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시평] 친구의 친구 : 약한 유대의 승리

지역내일 2011-10-31
임석준 동아대 정치외교학 교수

전세계적으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가 주목받고 있다. SNS는 비슷한 관심거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사회적 관계망을 구축하는 온라인 서비스나 사이트를 의미하는데, 유저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생각, 활동, 이벤트, 관심사 등을 공유할 수 있다. SNS는 올 봄 아랍 국가들에서 정부에 불만을 품은 시위대를 집결시켜 주목을 받았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젊은층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수단이 되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약한 유대(weak ties)를 기반으로 한다. 약한 유대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몇번 만나지 않았거나, 한 때 알았던 사람, 혹은 '친구의 친구'인 사람을 포함한다. 약한 유대는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고 다양한 범위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한편 강한 유대(strong ties)는 가까운 친구(절친), 가족, 친지와 같이 자주 만나는 집단이다. 강한 유대는 한번 형성되면 서로 원수가 되지 않는 한 평생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가족과 조직폭력배가 공통점이 있다면 결코 마음대로 가입하고 탈퇴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라는 점이다.

'약한 유대'의 박원순, '강한 유대'의 나경원

페이스북 친구들 중에는 학교 동창 등 직접 오프라인에서 만난 친구들도 있지만,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친구의 친구'가 훨씬 많다. 세대를 뛰어넘어 아들의 친구와 친구가 되기도 하고, 제자의 친구와 친구가 되기도 한다. 또한 해외에서 근무하는 지인의 외국인 친구가 친구 요청을 하는 경우마저 있다.

박원순과 나경원의 승부를 가른 것은 그들의 친구보다는 '친구의 친구'였다. 이는 양 진영의 선거 대책 인사들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박원순 후보가 선대위 '멘토'로 영입한 인사들은 공지영 작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이외수 작가, 이창동 영화감독, 정혜신 전문의, 조 국 교수 등 다양한 직업군의 인사들이다. 나경원 후보의 선대위는 박 진, 신지호, 강승규 등 수도권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동질적 집단이었다.

선대위 인사를 친구에 비유한다면, 박원순의 친구는 그와 일년에 고작 한두 번 어울리는 사람들이다. 반대로 나경원의 친구는 매일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당이 어려울 때는 함께 스크럼 짜고 몸싸움하며 밤샘하는 그야 말로 즐거움과 고통을 나눈 동지들이다. 박원순의 친구는 각자의 일에 바빠 번갈아가며 유세에 참여한 반면, 나경원의 친구들은 지구당이라는 일사불란한 조직을 가동할 수 있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경원 후보를 도왔다.

친구만 따진다면 결집력이 강한 나경원이 박원순 보다 한수 위였다. 그러나 결과는 결집력은 약하지만 확산력이 강한 박원순의 승리였다. 친구보다는 '친구의 친구'가 중요했던 것이다. 나경원은 강한 유대에 의존했다. 매일 만나는 친구가 나경원 후보를 열심히 도왔지만, 동료 국회의원의 친구는 나경원의 친구와 중복되기 때문에 표가 확산되는 데 커다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내 친구가 아니라 '친구의 친구'를 끌어들이는 게 관건

박원순은 약한 유대에 의존하여 선거를 치렀다. 박원순과 친구들은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친구의 친구'가 내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지지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친구의 범위도 세대 직업 지역 등 장벽을 훌쩍 넘어버렸다. 약한 유대가 강한 유대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한 것이다.

만약 우리가 지지의 강렬함(intensity)을 측정할 수 있다면 강한 유대의 친구를 가지고 있는 나경원이 약한 유대의 친구를 가지고 있는 박원순을 압도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민주주의에서는 선호의 강도를 측정할 방법이 없고, 특정후보를 강렬하게 지지하건 희미하게 지지하건 모두 같은 한표로 계산된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에서 승리의 관건은 내 친구를 투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친구의 친구'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