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휘문고 교사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연구위원장
수능 시험이 끝나고 곧바로 시작된 수시 모집 논술, 구술 전형이 대부분 마무리되고 이제 수시 합격자 발표를 남겨 놓고 있다. 이미 수험생들 중에는 수시 발표를 기대하지 않고 재수에 돌입한 수험도 있다. 수능에서 최저 학력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수험생들이다.
수능시험은 동일한 시험 문제로 모든 대입 수험생이 같은 시각에 1년에 딱 한번 보는 시험이다. 표준 점수와 백분위, 등급으로 전국의 수험생을 일렬로 줄 세울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대학에서 입시 자료로 활용하기 가장 편리한 점수 체계이다.
정부에서 출제부터 채점까지 해주는 공식적인 점수이므로 대학에서 어떻게 활용해도 수험생들은 불만할 수 없는 안전한 점수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학은 수능 점수를 입시에서 마구잡이로 쓰고 있다.
수시모집에서 3년 동안 열번 이상 시험을 봐서 차곡차곡 쌓아 놓은 학생부 성적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 해도, 아무리 보아도 고교 교육과정에서 출제했다고 보기 어려운 고난도의 논구술문제를 잘 풀었다 해도, 대학에서 정해 놓은 최저학력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최종적으로 불합격 처리된다.
정시모집에서는 더욱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서울대는 정시모집 1단계에서 수능성적 100%로 2배수를 선발한다. 1단계에서 탈락하면 논술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조차 달아난다. 연세대나 고려대는 수능 성적만으로 선발하는 수능 우선 선발이 모집인원의 70%이다.
학생부 성적을 반영한다고는 하지만 교과성적 1등급과 2등급의 차이가 1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 중상위권 대학도 별반 차이가 없어 군별 분할모집을 하면서 수능 100%로 선발하는 인원수가 만만치 않다.
쉬운 수능만으론 문제 해결 안된다
수능은 무소불위다. 수능에서 1점 때문에 학과가 바뀌고, 한 두 문제로 대학이 바뀐다. 전국의 대학과 모집 단위는 수능 1점 단위로 배치참고표에 일렬로 서열이 쫙 깔리게 된다.
올해 정부는 수능이 대학입시에 미치는 영향력을 줄이겠다며 만점자가 1%가 되도록 쉽게 출제하겠다고 공언을 해왔다.
실제 수능에서도 쉽게 출제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쉽게 출제한다고 해서 대학입시에서 수능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며, 사교육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며, 수험생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며, 대학 서열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수능 난도를 조절해 대학입시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수능의 난도가 수능의 문제점이 아니다. 수능시험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1년에 딱 한번 본다는 것이다. 작은 실수 하나로 등위가 바뀌고 합격자와 불합격자가 바뀐다. 이 때문에 재수생이 양산된다.
어느 시험이든 운은 작용한다. 그러나 수능과 같이 선택형 문제, 게다가 하루에 190~210문항을 풀어야 하는 고된 시험에서 운은 실력을 앞설 수도 있다.
운 없이는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말이 된다. 당해보지 못한 사람이나 현장에 있는 교사가 아니면 그 폐해를 조금도 느낄 수 없다.
수능은 딱 한번인데 입시는 복잡하기 짝이 없다. 수시 모집은 일반전형과 특기자 전형, 사정관제 전형에서 대학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기반으로 학생부 성적과 대학별 고사를 엮어 대단히 복합한 형태로 분화되고 있다.
하도 복잡하게 얽혀 있으니 수험생 입장에서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지원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수시모집 경쟁률이 대학마다 수십 대 1이다.
수능 한번 실수하면 수천번 기회도 물거품
정시모집은 '가','나','다'군으로 세 번의 기회를 주지만 대학마다 수능과 학생부 반영 방식이 다르다. 이렇게 분화된 전형유형이 30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수능시험은 딱 한번인데 전형유형은 수천가지가 넘는다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현 정부는 수능을 2차례 보겠다는 공약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몇 번의 공청회로 무산되었고, 2014 수능을 수운 수능과 어려운 수능으로 이원화시켰을 뿐 달라진 것이 없다. 껍데기만 바꾼 것이지 환부는 그대로 있다. 그 동안 여러 차례 변신을 거듭했지만 올해로 수능 20돌을 맞이했다. 대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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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시험이 끝나고 곧바로 시작된 수시 모집 논술, 구술 전형이 대부분 마무리되고 이제 수시 합격자 발표를 남겨 놓고 있다. 이미 수험생들 중에는 수시 발표를 기대하지 않고 재수에 돌입한 수험도 있다. 수능에서 최저 학력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수험생들이다.
수능시험은 동일한 시험 문제로 모든 대입 수험생이 같은 시각에 1년에 딱 한번 보는 시험이다. 표준 점수와 백분위, 등급으로 전국의 수험생을 일렬로 줄 세울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대학에서 입시 자료로 활용하기 가장 편리한 점수 체계이다.
정부에서 출제부터 채점까지 해주는 공식적인 점수이므로 대학에서 어떻게 활용해도 수험생들은 불만할 수 없는 안전한 점수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학은 수능 점수를 입시에서 마구잡이로 쓰고 있다.
수시모집에서 3년 동안 열번 이상 시험을 봐서 차곡차곡 쌓아 놓은 학생부 성적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 해도, 아무리 보아도 고교 교육과정에서 출제했다고 보기 어려운 고난도의 논구술문제를 잘 풀었다 해도, 대학에서 정해 놓은 최저학력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최종적으로 불합격 처리된다.
정시모집에서는 더욱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서울대는 정시모집 1단계에서 수능성적 100%로 2배수를 선발한다. 1단계에서 탈락하면 논술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조차 달아난다. 연세대나 고려대는 수능 성적만으로 선발하는 수능 우선 선발이 모집인원의 70%이다.
학생부 성적을 반영한다고는 하지만 교과성적 1등급과 2등급의 차이가 1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 중상위권 대학도 별반 차이가 없어 군별 분할모집을 하면서 수능 100%로 선발하는 인원수가 만만치 않다.
쉬운 수능만으론 문제 해결 안된다
수능은 무소불위다. 수능에서 1점 때문에 학과가 바뀌고, 한 두 문제로 대학이 바뀐다. 전국의 대학과 모집 단위는 수능 1점 단위로 배치참고표에 일렬로 서열이 쫙 깔리게 된다.
올해 정부는 수능이 대학입시에 미치는 영향력을 줄이겠다며 만점자가 1%가 되도록 쉽게 출제하겠다고 공언을 해왔다.
실제 수능에서도 쉽게 출제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쉽게 출제한다고 해서 대학입시에서 수능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며, 사교육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며, 수험생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며, 대학 서열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수능 난도를 조절해 대학입시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수능의 난도가 수능의 문제점이 아니다. 수능시험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1년에 딱 한번 본다는 것이다. 작은 실수 하나로 등위가 바뀌고 합격자와 불합격자가 바뀐다. 이 때문에 재수생이 양산된다.
어느 시험이든 운은 작용한다. 그러나 수능과 같이 선택형 문제, 게다가 하루에 190~210문항을 풀어야 하는 고된 시험에서 운은 실력을 앞설 수도 있다.
운 없이는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말이 된다. 당해보지 못한 사람이나 현장에 있는 교사가 아니면 그 폐해를 조금도 느낄 수 없다.
수능은 딱 한번인데 입시는 복잡하기 짝이 없다. 수시 모집은 일반전형과 특기자 전형, 사정관제 전형에서 대학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기반으로 학생부 성적과 대학별 고사를 엮어 대단히 복합한 형태로 분화되고 있다.
하도 복잡하게 얽혀 있으니 수험생 입장에서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지원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수시모집 경쟁률이 대학마다 수십 대 1이다.
수능 한번 실수하면 수천번 기회도 물거품
정시모집은 '가','나','다'군으로 세 번의 기회를 주지만 대학마다 수능과 학생부 반영 방식이 다르다. 이렇게 분화된 전형유형이 30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수능시험은 딱 한번인데 전형유형은 수천가지가 넘는다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현 정부는 수능을 2차례 보겠다는 공약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몇 번의 공청회로 무산되었고, 2014 수능을 수운 수능과 어려운 수능으로 이원화시켰을 뿐 달라진 것이 없다. 껍데기만 바꾼 것이지 환부는 그대로 있다. 그 동안 여러 차례 변신을 거듭했지만 올해로 수능 20돌을 맞이했다. 대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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