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기본 상생' '열정 소탈함'.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이 10일 오전 2012년 예산안 기자설명회에 이어 오후 서울시의회 시정연설에서 보여준 모습이다.
2012년 서울시 예산안에서 엿볼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희망 기본 상생이다. 복지 도시안전 자치구지원 3개 분야 예산이 올해에 비해 가장 큰 규모로 확대됐다. 박 시장은 "서울의 나침반을 (전시성 토건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돌려 '더불어 사는 마을공동체' '함께 잘 사는 희망 서울'을 목표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복지예산은 올해보다 6045억원(13.3%) 늘어난 5조1646억원. 점유비율은 올해 24%에서 26%로 2%포인트 높아졌다. 박 시장은 시민들이 집과 등록금 보육에 대한 걱정 대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복지예산을 임기 내 30%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해왔다. 공공임대주택 1만6305호(5792억원)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182억원)국·공립어린이집확충(890억원) 등이다. 서울시 특성을 반영한 복지기준을 다시 설정하기 위한 예산 6억원도 포함돼있다.
재난관리 예방의료 등 도시안전이라는 기본을 바로세우는데 쓸 예산은 7395억원. 올해 5123억원보다 2272억원 늘었다. 증감률로만 따지면 44.3%, 최대 수준이다. 시는 특히 시민과 함께 하는 시설물 안전관리를 위한 예산 37억원을 새로 책정했다. 저소득층 밀집지역의 위험요소를 정비하고 재난취약가구 안전점검과 정비 등을 위해 쓸 돈이다. 반면 도시안전 분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해·산사태 예방사업비 4626억원은 하수관거 개량, 빗물펌프장 신·증설, 빗물저류조 설치 등 기존 시설중심 투자라 시의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자치구 지원 예산은 점유율면에서는 15.3%로 변함없지만 지원금액은 올해 2조9050억원보다 1395억원(4.8%) 늘어난 3조445억원이다. 시는 또 구비 매칭방법을 바꿔 보육시설 확충예산 최대 90%까지 시에서 부담하는 한편 사회복지관 운영을 위한 자치구 부담은 올해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자치구 구민 = 서울시민'이라는 점을 강조해온 박 시장이 서울시만의 나홀로 행정이 아니라 자치구와의 상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예산안 발표와 시의회 출석에서 박원순 시장이 보여준 '시장상'은 열정과 소탈함으로 대변된다. 박 시장은 간단한 인사말만 끝낸 뒤 해당 분야 실·국장에게 맡기고 물러났던 전임 시장과 달리 1시간 가량 이어진 예산설명과 문답을 본인이 주도하는 열정을 보였다.
그는 "열흘간 공무원들과 밤을 지새우며 머리를 맞댔다"며 "시장부터 업무추진비를 줄이고 사무실을 축소하는 등 절약에 솔선수범하겠다"고 말했다. 설명 말미에는 현재 모습부터 머리가 빠지고 주름이 패인 가상의 모습을 담은 그림 석장을 제시, "임기 말 이렇게 될까 우려도 되지만 시민을 위해서라면 열심히 하겠다"고 익살스럽게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오후에는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내년 예산안과 올해 추경예산안을 두고 첫 시정연설을 했다. 박 시장은 허광태 의장이 경청과 설득, 소통과 화합을 요구한데 대해 "시와 의회는 마차의 양바퀴와 같다"며 "늘 함께 논의하고 협력해야 시민에게 행복을 선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화답했다. 그는 "물리적 시간 부족으로 100% 완성도 있는 예산안을 만들지 못해 아쉽다"며 "시의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나온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연단에 올라 시의원들에게 인사하는 과정에서 "(의장님께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뒤에 계신다"며 돌아서 인사를 하기도 하고 2012년 예산안에 이어 올해 추경예산안을 설명하기 직전 "이거 지금 하는 거 맞죠?"라고 묻는 등 순박한 모습을 보여 딱딱한 회의장에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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