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아이’ 연 9000명 그들에게 희망을] 학대받던 아이들, 그룹홈에서 웃다

지역내일 2011-11-17
'큰엄마' 선생님과 5~7명 동고동락 … 예산지원 등 활성화 노력 필요


지난 8월 해맑은아이들의 집 아이들이 문경새재에 있는 한 놀이시설을 방문했다. 사진은 구관조가 말을 따라하는 것을 보고 즐거워하는 모습. 사진 '해맑은아이들의 집' 제공

#초등학교 6학년인 주희(가명)는 학교에서 장학금도 받고 디자인 대회에 나가 입상을 한 '모범생'이다. 대구에서 그룹홈 일을 하고 있는 주희의 '큰 엄마' 김 모(50·여)씨는 요즘 주희 자랑에 바쁘다. 주희와 큰 엄마가 처음 만나기 6년 전 주희는 홀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아 교회에서 일시 긴급보호를 받았다. 친가정으로 돌아갈 수 없어 목사가정에서 위탁보호를 받다가 1년뒤 '큰엄마'의 집에서 위탁보호를 받게 됐다. 같이 지낸지 1년이 지났지만 주희는 학대로 인한 상처로 얼굴이 어두웠다. 그런데 주희에게 변화의 기회가 찾아왔다. 큰엄마가 일하는 법인에서 '그룹홈'을 만든 것. 그룹홈 첫 아이로 입소한 주희는 '방4개에 온갖 장신구, 1명의 교육선생님이 하루종일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지내면서 얼굴이 환해졌다. 4년이 지난 지금 편안한 얼굴로 큰 엄마의 수다도 잘 '상담' 해주는 듬직한 딸로 성장했다.

[공동생활가정제도(그룹홈)가 정부에 의해 보호아동복지제도로 지정된 지 6년. 그룹홈은 가정해체, 방임, 학대, 빈곤, 유기 등의 이유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가정과 같은 주거 환경에서 아동의 개별적인 특성에 맞춰 보호 양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용인원은 5명에서 7명으로 소규모 아동보호시설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런 그룹홈은 2010년말 현재 417곳이 있으며 모두 2127명이 생활하고 있다.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아동 77%는 부모의 이혼 등 가정해체나 학대, 방임으로 상처를 안고 있으며 취학아동(10~17세)이 85.8%로 가장 많다.

지난 2003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정부에 대규모 복지시설을 줄이고 '그룹홈을 확대하고 위탁가정에 대한 재정지원과 상담·지원제도를 늘리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동보호시설 가운데 그룹홈 비중은 7.2%에 불과하다. 홍보 부족에 정부 지원까지 적어 확산 속도가 더디다.

◆ 개인 시설 지원 없고 운영·인건비 부족 = 그룹홈 비중이 줄어드는 이유는 예산지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천안에 있는 다윗가정의 이 경희(50·여)대표는 "아이들이 받는 기초생활수급비 20~30만원 정도에 전체 운영비 23만원, 인건비 150만원이 전부다"며 "아이들이 입소하면 인성교육, 진학지도, 직업 훈련 등을 체계적으로 진행하는데 보육교사가 경제문제로 그만두게 되면 돌봄의 연속성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그룹홈 담당자는 "적은 예산 탓에 그룹홈 운영·인건비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대구 해맑은어린이집의 김명희(50·여)씨는 " 3년 이상 운영·인건비 를 지원받은 법인 그룹홈만 정부가 전세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며 "굳이 법인만 지원하는 것도 문제이고 법인이 3년 동안 기다려야 하는 것도 문제다" 말했다. 또 "턱없이 적은 지원을 하고선 전문강사를 초빙해 교육시키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현장 사정을 모르는 정부 당국의 처사에 불만이 많은 이유다.

◆ 아동들 친가정 복귀, 독립의 두려움 커 = 그룹홈 안에서는 7명 이내 아동들끼리 혹은 2명이상의 교사와 어울리면서 준 '형제자매' 혹은 또래 및 가족 관계에 대한 기초적인 학습을 경험한다.

또 다양한 봉사활동, 단체 활동, 지역단체들과의 만남 프로그램들이 있어 사회적응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그룹홈도 완전한 가정이 아니고 친가정으로 돌아가기 위한 '임시 보호시설'. 보통 18세가 되면 출소를 해 독립을 하든지 친가정으로 돌아가든지 해야 한다. 여기서 아이들의 두려움은 커진다.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배 영미(43)국장은 "진로 상담을 위해 아이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하지만 실제 진학지도는 사교육 경쟁에 밀려 엄두를 못 내는 형편이다"고 말했다.

김명희씨는 "아이들이 친가정으로 복귀하는 것이 맞지만, 18세가 되었는데도 함께 할 수 없는 가정들이 있다"며 "이런 경우 자립하는데 아이들이 두려움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18세이후 자립 준비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그룹홈을 완결 짓는 길일 것이다고 주장했다.

다윗가정의 이 대표는 "아이들은 가정에서 살 권리가 있고 어른들은 아이들을 보살필 의무가 있다"며 "피 "아이들이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인재로 키우기 위해 이웃들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그룹홈 담당자는 "초기 그룹홈 주택 전세자금 지원이 안돼 그룹홈 사업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면서 "그룹홈 운영·인건비에 대한 지원정책은 지속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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