슈머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대개 미국의 주택버블 붕괴를 지목하지만 실제로는 FRB가 위기 발생을 미리 포착하지 못하고 늑장 대응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만약 FRB가 IT 대신에 NT로 통화정책을 운영했다면 '대침체'의 타격을 훨씬 완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또한 IT 그 자체는 효율적인 정책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은 "필요할 경우 의도적으로 인플레이션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전제가 용인될 수 있을 때에만 성립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조건은 '경제학적'으로는 가능할지라도 '인플레이션 정치학'에서는 전혀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NT로의 정책전환이 필수적이라고 슈머 교수는 강조한다. 국내에서는 그 인플레이션 정치학 때문에 IT완화마저 거론할 수 없는 정책 분위기가 숨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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