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견 뷰스앤뉴스 편집국장
"한미FTA를 하면 한국의 서비스업이 위기에 빠지고 고용이 벼랑끝에 몰리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텐데, 한국의 여야는 ISD 조항 하나만 놓고 실랑이를 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YS 정권 때 일이다. 1996년 롯데가 담배인삼공사 인수에 적극 나섰다. YS가 공개석상에서 나웅배 경제부총리에게 공기업 민영화가 지지부진하다며 구체적으로 담배인삼공사를 거론하면서 담배인삼공사 민영화가 수면위에 떠올랐고 롯데가 가장 적극적 모습을 보였다.
당시 롯데 임원은 필자 등 일부 기자들을 찾아와 "그룹이 담배인삼공사 인수를 하고 싶어한다. 담배장사에는 별 관심 없다"며 "그룹이 진짜 필요로 하는 건 담배인삼공사 땅"이라 토로했다. 그는 "담배인삼공사는 해방후 우리나라에서 세번째로 만들어진 공사다. 당시에는 4대문 밖 등 외곽에 유통창고 등을 마련했으나 그후 도시화로 이 땅들이 지금은 도심의 요지를 차지하는 노른자위가 됐다. 이 땅만 차지하면 전국에 대형마트들을 쫙 깔 수 있다"고 했다.
당시는 YS정부가 OECD에 가입하면서 유통시장 전면개방을 약속한 상황이었다. 롯데는 차제에 담배인삼공사 인수를 통해 대형마트 시장을 선점하려 했던 것이다. 그는 더 나아가 "대형마트만 갖고는 안된다. 앞으론 미니마트도 필요하다. 한 2층짜리 슈퍼마켓을 생각하면 된다. 골목마다 파고 들 거다. 한 2000개쯤 깔 생각"이라며 SSM 구상까지 밝혔다.
롯데의 구상은 그후 담배인삼공사 민영화시 담배농사를 하는 충청도 농민들의 궤멸을 우려한 JP의 강력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롯데 등의 대형마트·SSM 프로젝트는 그후 꾸준히 추진돼, 롯데 등은 지금 유통시장을 거의 싹쓸이했다.
경쟁력 취약 업종 몰락 불보듯
지금 정치권은 여야 구분없이 위기의 영세상인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형마트와 SSM 때문에 벼랑끝에 몰린 영세상인들이 한결같이 "총선 때 두고 보자"고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십수년 전 유통시장에의 '공룡 진입'을 방치한 인과응보로 정치권이 혼쭐 나고 있는 것이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대형마트를 무차별적으로 허용하면 영세상인이 다 죽는다. 외국에서처럼 도시에서 1시간쯤 떨어진 외곽에만 허용해야 한다"고 경고했으나 이를 묵살한 인과응보인 셈이다. 일본만 해도 영세상인 표를 의식해 대형마트의 도시 진입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만 도시 곳곳에 무차별적으로 대형매장을 허용해준 결과 이제 와서는 돌이킬 수 없는 영세상인 몰락을 초래한 것이다.
여기서 십수년 전 상황을 거론한 것은 지금 정부여당이 강행처리하려는 한미FTA도 자칫 수년 뒤 동일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FTA의 목적은 단순하다. 보호주의적 관세장벽을 없애 서로 경쟁력 있는 산업이 더 성장토록 하자는 거다. 자동차, IT 등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한 산업에게는 큰 기회이겠으나 경쟁력이 취약한 많은 업종의 대거 몰락은 불을 보듯 훤하다.
한 중년의 재미교포는 최근 국제전화를 걸어와 이런 걱정을 했다.
"나는 현재 미국국민이고 성향도 보수이나, 요즘 진행되는 한미FTA를 보면 고국 걱정이 많이 된다. 지금 한국은 제조업의 고용능력이 한계점에 도달한 상태다. 새로운 고용은 서비스업에서 창출돼야 하는데 서비스업 경쟁력은 미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이런 마당에 한미FTA를 하면 서비스업이 더욱 위기에 몰리면서 한국 고용이 더욱 벼랑끝에 봉착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텐데, 한국의 여야는 ISD 조항 하나만 놓고 실랑이를 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서비스업 몰락하면 뭐라고 변명할까
이런 우려에 대해 정부여당은 한미FTA를 하고 영리병원 등의 서비스 규제를 풀면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것이라고 반박하나, 이에 대해선 공감하는 이들보다 우려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게 여러 여론조사에서 입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미FTA를 숫자로 밀어붙일 기세다. 장장 5년간 논쟁을 벌여온만큼 국익 차원에서라도 더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이 아니다. 국가간 협정, 특히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의 협정은 한번 맺으면 쉽게 파기할 수 없다. 장하준 교수는 "이혼할 수 없는 결혼"에 비유하기도 한다. 몇년 후 정부여당 주장과 정반대로 서비스업이 대몰락하면서 실업 문제가 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을 때 과연 정부여당은 무슨 해명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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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를 하면 한국의 서비스업이 위기에 빠지고 고용이 벼랑끝에 몰리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텐데, 한국의 여야는 ISD 조항 하나만 놓고 실랑이를 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YS 정권 때 일이다. 1996년 롯데가 담배인삼공사 인수에 적극 나섰다. YS가 공개석상에서 나웅배 경제부총리에게 공기업 민영화가 지지부진하다며 구체적으로 담배인삼공사를 거론하면서 담배인삼공사 민영화가 수면위에 떠올랐고 롯데가 가장 적극적 모습을 보였다.
당시 롯데 임원은 필자 등 일부 기자들을 찾아와 "그룹이 담배인삼공사 인수를 하고 싶어한다. 담배장사에는 별 관심 없다"며 "그룹이 진짜 필요로 하는 건 담배인삼공사 땅"이라 토로했다. 그는 "담배인삼공사는 해방후 우리나라에서 세번째로 만들어진 공사다. 당시에는 4대문 밖 등 외곽에 유통창고 등을 마련했으나 그후 도시화로 이 땅들이 지금은 도심의 요지를 차지하는 노른자위가 됐다. 이 땅만 차지하면 전국에 대형마트들을 쫙 깔 수 있다"고 했다.
당시는 YS정부가 OECD에 가입하면서 유통시장 전면개방을 약속한 상황이었다. 롯데는 차제에 담배인삼공사 인수를 통해 대형마트 시장을 선점하려 했던 것이다. 그는 더 나아가 "대형마트만 갖고는 안된다. 앞으론 미니마트도 필요하다. 한 2층짜리 슈퍼마켓을 생각하면 된다. 골목마다 파고 들 거다. 한 2000개쯤 깔 생각"이라며 SSM 구상까지 밝혔다.
롯데의 구상은 그후 담배인삼공사 민영화시 담배농사를 하는 충청도 농민들의 궤멸을 우려한 JP의 강력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롯데 등의 대형마트·SSM 프로젝트는 그후 꾸준히 추진돼, 롯데 등은 지금 유통시장을 거의 싹쓸이했다.
경쟁력 취약 업종 몰락 불보듯
지금 정치권은 여야 구분없이 위기의 영세상인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형마트와 SSM 때문에 벼랑끝에 몰린 영세상인들이 한결같이 "총선 때 두고 보자"고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십수년 전 유통시장에의 '공룡 진입'을 방치한 인과응보로 정치권이 혼쭐 나고 있는 것이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대형마트를 무차별적으로 허용하면 영세상인이 다 죽는다. 외국에서처럼 도시에서 1시간쯤 떨어진 외곽에만 허용해야 한다"고 경고했으나 이를 묵살한 인과응보인 셈이다. 일본만 해도 영세상인 표를 의식해 대형마트의 도시 진입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만 도시 곳곳에 무차별적으로 대형매장을 허용해준 결과 이제 와서는 돌이킬 수 없는 영세상인 몰락을 초래한 것이다.
여기서 십수년 전 상황을 거론한 것은 지금 정부여당이 강행처리하려는 한미FTA도 자칫 수년 뒤 동일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FTA의 목적은 단순하다. 보호주의적 관세장벽을 없애 서로 경쟁력 있는 산업이 더 성장토록 하자는 거다. 자동차, IT 등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한 산업에게는 큰 기회이겠으나 경쟁력이 취약한 많은 업종의 대거 몰락은 불을 보듯 훤하다.
한 중년의 재미교포는 최근 국제전화를 걸어와 이런 걱정을 했다.
"나는 현재 미국국민이고 성향도 보수이나, 요즘 진행되는 한미FTA를 보면 고국 걱정이 많이 된다. 지금 한국은 제조업의 고용능력이 한계점에 도달한 상태다. 새로운 고용은 서비스업에서 창출돼야 하는데 서비스업 경쟁력은 미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이런 마당에 한미FTA를 하면 서비스업이 더욱 위기에 몰리면서 한국 고용이 더욱 벼랑끝에 봉착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텐데, 한국의 여야는 ISD 조항 하나만 놓고 실랑이를 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서비스업 몰락하면 뭐라고 변명할까
이런 우려에 대해 정부여당은 한미FTA를 하고 영리병원 등의 서비스 규제를 풀면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것이라고 반박하나, 이에 대해선 공감하는 이들보다 우려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게 여러 여론조사에서 입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미FTA를 숫자로 밀어붙일 기세다. 장장 5년간 논쟁을 벌여온만큼 국익 차원에서라도 더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이 아니다. 국가간 협정, 특히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의 협정은 한번 맺으면 쉽게 파기할 수 없다. 장하준 교수는 "이혼할 수 없는 결혼"에 비유하기도 한다. 몇년 후 정부여당 주장과 정반대로 서비스업이 대몰락하면서 실업 문제가 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을 때 과연 정부여당은 무슨 해명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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