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행정도 ‘인권 감수성’ 높여야 한다

지역내일 2011-12-01
김정재 서울 노원구 상계5동 주무관

지난 3월 정기인사를 통해 10년만에 동주민센터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행정도 많이 변해 있었다.

내가 맡은 인감 업무도 예전과 달리 본인의 경우 인감도장 없이도 전국 어디서나 발급받을 수 있는 등 편리하게 발전해 있었다. 하지만 인감증명서를 대리로 발급하는 과정에서 아직도 전근대적인 제도가 존재하고 있다.

다 알다시피 인감증명서는 일상생활에서 자동차를 팔 때나 상속 계약 대출 등 중요한 경제행위를 할 때 필요한 민원서류다. 세상이 좋아져 모든 동 주민센터에서 발급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바쁜 나머지 아내나 부모에게 부탁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인감증명서를 대리로 발급받을 경우 다른 민원서류들과는 달리 대리인이 지문을 발급대장에 찍지 않으면 발급받을 수가 없다. 본인은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을 때 서명하거나 지문을 찍으면 되지만, 대리인의 경우 지문을 찍어야만 발급받을 수 있도록 규정돼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인감증명 사무편람을 보면 "인감신청인이 본인인 경우 무인 날인을 강요해서는 아니된다"고 돼 있다.

부인이 남편 인감증명 떼려면 지문 찍어야

이를 반대 해석하면 인감신청인이 대리인인 경우 무인 날인을 강요해도 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전국 모든 동 주민센터에서는 대리인의 지문을 받고 인감증명서를 교부하고 있다. 인감사고 예방이란 미명 아래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인감증명 대리발급시 수령자 무인날인은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 현행법상 관세범의 조사를 위한 서류, 범죄신고조서 등에서 예외적으로 지문을 찍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민원서류를 대리발급받는 데에 지문을 찍도록 한 것은 선량한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지 않은지 의심스럽다. 동 주민센터에서는 인감사고예방을 위해 위임장을 받고 대리인의 인적사항을 전산뿐만 아니라 인감증명발급대장에도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누가 인감증명서를 대리발급해 갔는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3단계 안전장치를 마련했건만 국민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지문만을 유일한 수령방법으로 정한 것은 국민을 믿지 못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인감증명 대리발급은 신청자의 약 11%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5동 주민센터의 경우 지난해 총 8858명이 인감증명을 신청했으며 이 가운데 1041명이 대리로 인감증명을 발급받았다. 즉 1041명이 자신의 지문을 발급대장에 찍고 서류를 받아 간 것이다. 이를 전국적으로 환산한다면 수만명의 국민이 민원서류 하나 발급받는 데 자신의 지문을 찍는 불편을 겪었던 것이다.

이와 함께 대리인의 엄지손가락에 잉크에 묻혀서 지문을 찍고 닦도록 한 것은 민원인에게 불편을 줄 뿐만 아니라 서명보다 많은 시간을 소비해 행정력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시행령 잘못 바꿔 국민 선택권 박탈

한편 인감증명 대리발급 제도가 원래부터 대리인의 무인만을 받도록 한 것은 아니었다. 2003년 인감증명법시행령 16차 개정 이전까지는 대리인도 서명하거나 도장이나 지문을 찍고 인감증명서를 받아갈 수 있었다. 인감을 받을 때 도장을 찍고 수령해 가는 규정만 고치면 될 것을 시행령을 잘못 바꿔 국민의 선택권을 박탈한 것이다.

인감증명 대리발급시 대리인의 선택에 따라 서명이나 지문 날인후 인감증명서를 수령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국민은 민원서류를 발급받으면서 우리 헌법이 규정한 신체의 자유와 행복을 누리기를 바라고 있다. 이제 행정도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높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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