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타야마 요시히로 게이오대학 교수(전 일본 총무대신)] “스스로 생각하는 힘 길러주는 재난훈련해야”

지역내일 2011-11-18
매뉴얼 중심 재난대처 한계 … 전담부처 만들어야

올해 3월 11일 오후 2시 46분쯤 일본 도호쿠 지역에서 규모 8.9 강진이 일본 동북부지역을 강타했다. 대지진 이후 10m 높이의 쓰나미(지진해일)가 일부 지역을 덮쳤다. 사상 최대 규모의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다음 날인 12일에는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가 폭발했고 14일에는 3호기도 폭발했다. 2호기 원자로의 냉각장치가 작동을 중단하면서 '체르노빌'참사와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도 예상됐다.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공식 사망자와 실종자는 3만명에 육박한다. 참혹한 일본대지진이 일어난 지 정확히 8개월이 지났다. 연일 신문의 1면을 장식하던 대지진 관련 뉴스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사라졌다.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당시 일본내각의 총무대신이었던 가타야마 요시히로(사진) 게이오대학 교수가 17일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한·일 지방자치단체 재난방지대책' 토론회에서 '동일본 대지진의 대응과 교훈'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서다. 일본총무성은 소방청과 지방자치단체를 관할하는 우리나라 행정안전부와 유사한 조직이다.

지방자치단체를 관할하던 대신인 만큼 그는 당시 상황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는 산증인이다. 그에게 '일본 동북부대지진이 준 교훈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는 "대지진 이후 사람들의 관심이 경제효율성이나 소득문제에서 공동체의 중요성이나 일상생활의 소중함을 깨우치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소에 대비하지 않으면 재난사태가 일어날 때 대처하는 게 불가능하다"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재난대비훈련을 일상적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동북부 대지진이 준 교훈은

여러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위기는 언제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평시에는 재난을 인식하지 못하지만, 이런 사실을 잊을 때 위기가 온다. 항상 재난이 일어날 가능성을 마음 속에 새기는 것이 중요하다.

당시 일본정부가 재난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리더십의 문제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잘한 부분도 많은데 언론보도가 한쪽으로 치우쳐 부정적으로만 비쳐진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대지진 이후 혼자 살아남은 사람들의 자살과 고독사가 줄어든 것은 정부가 잘한 부분인데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총리가 직접 이시하라 도쿄도지사를 찾아가 원전사고지역에 도쿄소방대원을 투입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리더십을 발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책임이 아닌 부분도 비판을 많이 받았다. 쓰레기처리문제나 가설주택 건설문제는 지자체 책임인데 적당한 장소를 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면서 중앙정부가 비난을 받은 경우다.

일본의 재난대응시스템에 문제는 없었나

일본은 재난이 발생하면 1차적으로 기초지자체가 대응하고 다음은 광역지자체가, 마지막으로는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체계다. 보완성의 원리다. 한 기초지자체가 대응할 수 없는 대지진 같은 거대재난은 보완성의 원리가 크게 작용한다. 자위대를 동원한다든지, 전국지사회에 요청해 지방공무원을 피해지역에 파견하거나 재원을 확보하는 문제는 중앙정부가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완해야 할 점은 재난이 발생할 때 국가가 지휘하고 명령하는 부분을 법률적으로 정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복구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보다 지자체의 기능을 복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자체의 행정기능이 복구되어야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지원할 수 있다. 중앙정부는 재원을 확보해주고 인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치단체장을 정신적으로 응원하는 일도 하지만 주민을 직접 지원하는 일은 지자체가 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원전지역 30㎞ 안은 사람이 살 수 없다. 이 지역에 살았던 주민과 행정기관은 다른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 기능이 복구되지 않으면 복구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된다.

한국에 해주고 싶은 얘기는 무엇인가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재난은 매일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재난대비에 관련된 인력을 양성하는 일이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 도로와 다리를 건설하는 일이 행정의 우선순위에 오르겠지만 이래서는 재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다음으로 단체장들이 재난 발생 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숙지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재난대비훈련도 시나리오를 읽는 방식은 곤란하다. 일반적 훈련이 아니라 정말 재난대처에 도움이 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대지진 이후 일본은 어떻게 변했나

사람들의 의식이 가장 크게 변화했다. 당시 일본사람들은 경제효율성을 따지거나, 소득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 하는 문제에만 관심을 가졌다. 이제는 개인의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이나 주변 공동체 활동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우치게 됐다.

행정도 상당히 변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대지진 이전에는 지역진흥, 기업유치 등 지역발전전략에만 관심을 쏟았다. 그러나 이제 주민안전과 방재대책, 피난소 안전문제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역의 일체성을 강조하는 행정의 모습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지자체들이 에너지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에너지 공급은 중앙정부의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대지진 이후 도쿄전력의 송전량이 떨어지면서 각 지역이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홍범택 기자 durumi@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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