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경쟁에 청약 거절 못해 … 사기 유발하는 상품개발도 문제
심사 인원도 부족 … 생·손보협회, 계약정보 조회시스템 구축

보험범죄 아카데미 개최 생·손보협회가 지난 5월 각 보험사의 특별조사팀 직원과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보험범죄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아카데미는 매년 4회 이상 열린다. 사진 손보협회 제공
김 모씨는 현대해상화재보험 소속 보험사기특별조사팀(Special Investigation Unit SIU) 직원이다. 김씨는 매일 서울지역의 보상센터로 나가 보험사기 의심이 드는 사고와 씨름하는 게 하루의 일과다.
사무실에는 잠시 있을 뿐, 일선 현장 근무가 많다. 자동차 교통사고 현장을 찾는가 하면 보험가입자와 피해자를 만나기도 한다. 김씨가 한 달에 처리하는 조사 건수만 60여건 정도. 조사 결과, 20∼30%는 보험사기 혐의가 있는 것으로 내려진다. 물론 혐의가 있다고 해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안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보험가입자의 사기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보험가입자가 보험금 수급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 증거를 찾는 것이 SIU 요원한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인 것이다.
현대해상은 보험사 중에서는 일찍이 조사요원을 선발, 배치했다. 지난 1997년 2명에 불과했던 것이, 최근에는 50명으로 늘었다. 보상지원부에 편제돼 있었던 조직도 2005년에는 보험조사부로 확대 개편됐다.
◆특별조사팀도 적발에서 예방으로 전환 =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는 보험사기를 특별조사팀이 따라가기는 벅차다. 연간 130만 사고건수 가운데, 2만여건을 추려내 보험사기 혐의를 조사하고 있지만, 사후 적발 위주의 조사로는 한계가 있다.
현대해상 조사팀도 단순하게 조사하고 적발하는 것에서 벗어나 예방과 관련한 조사와 분석, 정책개발로 활동의 무게를 옮겨가고 있다.
이철우 조사팀 과장은 "보험사기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고도화돼 아무리 노력해도 적발 건수는 실제 보험사기의 10% 안팎"이라며 "적발보다는 사기를 유발할 수 있는 상품개발을 자제하거나 보험사기 혐의자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계약인수 심사를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매출목표에 따라 영업경쟁을 벌이고 있는 보험사나 수당에 민감한 설계사 입장에서, 보험 청약이나 계약인수를 쉽게 거절하는 것이 쉽지 않다. 더욱이 의심스러운 청약이나 계약을 걸러내려고 해도, 아직 완벽한 수단이 갖춰져 있지 않다.
그나마 생명보험협회는 지난 2007년 8월 각 생보사들의 계약정보를 모아 조회시스템을 구축했고, 손해보험협회도 지난 2009년 10월 실손의료비담보를 시작으로 올 4월에는 정액담보와 관련한 보험정보 통합시스템을 오픈했다. 또 지난달에는 생·손보협회의 두 시스템을 연결했다.
◆정액 및 비용담보 상품이 보험사기 표적 =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보험사기는 대개 생명보험의 보장성보험과 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장기보험에서 발생한다. 그것도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자동차보험과 보장성보험이 연계돼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입원일당과 수술비, 사망에 대해 일정액을 지급하는 정액담보가 주요 표적이다. 실제 들어간 치료비만 보장하는 실손의료비담보와 달리 정액담보 보험은 일부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보험가입자가 드는 만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최종수 손보협회 팀장은 "생·손보사의 정액담보가 있는 보험상품을 크게 들어놓고 자동차보험 사고를 내 보험금을 편취하는 경우가 많다"며 "내년 상반기에 각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계약과 사고정보까지 집적한 통합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보험사들의 언더라이팅 강화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보험정보 통합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해도 보험사기 유발상품이 버젓이 판매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한 생보사에서 판매한 요실금 특약 등이 대표적이다. 이 특약이 불필요한 진료를 유발해 그 생보사는 적지 않은 손해를 봤다. 또 자동차보험의 벌금 특약이나 운전자보험의 형사합의금 특약처럼 치료와 무관한 비용담보 등도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 특약들은 공통적으로 보험료는 낮은데 고액 보험금을 보장하는 상품들이다.
◆금융감독원, 계약심사 모범규준 수립중 = 보험사기 예방을 위해서는 입구인 상품개발과 계약 인수뿐만 아니라, 출구인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보험금 지급심사를 강화하면 보험가입자와 분쟁이 생길 수 있다. 그래도 지급하지 말아야 할 보험금을 지급해서는 안된다. 이를 가려내려면 심사 역량이 있어야 한다.
현재 보험금 지급 심사는 보험사가 직접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손보사는 자동차 보험사고 대인 보상을 제외한 대물보상은 대부분 자회사가 담당하고 있고 생보사 또한 별도 회사에서 맡아 처리하고 있다.
심사 기능이 별개로 분리돼 있기 때문에, 심사 인력 확충과 보험금 지급 심사건수가 따로 놀 가능성이 크다. 한 대형 손보사의 자회사는 보상직원 600여명이 매월 1인당 180여건의 대물보상을 처리하고 있다. 대인보상에 비해 대물보상은 합의조정 과정이 필요없고 처리절차가 단순화하다고 하지만, 보상직원이 매일 6~8건씩을 처리한다는 것은 버거운 일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차량 파손 부위에 따라 보상금이 정해져있고 사진으로도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감당을 못할 정도는 아니다"며 "자동차보험 사고건수가 증가하고 있어, 자회사 보상인력도 늘려나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기 예방을 위해 보험사의 자구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내부적으로 보험사기 가능성이 있는데도, 계약을 인수하는 보험사나 설계사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중이고, 보험사 임원과의 간담회를 통해 보상인력 확충을 권고하고 있다.
이종욱 보험조사실장은 "불필요한 입원을 조장하는 상품 운영 제한이나 타 보험사 청약건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계약심사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있다"며 "영업 중심의 관행에서 리스크 관리 역량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보상인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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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인원도 부족 … 생·손보협회, 계약정보 조회시스템 구축

보험범죄 아카데미 개최 생·손보협회가 지난 5월 각 보험사의 특별조사팀 직원과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보험범죄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아카데미는 매년 4회 이상 열린다. 사진 손보협회 제공
김 모씨는 현대해상화재보험 소속 보험사기특별조사팀(Special Investigation Unit SIU) 직원이다. 김씨는 매일 서울지역의 보상센터로 나가 보험사기 의심이 드는 사고와 씨름하는 게 하루의 일과다.
사무실에는 잠시 있을 뿐, 일선 현장 근무가 많다. 자동차 교통사고 현장을 찾는가 하면 보험가입자와 피해자를 만나기도 한다. 김씨가 한 달에 처리하는 조사 건수만 60여건 정도. 조사 결과, 20∼30%는 보험사기 혐의가 있는 것으로 내려진다. 물론 혐의가 있다고 해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안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보험가입자의 사기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보험가입자가 보험금 수급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 증거를 찾는 것이 SIU 요원한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인 것이다.
현대해상은 보험사 중에서는 일찍이 조사요원을 선발, 배치했다. 지난 1997년 2명에 불과했던 것이, 최근에는 50명으로 늘었다. 보상지원부에 편제돼 있었던 조직도 2005년에는 보험조사부로 확대 개편됐다.
◆특별조사팀도 적발에서 예방으로 전환 =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는 보험사기를 특별조사팀이 따라가기는 벅차다. 연간 130만 사고건수 가운데, 2만여건을 추려내 보험사기 혐의를 조사하고 있지만, 사후 적발 위주의 조사로는 한계가 있다.
현대해상 조사팀도 단순하게 조사하고 적발하는 것에서 벗어나 예방과 관련한 조사와 분석, 정책개발로 활동의 무게를 옮겨가고 있다.
이철우 조사팀 과장은 "보험사기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고도화돼 아무리 노력해도 적발 건수는 실제 보험사기의 10% 안팎"이라며 "적발보다는 사기를 유발할 수 있는 상품개발을 자제하거나 보험사기 혐의자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계약인수 심사를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매출목표에 따라 영업경쟁을 벌이고 있는 보험사나 수당에 민감한 설계사 입장에서, 보험 청약이나 계약인수를 쉽게 거절하는 것이 쉽지 않다. 더욱이 의심스러운 청약이나 계약을 걸러내려고 해도, 아직 완벽한 수단이 갖춰져 있지 않다.
그나마 생명보험협회는 지난 2007년 8월 각 생보사들의 계약정보를 모아 조회시스템을 구축했고, 손해보험협회도 지난 2009년 10월 실손의료비담보를 시작으로 올 4월에는 정액담보와 관련한 보험정보 통합시스템을 오픈했다. 또 지난달에는 생·손보협회의 두 시스템을 연결했다.
◆정액 및 비용담보 상품이 보험사기 표적 =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보험사기는 대개 생명보험의 보장성보험과 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장기보험에서 발생한다. 그것도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자동차보험과 보장성보험이 연계돼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입원일당과 수술비, 사망에 대해 일정액을 지급하는 정액담보가 주요 표적이다. 실제 들어간 치료비만 보장하는 실손의료비담보와 달리 정액담보 보험은 일부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보험가입자가 드는 만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최종수 손보협회 팀장은 "생·손보사의 정액담보가 있는 보험상품을 크게 들어놓고 자동차보험 사고를 내 보험금을 편취하는 경우가 많다"며 "내년 상반기에 각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계약과 사고정보까지 집적한 통합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보험사들의 언더라이팅 강화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보험정보 통합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해도 보험사기 유발상품이 버젓이 판매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한 생보사에서 판매한 요실금 특약 등이 대표적이다. 이 특약이 불필요한 진료를 유발해 그 생보사는 적지 않은 손해를 봤다. 또 자동차보험의 벌금 특약이나 운전자보험의 형사합의금 특약처럼 치료와 무관한 비용담보 등도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 특약들은 공통적으로 보험료는 낮은데 고액 보험금을 보장하는 상품들이다.
◆금융감독원, 계약심사 모범규준 수립중 = 보험사기 예방을 위해서는 입구인 상품개발과 계약 인수뿐만 아니라, 출구인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보험금 지급심사를 강화하면 보험가입자와 분쟁이 생길 수 있다. 그래도 지급하지 말아야 할 보험금을 지급해서는 안된다. 이를 가려내려면 심사 역량이 있어야 한다.
현재 보험금 지급 심사는 보험사가 직접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손보사는 자동차 보험사고 대인 보상을 제외한 대물보상은 대부분 자회사가 담당하고 있고 생보사 또한 별도 회사에서 맡아 처리하고 있다.
심사 기능이 별개로 분리돼 있기 때문에, 심사 인력 확충과 보험금 지급 심사건수가 따로 놀 가능성이 크다. 한 대형 손보사의 자회사는 보상직원 600여명이 매월 1인당 180여건의 대물보상을 처리하고 있다. 대인보상에 비해 대물보상은 합의조정 과정이 필요없고 처리절차가 단순화하다고 하지만, 보상직원이 매일 6~8건씩을 처리한다는 것은 버거운 일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차량 파손 부위에 따라 보상금이 정해져있고 사진으로도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감당을 못할 정도는 아니다"며 "자동차보험 사고건수가 증가하고 있어, 자회사 보상인력도 늘려나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기 예방을 위해 보험사의 자구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내부적으로 보험사기 가능성이 있는데도, 계약을 인수하는 보험사나 설계사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중이고, 보험사 임원과의 간담회를 통해 보상인력 확충을 권고하고 있다.
이종욱 보험조사실장은 "불필요한 입원을 조장하는 상품 운영 제한이나 타 보험사 청약건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계약심사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있다"며 "영업 중심의 관행에서 리스크 관리 역량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보상인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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