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론 피하는 '나홀로 선거운동'으로 재보선 승리
여, 10·26엔 네거티브 '다걸기' … 심판론 '역풍' 가능성
한나라당 이재오·김태호 의원은 재보궐선거를 통해 구사일생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선거 당시엔 둘 다 "어렵다"고 했다. 정권심판론이 거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을 낮추면서 "죄송하다"를 반복하자, 분노했던 민심이 수그러들었고 이변이 연출됐다. 여당 후보가 '나홀로선거'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반면 열흘 앞으로 다가온 10·26 재보선에 임하는 한나라당 표정에선 '반성'을 찾을 수 없다. 내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상대방 허물을 들추는 네거티브에 집중한다. 이재오·김태호 사례에 역주행하는 장면이다. 여당 선거전략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예상 밖 승리비결은 반성 = 2008년 4월 총선에서 이재오 후보는 뜻밖의 패배를 당했다. 정권 2인자로 불리던 그였다. 그가 거리유세에 나서면 의원급 수십명이 대동했다. 주말유세장엔 수천명이 운집했다. 그러나 오만한 권력을 싫어하는 민심은 이재오를 심판했다.
2년이 지난 지난해 7월. 다시 선거에 나선 이 후보는 달라졌다. 그의 주변을 애워쌌던 '인의 장막'이 사라졌다. 이 후보 혼자 자전거를 탄 채 지역구를 누볐다. 특유의 90도 인사를 선보였다. "반성했다"는 이미지로 야당 후보를 가볍게 제쳤다.
총리 후보에 오를 때만 해도 김태호의 정치인생은 거침이 없었다. '최연소'란 타이틀을 앞세우며 도의원과 군수, 도지사를 역임했다. 그러나 나락으로 떨어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청문회에서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자, 그의 명성은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
올해 4월 재선거로 돌아온 그는 철저히 머리를 조아렸다. 자신의 명함에 아예 "죄송합니다"를 새긴 채 나홀로선거를 벌였다. 구호나 로고송도 없었다. "일할 기회를 달라"는 읍소만 거듭했다. 야권의 집안싸움까지 겹치면서 뜻밖의 승리를 거뒀다.
김 의원이 승리한 4·27 재보선에서 같은 당 강재섭 후보는 패했다. 당 대표까지 지낸 강 후보는 전형적인 여당식 선거를 했다. 휘황찬란한 공약을 쏟아냈고 요란한 선거운동을 벌였다. 반성은 없었다. 물밑에서 심판론이 작동했다. 한나라당이 텃밭인 분당에서 패하는 순간이었다.
◆"숨어 있는 야권표 부를 것" = 10·26 재보선은 정권심판론이 정점에 달한 시기에 치러진다. 치솟는 물가와 전세대란, 청년실업 등은 정권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잇따른 측근비리와 대통령 사저 논란은 민심의 분노를 사고 있다. 더욱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오세훈 전 시장의 무리한 주민투표와 사퇴 때문에 치러지는 선거다. 한나라당이 이재오·김태호 성공사례를 인정한다면 철저한 반성과 함께 '나홀로선거'를 택했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전형적인 여당식 해법을 택했다. 당력을 총동원해 요란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검증을 내세워 야권후보의 흠집을 찾는 데만 급급하다. 반성은 한마디도 없다.
한 정치평론가는 "정권심판론을 피하고 싶다면 이재오·김태호 사례를 벤치마킹했어야 한다"며 "요란한 네거티브로 인해 여론조사 격차가 줄어들지 모르지만 투표당일엔 숨어있는 야권 성향 20·30대표가 쏟아져나오는 역풍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경원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과거 재보선에선 최소한 후보 대 후보 구도에선 우세했기 때문에 (정권심판론을 피하는) 나홀로선거를 통해 후보를 부각시켰다"며 "이번엔 안철수바람 때문에 후보 구도까지 밀리는 형국이라, 우선 박원순의 허상을 알리는 데 치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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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10·26엔 네거티브 '다걸기' … 심판론 '역풍' 가능성
한나라당 이재오·김태호 의원은 재보궐선거를 통해 구사일생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선거 당시엔 둘 다 "어렵다"고 했다. 정권심판론이 거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을 낮추면서 "죄송하다"를 반복하자, 분노했던 민심이 수그러들었고 이변이 연출됐다. 여당 후보가 '나홀로선거'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반면 열흘 앞으로 다가온 10·26 재보선에 임하는 한나라당 표정에선 '반성'을 찾을 수 없다. 내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상대방 허물을 들추는 네거티브에 집중한다. 이재오·김태호 사례에 역주행하는 장면이다. 여당 선거전략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예상 밖 승리비결은 반성 = 2008년 4월 총선에서 이재오 후보는 뜻밖의 패배를 당했다. 정권 2인자로 불리던 그였다. 그가 거리유세에 나서면 의원급 수십명이 대동했다. 주말유세장엔 수천명이 운집했다. 그러나 오만한 권력을 싫어하는 민심은 이재오를 심판했다.
2년이 지난 지난해 7월. 다시 선거에 나선 이 후보는 달라졌다. 그의 주변을 애워쌌던 '인의 장막'이 사라졌다. 이 후보 혼자 자전거를 탄 채 지역구를 누볐다. 특유의 90도 인사를 선보였다. "반성했다"는 이미지로 야당 후보를 가볍게 제쳤다.
총리 후보에 오를 때만 해도 김태호의 정치인생은 거침이 없었다. '최연소'란 타이틀을 앞세우며 도의원과 군수, 도지사를 역임했다. 그러나 나락으로 떨어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청문회에서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자, 그의 명성은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
올해 4월 재선거로 돌아온 그는 철저히 머리를 조아렸다. 자신의 명함에 아예 "죄송합니다"를 새긴 채 나홀로선거를 벌였다. 구호나 로고송도 없었다. "일할 기회를 달라"는 읍소만 거듭했다. 야권의 집안싸움까지 겹치면서 뜻밖의 승리를 거뒀다.
김 의원이 승리한 4·27 재보선에서 같은 당 강재섭 후보는 패했다. 당 대표까지 지낸 강 후보는 전형적인 여당식 선거를 했다. 휘황찬란한 공약을 쏟아냈고 요란한 선거운동을 벌였다. 반성은 없었다. 물밑에서 심판론이 작동했다. 한나라당이 텃밭인 분당에서 패하는 순간이었다.
◆"숨어 있는 야권표 부를 것" = 10·26 재보선은 정권심판론이 정점에 달한 시기에 치러진다. 치솟는 물가와 전세대란, 청년실업 등은 정권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잇따른 측근비리와 대통령 사저 논란은 민심의 분노를 사고 있다. 더욱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오세훈 전 시장의 무리한 주민투표와 사퇴 때문에 치러지는 선거다. 한나라당이 이재오·김태호 성공사례를 인정한다면 철저한 반성과 함께 '나홀로선거'를 택했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전형적인 여당식 해법을 택했다. 당력을 총동원해 요란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검증을 내세워 야권후보의 흠집을 찾는 데만 급급하다. 반성은 한마디도 없다.
한 정치평론가는 "정권심판론을 피하고 싶다면 이재오·김태호 사례를 벤치마킹했어야 한다"며 "요란한 네거티브로 인해 여론조사 격차가 줄어들지 모르지만 투표당일엔 숨어있는 야권 성향 20·30대표가 쏟아져나오는 역풍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경원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과거 재보선에선 최소한 후보 대 후보 구도에선 우세했기 때문에 (정권심판론을 피하는) 나홀로선거를 통해 후보를 부각시켰다"며 "이번엔 안철수바람 때문에 후보 구도까지 밀리는 형국이라, 우선 박원순의 허상을 알리는 데 치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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