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사라져야 할 ‘끼리끼리 인사’ (신명식 2001.11.13)
신명식 정치담당 편집위원
김대중 대통령이 앞으로 ‘인사 탕평책’을 실시할 것이라고 한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청와대에서는 이같은 김 대통령의 인사방침이 최근 군과 경찰 수뇌부 인사에서 반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통령은 지난달 육군참모총장에 당초 유력시되던 전북 출신의 이남신 대장 대신 경남 출신인 김판규 대장을 임명했다. 9일 경찰청장에는 전남 출신인 이대길 당시 경찰대학장 대신 ‘순리에 따라’ 충남 출신인 이팔호 서울청장을 임명한 바 있다.
김 대통령은 이팔호 신임 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청장 인사에서 내가 모범을 보였으니 이 청장도 공정한 인사의 모범을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 이런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사회에는 여전히 인사편중을 둘러싼 불만의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 우리 동포가 처형당했으나 우리 공관이 몰랐던 사건도 다 이유가 있다. 인사에 불만을 품은 공무원들의 복지부동하며 책임질 일은 안하고, 집권세력 줄대기에나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남 소폭줄고 호남 대폭늘어 피해본 중부권
우리 사회는 김대중 정부 출범이래 ‘지역차별 편파인사’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여야가 자신에게 유리한 통계자료만을 편의적으로 들먹이며 공방을 벌여왔다.
중앙인사위원회가 올 3월 역대 정부의 간부급 공직자 현황자료를 발표했다. 중앙인사위가 야심적으로 만들었다는 자료가 고작 “과거정부는 편중인사가 극심했지만 현 정부 들어 정상화됐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중앙인사위 등은 간단한 셈법도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자료에 의하면 30개 부처의 120개 요직이 과거 정권에는 영남출신이 평균 42.4%를 차지했으나, 현 정부에서는 38.4%로 떨어졌다. 반면 호남출신은 평균 11.6%에서 27.3%로 뛰어올랐다. 이것만 보면 과거의 영남편중, 호남차별을 그들의 말대로 바로잡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영호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영호남을 제외한 지역출신들은 역대정권에서 120개 요직중 46%를 차지했었다. 현 정권에서는 34.3%로 줄어들었다. 영남출신이 소폭으로 줄어든 반면 호남출신이 대폭 늘어나는 바람에 여타 지역출신들의 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영남출신들이야 요직중 요직에서는 모두 밀려났다하더라도 큰 불이익은 받은 것 같지 않다. 그러나 호남출신들의 밥그릇이 커지다 보니 여타지역출신들은 승진이나 보직에서 그 어느 역대 정권 때보다 철저하게 소외됐다. 이래서 “끼리끼리 다 해먹는다”는 냉소와 불평이 공공연히 나오는 것이다.
공무원들이야 특정지역출신을 억지춘향격으로 승진을 시키는데 한계가 있고, 경력이 안되는 사람을 요직에 앉히는데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가 가능한 공기업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현재 20개 주요 공기업의 사장과 감사 자리 40개중 호남출신이 20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집권세력은 줄곧 호남차별을 해소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쇠귀에 경 읽기’ 처럼 답답한 노릇이다.
지역주의 타파로 능력 우선하는 새 인사정책을
미국은 1961년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사회적약자보호법)으로 교육, 고용, 사업기회에서 흑인이나 여성을 우대하며 차별을 시정해 나갔다. 백인남성을 역차별한다는 불만도 있었지만, 연방대법원은 과거 차별대우를 시정하기 위한 조처는 헌법상 허용된다고 여러 차례 판결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1995년 발표된 보고서를 보면 백인남성 근로자의 60%(1961년) 정도이던 흑인남성 근로자나 여성근로자의 평균소득이 각각 74%와 72%(1993년)로 향상됐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캘리포니나 텍사스 루이지애나 등에서 ‘어퍼머티브 액션’이 폐지됐다. 연방 대법원도 소수계를 우대하는 선거구획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시해 어퍼머티브 액션이 위기에 몰려있다.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사회가 소수계 우대조처가 없더라도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고 한다. 그러나 주민투표를 통해 97년 이를 폐지한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버클리나 UCLA에 입학하는 소수계가 대거 줄었다고 한다.
한국의 지역편중 인사를 미국의 흑백문제와 단순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뿌리깊은 차별은 한두 해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30여 년 간 내려온 지역차별을 김대중 정부가 불과 3년여 만에 호남인사로 충원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 후유증이 너무나 크다. 지역편중인사라는 전근대적인 말이 사라지고, 능력이나 자질이 인사의 최우선 기준이 되는 날이 와야한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새 인사정책을 마련해 실시한다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이를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신명식 정치담당 편집위원내일시론>
신명식 정치담당 편집위원
김대중 대통령이 앞으로 ‘인사 탕평책’을 실시할 것이라고 한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청와대에서는 이같은 김 대통령의 인사방침이 최근 군과 경찰 수뇌부 인사에서 반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통령은 지난달 육군참모총장에 당초 유력시되던 전북 출신의 이남신 대장 대신 경남 출신인 김판규 대장을 임명했다. 9일 경찰청장에는 전남 출신인 이대길 당시 경찰대학장 대신 ‘순리에 따라’ 충남 출신인 이팔호 서울청장을 임명한 바 있다.
김 대통령은 이팔호 신임 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청장 인사에서 내가 모범을 보였으니 이 청장도 공정한 인사의 모범을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 이런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사회에는 여전히 인사편중을 둘러싼 불만의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 우리 동포가 처형당했으나 우리 공관이 몰랐던 사건도 다 이유가 있다. 인사에 불만을 품은 공무원들의 복지부동하며 책임질 일은 안하고, 집권세력 줄대기에나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남 소폭줄고 호남 대폭늘어 피해본 중부권
우리 사회는 김대중 정부 출범이래 ‘지역차별 편파인사’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여야가 자신에게 유리한 통계자료만을 편의적으로 들먹이며 공방을 벌여왔다.
중앙인사위원회가 올 3월 역대 정부의 간부급 공직자 현황자료를 발표했다. 중앙인사위가 야심적으로 만들었다는 자료가 고작 “과거정부는 편중인사가 극심했지만 현 정부 들어 정상화됐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중앙인사위 등은 간단한 셈법도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자료에 의하면 30개 부처의 120개 요직이 과거 정권에는 영남출신이 평균 42.4%를 차지했으나, 현 정부에서는 38.4%로 떨어졌다. 반면 호남출신은 평균 11.6%에서 27.3%로 뛰어올랐다. 이것만 보면 과거의 영남편중, 호남차별을 그들의 말대로 바로잡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영호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영호남을 제외한 지역출신들은 역대정권에서 120개 요직중 46%를 차지했었다. 현 정권에서는 34.3%로 줄어들었다. 영남출신이 소폭으로 줄어든 반면 호남출신이 대폭 늘어나는 바람에 여타 지역출신들의 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영남출신들이야 요직중 요직에서는 모두 밀려났다하더라도 큰 불이익은 받은 것 같지 않다. 그러나 호남출신들의 밥그릇이 커지다 보니 여타지역출신들은 승진이나 보직에서 그 어느 역대 정권 때보다 철저하게 소외됐다. 이래서 “끼리끼리 다 해먹는다”는 냉소와 불평이 공공연히 나오는 것이다.
공무원들이야 특정지역출신을 억지춘향격으로 승진을 시키는데 한계가 있고, 경력이 안되는 사람을 요직에 앉히는데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가 가능한 공기업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현재 20개 주요 공기업의 사장과 감사 자리 40개중 호남출신이 20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집권세력은 줄곧 호남차별을 해소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쇠귀에 경 읽기’ 처럼 답답한 노릇이다.
지역주의 타파로 능력 우선하는 새 인사정책을
미국은 1961년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사회적약자보호법)으로 교육, 고용, 사업기회에서 흑인이나 여성을 우대하며 차별을 시정해 나갔다. 백인남성을 역차별한다는 불만도 있었지만, 연방대법원은 과거 차별대우를 시정하기 위한 조처는 헌법상 허용된다고 여러 차례 판결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1995년 발표된 보고서를 보면 백인남성 근로자의 60%(1961년) 정도이던 흑인남성 근로자나 여성근로자의 평균소득이 각각 74%와 72%(1993년)로 향상됐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캘리포니나 텍사스 루이지애나 등에서 ‘어퍼머티브 액션’이 폐지됐다. 연방 대법원도 소수계를 우대하는 선거구획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시해 어퍼머티브 액션이 위기에 몰려있다.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사회가 소수계 우대조처가 없더라도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고 한다. 그러나 주민투표를 통해 97년 이를 폐지한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버클리나 UCLA에 입학하는 소수계가 대거 줄었다고 한다.
한국의 지역편중 인사를 미국의 흑백문제와 단순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뿌리깊은 차별은 한두 해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30여 년 간 내려온 지역차별을 김대중 정부가 불과 3년여 만에 호남인사로 충원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 후유증이 너무나 크다. 지역편중인사라는 전근대적인 말이 사라지고, 능력이나 자질이 인사의 최우선 기준이 되는 날이 와야한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새 인사정책을 마련해 실시한다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이를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신명식 정치담당 편집위원내일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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