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현대해상화재·현대중공업계열 등 20여곳에 달해
대부시장 건전화에 도움 … 업계 "금리인하 효과없어"
저소득 저신용자층을 대상으로 고금리 대출을 하고 있는 대부업체에 일반 금융회사와 재벌기업들도 진출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자산 100억원 이상 대형 대부업체 100군데 가운데 20여곳은 금융회사나 재벌기업, 일반 대기업 계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제품 판매를 원활히 하기 위한 차원에서 대부업에 등록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이나 차량렌탈 및 중고차 매매업, 사무기기 임대업을 하고 있는 케이티렌탈 등을 포함한 귀뚜라미홈시스, 아주렌탈, LS계열의 예스코, 한국아이비엠, 롯데쇼핑 등이 이에 해당된다. 본업을 위한 파이낸싱이기 때문에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시설대여업이나 할부금융업으로 등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법상 할부금융업자나 시설대여업자로 등록하게 되면 자금조달이나 부동산 취득, 대주주와의 거래 등에서 제한을 받는다. 반면 대부업은 이자율이나 대부광고 등만 제한을 받지 다른 규제는 없다. 200억원 이상이어야 하는 여전법과 달리 자본금 규모도 없다.
◆미국계 금융회사도 대부업체 운영 = 아예 대출이용자와 법인을 대상으로 대부업을 하기 위해 등록한 곳도 10여곳에 이른다.
기협기술금융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대·중소기업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1995년 10월에 설립한 대부업체다. 기협기술금융은 자금 차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팩토링 및 담보, 신용대출을 해주고 있다. 거래 업체는 120여개로 자영업자 비중이 20% 정도다.
기협기술금융 박재성 상무는 "일반 대부업체와 성격이 판이한데도, 여전법상 여전사로 등록하기에도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지난 6월에 대부업 등록을 했다"며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 중 기업내용은 좋지만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업금융도 법인에 한정해 돈을 빌려주는 대부업체다. 현대기업금융은 현대중공업(67.5%)과 현대건설(9.3%), 현대산업개발(9.3%), 현대캐피탈(9.3%), 정몽일(4.6%) 회장이 지분을 갖고 있는 대부업체로 자본금은 915억원이다. 이 정도 자본금이라면 충분히 여전법상 할부금융업자나 시설대여업자로 등록할 수 있다. 하지만 할부금융업자 등으로 등록하면 100% 대출업무를 할수 없다. 자동차 할부 등 재화와 용역에 대한 할부금융을 50% 이상 취급해야 한다. 대부업에는 이런 제한이 없다.
현대기업금융 조미경 팀장은 "회사 설립 이후 개인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해 본적이 없다"며 "할부나 리스는 시장이 좋다면 모를까, 굳이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또 페닌슐라캐피탈은 미국계 금융회사인 메릴린치가, 한국피에프대부금융은 스탠다드 차티드(Standard Chartered) PLC의 계열사인 프라임 파이낸싱 홀딩스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대부업체이다. 페닌슐라캐피탈은 지난 2007년 이후 신규대출을 중단하고 기존 대출채권의 회수만 하고 있다.
◆하이캐피탈대부 지난해말 금리 인하 검토 = 현재 일반 대출이용자를 대상으로 대부업을 하고 있는 곳은 하이캐피탈대부와 동양파이낸셜대부다.
하이캐피탈대부는 현대해상화재보험의 계열사인 현대씨앤알과 현대에이치디에스가 지분을 갖고 있고, 동양파이낸셜대부는 동양그룹의 동양종합금융증권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동양파이낸셜대부가 주로 대출모집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 하이캐피탈대부는 본연의 대부업을 하고 있다. 물론 동양파이낸셜대부도 일부 저신용자층을 대상으로 소액 신용대출을 하고 있기는 하다. 대출 잔액은 400억원 가량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공신력있는 금융기관이 대부업을 하는 것이 시장을 건전화하고 서민금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금융감독원과 협의를 거쳐 진출했다"며 "다른 대부업체에 비해 조달금리를 낮출수 있는 만큼, 금리인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하이캐피탈대부는 지난해말에 대출금리 인하를 구체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같은 재벌기업이나 금융회사의 대부업 진출에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금리 인하 등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는 커녕 고금리 대출을 통해 자신들의 배만 불린다는 것이다.
대부업계 한 관계자는 "평판 리스크 때문에 주저하던 금융자본이나 거대 자본이 대부업에 들어온 것은 반길 일이지만, 효과는 그리 없어 보인다"며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는 거대자본이 들어오면 금리인하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봤는데, 그렇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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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시장 건전화에 도움 … 업계 "금리인하 효과없어"
저소득 저신용자층을 대상으로 고금리 대출을 하고 있는 대부업체에 일반 금융회사와 재벌기업들도 진출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자산 100억원 이상 대형 대부업체 100군데 가운데 20여곳은 금융회사나 재벌기업, 일반 대기업 계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제품 판매를 원활히 하기 위한 차원에서 대부업에 등록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이나 차량렌탈 및 중고차 매매업, 사무기기 임대업을 하고 있는 케이티렌탈 등을 포함한 귀뚜라미홈시스, 아주렌탈, LS계열의 예스코, 한국아이비엠, 롯데쇼핑 등이 이에 해당된다. 본업을 위한 파이낸싱이기 때문에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시설대여업이나 할부금융업으로 등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법상 할부금융업자나 시설대여업자로 등록하게 되면 자금조달이나 부동산 취득, 대주주와의 거래 등에서 제한을 받는다. 반면 대부업은 이자율이나 대부광고 등만 제한을 받지 다른 규제는 없다. 200억원 이상이어야 하는 여전법과 달리 자본금 규모도 없다.
◆미국계 금융회사도 대부업체 운영 = 아예 대출이용자와 법인을 대상으로 대부업을 하기 위해 등록한 곳도 10여곳에 이른다.
기협기술금융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대·중소기업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1995년 10월에 설립한 대부업체다. 기협기술금융은 자금 차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팩토링 및 담보, 신용대출을 해주고 있다. 거래 업체는 120여개로 자영업자 비중이 20% 정도다.
기협기술금융 박재성 상무는 "일반 대부업체와 성격이 판이한데도, 여전법상 여전사로 등록하기에도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지난 6월에 대부업 등록을 했다"며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 중 기업내용은 좋지만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업금융도 법인에 한정해 돈을 빌려주는 대부업체다. 현대기업금융은 현대중공업(67.5%)과 현대건설(9.3%), 현대산업개발(9.3%), 현대캐피탈(9.3%), 정몽일(4.6%) 회장이 지분을 갖고 있는 대부업체로 자본금은 915억원이다. 이 정도 자본금이라면 충분히 여전법상 할부금융업자나 시설대여업자로 등록할 수 있다. 하지만 할부금융업자 등으로 등록하면 100% 대출업무를 할수 없다. 자동차 할부 등 재화와 용역에 대한 할부금융을 50% 이상 취급해야 한다. 대부업에는 이런 제한이 없다.
현대기업금융 조미경 팀장은 "회사 설립 이후 개인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해 본적이 없다"며 "할부나 리스는 시장이 좋다면 모를까, 굳이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또 페닌슐라캐피탈은 미국계 금융회사인 메릴린치가, 한국피에프대부금융은 스탠다드 차티드(Standard Chartered) PLC의 계열사인 프라임 파이낸싱 홀딩스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대부업체이다. 페닌슐라캐피탈은 지난 2007년 이후 신규대출을 중단하고 기존 대출채권의 회수만 하고 있다.
◆하이캐피탈대부 지난해말 금리 인하 검토 = 현재 일반 대출이용자를 대상으로 대부업을 하고 있는 곳은 하이캐피탈대부와 동양파이낸셜대부다.
하이캐피탈대부는 현대해상화재보험의 계열사인 현대씨앤알과 현대에이치디에스가 지분을 갖고 있고, 동양파이낸셜대부는 동양그룹의 동양종합금융증권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동양파이낸셜대부가 주로 대출모집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 하이캐피탈대부는 본연의 대부업을 하고 있다. 물론 동양파이낸셜대부도 일부 저신용자층을 대상으로 소액 신용대출을 하고 있기는 하다. 대출 잔액은 400억원 가량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공신력있는 금융기관이 대부업을 하는 것이 시장을 건전화하고 서민금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금융감독원과 협의를 거쳐 진출했다"며 "다른 대부업체에 비해 조달금리를 낮출수 있는 만큼, 금리인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하이캐피탈대부는 지난해말에 대출금리 인하를 구체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같은 재벌기업이나 금융회사의 대부업 진출에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금리 인하 등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는 커녕 고금리 대출을 통해 자신들의 배만 불린다는 것이다.
대부업계 한 관계자는 "평판 리스크 때문에 주저하던 금융자본이나 거대 자본이 대부업에 들어온 것은 반길 일이지만, 효과는 그리 없어 보인다"며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는 거대자본이 들어오면 금리인하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봤는데, 그렇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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