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환란 후 50년만의 정권교체, 미국 - 글로벌 금융위기 후 민주당 승리
"남유럽 정치혼란이 재정위기 원인 … 필요한 개혁 미뤄 경제 취약성 높아져"
정치리더십의 위기와 경제위기 중 어느 것이 먼저냐는 논쟁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쟁과 비슷하다. 상황에 따라 정치가 경제위기를 부르기도 하고 경제위기가 기존 정치권력의 위기를 부르기도 한다는 이도 저도 아닌 답밖에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공통점은 있다. 무엇이 먼저였든 정치와 경제의 톱니바퀴가 잘 맞물려 돌아가지 않으면 삐져나온 톱니에 양쪽 다 상처를 입게 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못 살겠다'는 아우성이 터져나오는 경제위기 때에는 정치리더십의 변화가 수반되는 예가 흔했다. 큰 선거를 전후해 경제위기를 맞았던 한국의 정치경제사는 좋은 예다.
◆대선 전후로 찾아온 위기, 위기, 위기… =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굵직한 경제위기는 공교롭게도 모두 대선을 전후해 나타났다. 2002년의 카드대란, 2007년 부동산 거품과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조 등이 그렇다. 기존 정치권력 입장에서 보면 임기말이었지만 새롭게 들어설 정치권력에게는 기존 권력을 비집고 들어갈 장을 열어주기도 했다.
당시 국민들이 겪었던 고초는 경제성장률 수치만 봐도 알 수 있다. 1997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5.8%에 달했지만 97년말 닥친 외환위기를 겪고 난 다음해에는 1998년 -5.7%로 곤두박질쳤다. 또 2002년 성장률은 7.2%였지만 카드사태 여파가 반영된 2003년에는 2.8%로 급락했다.
2007년에는 5.1%의 성장률을 기록, 5%대 성장률로 회귀했지만 현정부 첫해인 2008년 2.3%로 떨어졌다. 부동산 거품이 끼었다가 스러진 여파가 작용한데다 2007년부터 이미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던 글로벌 금융위기 탓이기도 했다.
◆경제위기는 정치리더십의 위기 = 국민들이 살기 힘들어지자 분노의 칼끝은 정치권으로 향했다. 1997년 외환위기는 5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극적 드라마의 가장 큰 배경이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집권 4년차에 '소통령'으로 불린 차남 김현철씨가 한보그룹 특혜대출 비리 사건에 연루되면서 '식물대통령'이란 평까지 듣고 있던 상황이었다. 정책의 주체인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이미 찾아온 위기의 징후를 감지하지 못했다. 결국 환란 와중에 실시된 대선에서 김대중 야당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집권에 성공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야당후보가 당선된 것이 가장 최근의 예다. 당시 오바마 후보의 당선을 정확하게 예측해 냈던 레이 페어 예일대 경제학 교수는 현직 대통령의 프리미엄 외에도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과 같은 경제 변수들이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치리더십 부재, 위기 만들고 위기를 확대했다 = 정치리더십이 크게 흔들리면 위기조짐을 제어할 힘도, 위기를 극복할 힘도 약화됐다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박형수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정위기·재정파탄의 사례연구'를 통해 일본(45~49년) 이탈리아(92~93년) 러시아(98년) 아르헨티나(99~2002년) 유럽 채무위기(2009년)의 주요원인으로 불안정한 정치상황과 정치적 리더십 부재를 꼽았다.
박 연구위원은 이탈리아 통화위기를 예로 들며 "불안정한 정치와 이에 따른 재정규율 약화로 재정적자와 정부부채가 급증, 시장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또 영국의 IMF위기를 지목하면서 "경제정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필요한 개혁을 미룰 경우 성숙한 선진국 경제에도 위기가 발생한다"면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을 때는 경제의 취약성이 높아 신속한 정책적 대응을 실시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정치혼란이 재정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개혁지연이나 재정의 경직화는 경기침체나 외생적 충격에 의한 경제의 취약성을 높여준다"고 분석했다.

◆변화의 계절 올까 = 유럽 위기라는 또다른 위기를 맞은 한국, 그리고 세계가 내년에 또한번 정치의 계절을 맞는다. 특히 한국 경제는 글로벌 재정위기 등 대외악재뿐 아니라 가계부채, 저축은행 부실 사태 등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민간에서는 이미 경기 정점을 지나 하강국면이라고 보고 있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어려운 시기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와중에 대내외 경제여건은 물론 정치 환경까지 불투명해지면서 기업들의 투자심리도 위축되는 상황이다.
또한번 정치적 변화의 계절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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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럽 정치혼란이 재정위기 원인 … 필요한 개혁 미뤄 경제 취약성 높아져"
정치리더십의 위기와 경제위기 중 어느 것이 먼저냐는 논쟁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쟁과 비슷하다. 상황에 따라 정치가 경제위기를 부르기도 하고 경제위기가 기존 정치권력의 위기를 부르기도 한다는 이도 저도 아닌 답밖에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공통점은 있다. 무엇이 먼저였든 정치와 경제의 톱니바퀴가 잘 맞물려 돌아가지 않으면 삐져나온 톱니에 양쪽 다 상처를 입게 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못 살겠다'는 아우성이 터져나오는 경제위기 때에는 정치리더십의 변화가 수반되는 예가 흔했다. 큰 선거를 전후해 경제위기를 맞았던 한국의 정치경제사는 좋은 예다.
◆대선 전후로 찾아온 위기, 위기, 위기… =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굵직한 경제위기는 공교롭게도 모두 대선을 전후해 나타났다. 2002년의 카드대란, 2007년 부동산 거품과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조 등이 그렇다. 기존 정치권력 입장에서 보면 임기말이었지만 새롭게 들어설 정치권력에게는 기존 권력을 비집고 들어갈 장을 열어주기도 했다.
당시 국민들이 겪었던 고초는 경제성장률 수치만 봐도 알 수 있다. 1997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5.8%에 달했지만 97년말 닥친 외환위기를 겪고 난 다음해에는 1998년 -5.7%로 곤두박질쳤다. 또 2002년 성장률은 7.2%였지만 카드사태 여파가 반영된 2003년에는 2.8%로 급락했다.
2007년에는 5.1%의 성장률을 기록, 5%대 성장률로 회귀했지만 현정부 첫해인 2008년 2.3%로 떨어졌다. 부동산 거품이 끼었다가 스러진 여파가 작용한데다 2007년부터 이미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던 글로벌 금융위기 탓이기도 했다.
◆경제위기는 정치리더십의 위기 = 국민들이 살기 힘들어지자 분노의 칼끝은 정치권으로 향했다. 1997년 외환위기는 5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극적 드라마의 가장 큰 배경이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집권 4년차에 '소통령'으로 불린 차남 김현철씨가 한보그룹 특혜대출 비리 사건에 연루되면서 '식물대통령'이란 평까지 듣고 있던 상황이었다. 정책의 주체인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이미 찾아온 위기의 징후를 감지하지 못했다. 결국 환란 와중에 실시된 대선에서 김대중 야당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집권에 성공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야당후보가 당선된 것이 가장 최근의 예다. 당시 오바마 후보의 당선을 정확하게 예측해 냈던 레이 페어 예일대 경제학 교수는 현직 대통령의 프리미엄 외에도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과 같은 경제 변수들이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치리더십 부재, 위기 만들고 위기를 확대했다 = 정치리더십이 크게 흔들리면 위기조짐을 제어할 힘도, 위기를 극복할 힘도 약화됐다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박형수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정위기·재정파탄의 사례연구'를 통해 일본(45~49년) 이탈리아(92~93년) 러시아(98년) 아르헨티나(99~2002년) 유럽 채무위기(2009년)의 주요원인으로 불안정한 정치상황과 정치적 리더십 부재를 꼽았다.
박 연구위원은 이탈리아 통화위기를 예로 들며 "불안정한 정치와 이에 따른 재정규율 약화로 재정적자와 정부부채가 급증, 시장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또 영국의 IMF위기를 지목하면서 "경제정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필요한 개혁을 미룰 경우 성숙한 선진국 경제에도 위기가 발생한다"면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을 때는 경제의 취약성이 높아 신속한 정책적 대응을 실시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정치혼란이 재정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개혁지연이나 재정의 경직화는 경기침체나 외생적 충격에 의한 경제의 취약성을 높여준다"고 분석했다.

◆변화의 계절 올까 = 유럽 위기라는 또다른 위기를 맞은 한국, 그리고 세계가 내년에 또한번 정치의 계절을 맞는다. 특히 한국 경제는 글로벌 재정위기 등 대외악재뿐 아니라 가계부채, 저축은행 부실 사태 등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민간에서는 이미 경기 정점을 지나 하강국면이라고 보고 있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어려운 시기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와중에 대내외 경제여건은 물론 정치 환경까지 불투명해지면서 기업들의 투자심리도 위축되는 상황이다.
또한번 정치적 변화의 계절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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