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여는 책 - ‘나는 몇 살까지 살까?’] 안정된 사회·활발한 사회활동이 장수비결

지역내일 2011-10-07


썸앤파커스
하워드 S. 프리드먼 외 지음
최수진 옮김/1만6000원


나는 몇 살까지 살까? 누구나 한번쯤은 품어보았을 궁금증이다. 혈기왕성한 10대나 20대는 아직 자신의 수명이나 건강장수에 관해 관심이 덜하겠지만 40대나 50대가 될 쯤이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오래 산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건강하게 생을 보냈다고 볼 수 있다.

건강과 장수는 평균수명 80세를 맞이한 고령화 사회에서 첫손가락에 꼽힐만한 화두다.

서점가에서도 건강장수 또는 100세 건강법을 주제로 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책이나 우리가 흔히 건강장수와 관련해 자주 듣는 말은 '적게 먹어라' '긍정적인 생각을 하다' '담배를 피우지 말고 술을 절제하라' '건강검진을 주기적으로 하라' '화를 내지 마라' '신앙을 가져라' '열심히 운동하라' '적정 체중을 유지하라' '채소를 많이 먹어라' 등등이다.

인기리에 방영되는 유명 방송 건강프로그램에서도 이와 비슷한 조언들을 자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건강 상식과 통념에 도전장을 낸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나는 몇="" 살까지="" 살까?="">라는 이 책의 원제목은 'The Longevity Project'이다. 즉 수명연구 프로젝트인 셈이다. 이 연구는 지금은 고인이 된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 루이스 터먼 박사의 아이디어로 시작돼 그의 후학들이 이를 이어받아 완성한 프로젝트이다. 흔히들 터먼프로젝트라고 한다.

1921년 터먼 교수는 1910년 전후에 태어난 총명한 소년소녀 1500명을 골라 무려 80년 동안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직업을 가졌고, 얼마나 건강했으며 마침내 언제 숨졌는지를 총체적으로 추적·분석하는 연구에 들어갔다. 총체적이란 말에는 가정환경, 교육수준, 직업, 결혼과 이혼, 인생관, 사회적 관계, 종교생활, 사망원인 등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은 터먼연구 결과를 소개한 것이다.

터먼 연구 결과 실험 참가자들 중 장수한 사람들의 건강비결은 브로콜리라든가, 건강검진, 비타민, 조깅 따위가 아니라 그들의 성격, 직업, 사회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느긋하게 휴식하라' '채소를 많이 먹어라' '살을 빼라' '결혼을 해라' 등의 일반적인 의학적 조언들은 일부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그리 효과적이지 않거나 투자한 만큼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사회적으로 유행하는 다이어트나 건강보조식품, 약물, 최신치료요법 등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지만(우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지고 있음) 이런 것들은 사람들에게 약간은 도움이 될지 몰라도 모두가 꿈꾸는 무병장수에는 별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건강심리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하워드 프리드먼 교수와 레슬리 마틴 교수가 함께 펴낸 이 책은 건강장수에 관한 거의 대부분의 역학연구들이 한계를 안고 있다고 비판한다. 제대로 된 연구를 하려면 비교대상이 필요하고 정확히는 한날한시에 태어난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평생 브로콜리만 먹고 다른 한 사람은 기름에 튀긴 스테이크를 먹어야만 공정하게 비교할 수 있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터먼 박사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인의 인생 전체를 따라가면서 이후의 자질, 행동,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특성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전략을 택했다.

이 책은 "직접적으로 건강에 항상 나쁘다고 알려진 것은 사실 몇 가지 밖에 되지 않는다"며 다음의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과도한 양의 독 또는 독소로 담배연기, 중금속, 살충제, 오염된 공기, 유독 화학물질 따위다. 이런 독물이 인체 장기 속으로 들어가면 몸속 세포가 죽고 장기가 손상돼 질병이 생기거나 죽는다는 것이다. 둘째 방사선이다. 지하공간의 라돈, 최근 너무 많이 사용하는 의료용 엑스선, 특히 전산화단층촬영장치(CT)를 통해 현대인들은 방사선에 마구 노출되고 있다. 방사선에 노출될 때마다 위험이 증가하며 방사성물질이 몸 안에 들어올 경우는 누적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셋째, 병원성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은 미생물에 의한 감염병이다. 이밖에 교통사고나 추락 등에 의한 외상 등도 명백한 위험에 속한다.

이 책은 이런 명백한 위험에 관한 내용을 다루지는 않았다. 대신 개인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과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로 안정된 가정과 사회적 기지기반을 꼽았다. 사려 깊은 계획과 통제력, 성취감, 인내심이 장수에 도움이 됐고 직업적 성공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터먼 연구 결과 나타났다.

둘째, 어렸을 때 매사에 속편하고 믿음직스럽지 않은 성격을 가졌던 사람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야망이 없고 일에서 별로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경우 사망위험이 엄청나게 증가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 책의 세 번째 조언은 자신이 어떤 유형의 사람이 될지를 결정하는 것은 어울리는 집단에 달려 있으므로 건강해지고 싶다면 건강한 사람들과 어울리라는 것이다.

결혼이나 이혼도 장수와 관련이 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행복한 결혼이 건강과 웰빙에 도움이 되지만 결혼은 문제를 일으킬 뿐 아니라 불화의 가능성도 있고 그에 따라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남성은 결혼관계가 안정된 사람들이 가장 오래 살았으며 이혼 후 혼자 살게 되면 일찍 죽었다. 여자의 경우 남성과 달리 이혼 뒤에도 오래 살았다. 육체적인 성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여성들은 혼자가 된 뒤 다른 사람들과 더 쉽게 사회적, 정서적 유대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연구에 참여한 사람 가운데 남성적인 남성과 여성은 더 일찍 사망한 반면 여성적인 여성과 남성은 더 오래 살았다.

이 책은 육체활동은 어느 정도까지는 건강한 몸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분명히 연관이 있지만 지나친 운동은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중년 이후에 얼마나 활동적인지가 건강과 장수에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터먼 연구는 밝혀냈다. 처음부터 활동적이었고 계속 활동적인 사람들과 처음에는 덜 활동적이었지만 활동성이 증가해 그 상태를 유지한 사람들이 가장 오래 살았다.

끝으로 종교가 있는 사람들이 더 오래 사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기도나 명상 때문이라기보다는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공동체에서 사회적 유대관계를 갖고 적극적으로 활동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즉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더 오래 살았다는 말이다.

안종주 환경·보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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