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했다가 거대한 벽에 막혀 주저앉는 사람들도 많다. 한국농정신문사가 지난 5년간 신문사로 온 '101통의 편지'를 엮어 최근 펴낸 '농촌에서 온 편지'에는 거대한 벽에 대한 이야기, 거대한 벽을 극복하려는 몸부림과 그 속에서 겪는 안타까움과 분노가 있다. 포기하지 못하는 희망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존심과 고집이 있다.
전북 순창에서 낙농을 하고 있는 '윤애경'씨는 대학시절 농촌활동을 '왔다'가 총각 이장님과 결혼했고, 농부가 됐다. 어느날 사춘기를 맞이한 아들을 보며 자녀교육에 소홀했던 자신을 돌아본다. 그리고 아들, 아들 친구와 함께 서울로 깜짝 테마여행을 했다. 자신이 다니던 대학도 가보고, 대학병원의 중환자실도 가보고, 새벽의 평화시장도, 학원가도 가본다. 서울대학교 도서관에도 갔다.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 보여주려고. 아들은 자극을 받아서 열심히 공부한다고 한다.
팍팍한 현실을 여과없이 담아놓은 101통의 편지 중에서 유난히 인상에 남는 편지는 '해마다 농사 늘릴 계획'이라는 염선업(충북 괴산군 청천면)씨의 글이다. 염씨는 "그저 나와 우리 가족의 좀 다른 삶의 방식찾기"로 농사를 시작했는데 "요즘들어 새로운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들은 '이웃에 사는 어른신'들이다.
어르신들은 있는 그대로 생명의 삶을 이루고 있었다. 세상의 상식적인 기준과 질서에 따르지 않는 그들의 삶 속에는 생명을 있게 할 수 있는 치열한 원초적 기운이 있었다.
부자농부도, 폐허가 돼 가고 있는 농촌도 모두 현실이다. 101통의 편지는 이 모두를 보여주는 '실사구시'의 농촌보고서다.
한국농정 / 글 농민 101명 그림 박홍규
1만8000원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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