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업자수 50만명 증가'를 자축하느라 '고용대박'이라는 단어를 즉흥적으로 썼다가 하루 만에 주워담았다.
박 장관은 완전고용에 가까운 '실업률 2.9%'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고용시장 개선에 너무 기뻐서 저지른 '진중하지 못한 발언'이었다는 해명과 "10월 실업률이 2.9%로 낮지만, 체감지표와 간격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는 말도 곁들였다.
그러나 박 장관은 '고용대박'이란 표현에 여론이 왜 집중적인 포화를 날렸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거나 외면하는 듯 했다. 여전히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실업 상황에 대해 은폐하거나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국제 기준에 맞춰 작성하는 통계에 문제를 제기하면 한국이 실업률을 낮추려고 조작했다고 오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현실과 크게 괴리돼 있는 공식실업률 외에 체감실업을 나타내는 보조실업률을 발표할 생각이 없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정부가 처음부터 '체감실업 발표'를 두려워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1월 제1회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체감실업자인 취업애로계층규모가 공개됐다. 다음달인 2월 윤증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에 출석해 "앞으로 취업애로계층 자료를 공식실업자와 함께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1년9개월이 지난 지금, 박 장관의 대답은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고용 보조지표 논의가 확정되는 대로 우리도 작성해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언제 될지는 알 수 없다.
국회에서는 지난 2009년부터 줄기차게 체감실업지표를 작성할 것을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요구해왔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다른 선진국처럼 공식실업률과 함께 보조지표를 같이 내놓도록 요구했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은 3년째 국회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주요 선진국들은 OECD기준의 공식실업률 외에도 수많은 체감보조지표들을 공개하고 있다. 국가간 비교는 공식실업률로 쓰고 각종 체감지표들은 필요에 따라 정책에 반영하는 데 쓰는 것이다.
정부가 체감실업률을 발표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한 정부부처 고용담당 실무자는 "공식실업률과 체감실업률을 같이 발표하면 언론이 체감실업률만 쓸 것 아니냐"고 말했다. 어느 것이 현실을 더 잘 반영하는 지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공식실업률보다 높은 체감실업상황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것으로 비쳐진다. 지난해 1월에 발표한 취업애로계층은 공식실업자수보다 배 이상 많았고 체감실업률과 체감청년실업률이 7%대, 12~13%대로 뛰어 올랐다.
"청년층 일자리의 어려움이나 비정규직의 고단함을 모르고 얘기한 것은 아니다"라는 말만으로는 '현실과 떨어져 있는 정부'라는 비판에서 헤어 나오기 어렵다. 현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그 토대위에서 정책을 통해 국민들을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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