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혼외출산이 저출산 해법?(문창재)

지역내일 2011-11-18

늦게 얻은 손자를 키우면서 보육의 어려움을 절감했다. 아들 내외가 아기 보러 오는 화요일과 금요일이 그렇게 기다려질 수 없었다. 그 애들이 오지 않는 날은 온 하루를 아기 보는 일에 바쳐야 했다. 컨디션이 안 좋아 깊이 잠들지 못하는 아기를 밤새 8번이나 업어서 재운 일도 있다.

유아원 보낼 나이가 되어 구립 어린이집에 찾아갔다가 겪은 낭패는 한국에서 아기 키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웅변하는 '사건'이 될 것이다. 낳자마자 입원신청을 한 유아가 수십명 대기 상태여서 3~4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도리 없이 사설 유아원에 보냈더니, 아기 보아주는 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 5시간뿐이었다. 일하는 엄마들이 아기를 키울 수 없는 사정을 그 때 알았다.

조부모가 없거나 가까이 살지 않는 아기는 어떻게 양육되나 싶기도 했다. 부부 중 한 사람이 버는 돈을 쏟아부어 도우미를 두지 않고는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없는 현실을 겪으면서, 저출산 현상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체득했다. 아이를 낳기도, 기르기도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를 놔두고는 백약이 무효라는 것을 절감했다.

아이를 낳기도, 기르기도 너무 어려운 현실

"혼외출산 용인이 문제의 해법"이라는 한국개발원(KDI) 김영철 연구위원의 '저출산 대책 보고서' 보도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대응책이라는 방법론은 차치하고, 국책연구기관에서 어떻게 그렇게 파격적인 해법을 내놓는지 놀랍기만 하다.

결혼이 인륜의 대사라는 것은 입에 담을 필요도 없다. 굳이 유교문화 전통과 인습을 들먹일 필요도 없는 일이다. 아무리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기로서니, 혼외출산이 초저출산 문제의 해법이라는 주장은 국민의 정서에 너무 거슬린다. 유럽 여러 나라들이 그렇게 하여 저출산을 극복했으니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제안은,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릴 것 없다는 극단론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김 연구위원은 기존가정의 출산율 높이기에 초점을 맞춘 현재의 출산장려 대책은 결혼 기피와 만혼 현상이 깊어가는 지금으로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동거와 혼외출산을 용인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유럽 여러 나라의 사례를 소개했다. 1950년대부터 만혼과 비혼 풍조가 나타나기 시작한 북유럽에서는 1980년대 출산율이 1.7까지 떨어졌다가 동거와 혼외출산을 받아들여 출산율을 반등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는 혼외출산율이 높은 아이슬란드(64.1%), 노르웨이(55%), 프랑스(52.8%), 영국(45.4%), 미국(38.5%) 같은 나라의 출산율이 2 안팎인 데 비해, 한국과 일본은 1.19, 1.37에 머물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높은 혼외출산율을 부러워했다.

그러나 유럽의 성공이 혼외출산 용인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은 건너뛰었다. 그들이 얼마나 오래동인 지속적으로 출산장려 시책에 골몰해왔는가를 설명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제안이 아닐까. 보육을 책임지고 교육에 큰돈이 들지 않게 하는 제도는 물론이고, 결혼과 출산 여건을 향상시키는 일에 얼마나 공을 들여왔는지를 강조해야 본보기가 된다.

결혼과 출산 여건 향상에 꾸준히 공들여야

취직은 하늘의 별 따기고, 어렵사리 결혼을 해도 집 장만은 꿈도 꾸기 어려운 것이 우리 젊은이들의 현실이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우선 기를 방법이 없어 마음을 먹기조차 어렵다. 설사 보육여건이 보장된다 해도 사교육비가 무서워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 젊은 부부들 공통의 고민이다.

유치원부터 시작되는 학원비에 살인적인 대학등록금, 졸업 후에도 보장되지 않는 취업에 생각이 미치면 아이 낳기가 무섭다고 하소연한다. 그런 친구들을 보는 젊은이들이 결혼할 용기가 날 것인가.

이렇듯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는 먹고사는 문제와 복합적으로 얽힌 난마와 같다.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지고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꾸준히 여건을 개선해가는 노력 없이는 풀 수 없는 문제다. 결혼과 출산이 기쁨과 행복의 첫걸음이라는 사실에 젊은이들이 동의하지 않는 한, 어떤 대책도 그들을 움직일 수 없다. 자녀 키우기에 걱정이 없는 좋은 세상이라면 누가 그 기쁨과 행복을 외면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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