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유럽계자금 3조원 유출, 금융시장 출렁
OECD 경기선행지수 3개월동안 연속 하락
유럽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오는 23일이 분수령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제금융시장은 안도감을 즐기는 중이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안도감이냐에 대해서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거론되는 해결책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 유로존(유로화사용국) 뿐 아니라 비유로존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 중국 등 신흥국으로의 전염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 등이 바로 뒷덜미를 잡고 있는 요인들이다. 한국도 출렁이는 금융시장에 하루하루 긴장하는 처지다.
◆금융시장, 이탈은 시작됐다 = 대외변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감염정도가 심각하다. 유럽계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한달간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간 유럽계 자금은 2조9293억원으로 약 3조원에 달했다.
이탈속도는 10월 이후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행들의 자본확충이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유럽은행 등 유럽투자자들이 신흥국 채권 등 해외자산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형민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재정위기로 인한 유럽은행들의 자본확충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 "유럽계 외은지점의 국내채권 축소는 가속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선행지수 하락세 = 금융시장에서만 유럽위기 감염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물경제에서도 조짐이 심상치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경기는 3개월 연속 하락중이다. 지난 12일 OECD는 한국의 8월 경기선행지수(CLI)는 98.8로 전달보다 0.6p 감소했다고 밝혔다. CLI가 100 이하일 때는 경기하강을 뜻한다.
국내 통계수치도 실물경제 침체라는 비슷한 상황을 시사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산업생산은 전월대비 0.3% 줄면서 두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제조업 등 광공업의 부진이 결정타였다. 광공업생산은 자동차, 반도체 및 IT부품 등 우리나라 수출 주력품 생산이 각각 6.7%, 3.0% 줄면서 전월대비 1.9% 감소했다.
◆소규모 개방경제의 한계 = 금융상황과 실물경제가 모두 유럽 위기에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당국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한국경제의 여건이 향상됐기 때문에 지나친 걱정은 금물이라는 입장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었고, 선물환포지션 한도 도입 등 외화 유출입 변동성 완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도 추가됐다는 등의 논거를 든다.
그러나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약점 때문에 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한국경제의 특성상 최악의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기가 급락했던 2008년 4분기 우리나라 GDP성장률은 -4.6%로 여타 국가들에 비해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유럽 위기로 세계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경우 한국이 더 심각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또한번 2008년 위기와 같은 상황을 맞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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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경기선행지수 3개월동안 연속 하락
유럽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오는 23일이 분수령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제금융시장은 안도감을 즐기는 중이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안도감이냐에 대해서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거론되는 해결책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 유로존(유로화사용국) 뿐 아니라 비유로존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 중국 등 신흥국으로의 전염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 등이 바로 뒷덜미를 잡고 있는 요인들이다. 한국도 출렁이는 금융시장에 하루하루 긴장하는 처지다.
◆금융시장, 이탈은 시작됐다 = 대외변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감염정도가 심각하다. 유럽계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한달간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간 유럽계 자금은 2조9293억원으로 약 3조원에 달했다.
이탈속도는 10월 이후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행들의 자본확충이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유럽은행 등 유럽투자자들이 신흥국 채권 등 해외자산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형민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재정위기로 인한 유럽은행들의 자본확충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 "유럽계 외은지점의 국내채권 축소는 가속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선행지수 하락세 = 금융시장에서만 유럽위기 감염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물경제에서도 조짐이 심상치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경기는 3개월 연속 하락중이다. 지난 12일 OECD는 한국의 8월 경기선행지수(CLI)는 98.8로 전달보다 0.6p 감소했다고 밝혔다. CLI가 100 이하일 때는 경기하강을 뜻한다.
국내 통계수치도 실물경제 침체라는 비슷한 상황을 시사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산업생산은 전월대비 0.3% 줄면서 두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제조업 등 광공업의 부진이 결정타였다. 광공업생산은 자동차, 반도체 및 IT부품 등 우리나라 수출 주력품 생산이 각각 6.7%, 3.0% 줄면서 전월대비 1.9% 감소했다.
◆소규모 개방경제의 한계 = 금융상황과 실물경제가 모두 유럽 위기에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당국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한국경제의 여건이 향상됐기 때문에 지나친 걱정은 금물이라는 입장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었고, 선물환포지션 한도 도입 등 외화 유출입 변동성 완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도 추가됐다는 등의 논거를 든다.
그러나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약점 때문에 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한국경제의 특성상 최악의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기가 급락했던 2008년 4분기 우리나라 GDP성장률은 -4.6%로 여타 국가들에 비해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유럽 위기로 세계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경우 한국이 더 심각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또한번 2008년 위기와 같은 상황을 맞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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