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관 인사가 수상하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측근인사들이 줄줄이 비서관으로 승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16일자로 4명의 비서관 인사를 단행했다. 3명은 선임행정관을 승진시켰고, 군 인사가 맡아왔던 위기관리비서관에는 해군 출신을 임명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내부 사기진작의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내부 승진자들을 염두에 둔 말이다.
그러나 정작 청와대 내부는 사기가 높아지기는커녕 하루종일 술렁거렸다. 하필 대통령실장의 측근들만 비서관으로 발탁하느냐는 불만 때문이다.
한 행정관은 "그렇지 않아도 임 실장이 직언을 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내부인사까지 자기 사람만 챙기면 영이 제대로 서겠느냐"고 했다. 다른 비서관은 "5년차 청와대가 걱정된다"고 했다.
기획비서관으로 승진한 신용출씨는 임태희 실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측근이다. 정권 초 청와대 경제비서관실에서 일하다 퇴직한 뒤 임 실장이 청와대에 입성할 때 다시 들어왔다.
윤한홍 신임 행정자치비서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 인맥 중 한명이다. 인사비서관실에서 오래 일하다 임 실장 부속실장 역할을 해왔다. 최근까지 공기업과 정부인사에 너무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오기도 했다.
신 비서관은 임 실장의 정무·기획 참모역할을, 윤 비서관은 인사 관련 메신저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내부불만의 또 다른 핵심은 두 사람의 상식을 뛰어넘는 초고속 승진이다. 두 사람은 모두 정권 초 4급 행정관으로 들어와 1급 비서관을 달았다. 3년 8개월만에 무려 세 단계 승진했다. 일반공무원이라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한번 승진하기도 힘든 기간이다.
'공정사회 주창자'를 자임하는 임 실장으로선 면이 안서는 일이다. 더 큰 걱정은 임 실장의 '인사전횡'이 청와대 내부 단합과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점이다.
임 실장은 이미 연말 사퇴를 공언한 입장이다. 그럴 때일수록 오해를 사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 오얏나무 아래에선 갓끈도 고쳐 매지 않는 법이다.
성홍식 기자 hss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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