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드러내는 SK 비자금 의혹

지역내일 2011-11-09
검찰, SK계열사 13시간 압수수색
최태원·최재원 소환조사 초읽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회삿돈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8일 SK계열사 10여곳에서 13시간동안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 검찰은 조만간 회계 책임자 등 SK그룹 관계자들을 차례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이 SK그룹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8일 저녁 검찰 수사관이 압수물품을 가지고 SK 그룹 본사를 빠져 나오고 있다. 뉴시스 김기태 기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중희)는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13시간에 걸쳐 SK홀딩스를 비롯해 SK텔레콤과 SKC&C 등 10여곳에 수사관 100여명을 보내 회계 자료 등 관련 증거를 압수했다. 검찰은 SK그룹 계열사 10여곳이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800억원 중 수백억원이 최 회장의 선물투자에 동원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르면 한달 안에, 늦어도 다음달 안으로 수사를 끝내겠다는 목표를 두고 "최대한 빨리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계좌 추적으로 계열사 등의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을 확인한 검찰은 수사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서 최 회장과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소환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시작된 수사 = 이번 수사는 최 회장이 5000억원대의 선물투자를 벌였다가 1000억원 정도의 손실을 입었다는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에서 비롯됐다. 최 회장 개인이 5000억원이라는 거액을 조달하기란 사실상 어렵다는 전제하에서 개인 투자에 회삿돈을 유용했을 거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 회장은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아 투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고 검찰은 이에 대해 부실한 담보를 잡고 최 회장에게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의 위법행위가 있을 뿐 이것 자체만으로는 최 회장의 횡령 혐의를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5000억원의 출처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후 공교롭게도 SK 임원 출신의 김준홍씨가 주가 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SK 최 회장 형제와의 관계가 드러났다. 지난 3월 검찰이 김씨가 운영하는 베넥스인베스트먼트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최 부회장 명의의 수표가 발견되면서 최 부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베넥스인베스트먼트 사무실 금고에서 175억원 상당의 수표가 발견됐으며 이 중 약 173억원이 최 부회장 명의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 때부터 김씨가 SK그룹의 '돈세탁 창구'나 '금고지기'로 역할을 한 것이 아냐는 의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형인 최 회장이 선물투자로 잃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동생인 최 부회장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더해졌다.

검찰은 최 부회장이 그룹 위장계열사가 거래하는 과정에서 실적을 과다계상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정황을 잡고 최 부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다.

◆수사 의도적 지연 의심도 = 검찰은 베넥스 압수수색에서 SK그룹의 수상한 돈을 확인하고도 수사에 진척을 보이지 않아 한상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최 회장의 친분 때문에 수사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심을 받았다.

지난 9월 열린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도 SK수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법사위원들의 지적이 나왔다. 이에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은 "계좌추적 등 관련 조사자료가 정리되면 소환 조사에 본격 착수할 것"이라며 "여러 의혹이 제기된 만큼 더욱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도 "계열사들의 자금 흐름을 확인하는데 돈의 단위가 크고 이동이 많아 일일이 확인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밝힌 바 있다.

수개월에 걸쳐 계좌 추적을 벌인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으로 이러한 의혹을 일소했다. 영장이 기각돼 이들 형제의 자택을 압수수색하지 못했지만 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에서 수사 의지도 엿볼 수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최 회장 등) 사람을 목표로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의심스러운 돈의 흐름에 대해 수사한다"고 말했지만 결국에는 최 회장의 횡령 혐의 규명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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