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간적' 대통령이었으면

내일시론

지역내일 2000-11-02 (수정 2000-11-02 오전 7:39:29)
"강은 흐른다/쉬지않고 흐른다/노수의 아픔도 …"
60년대말 양희은이 부른 노래다. 이 노래는 박정희 정권에 의해 금지곡이 되었다. 독재체제
를 은유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10년 전 요절한 인권변호사 조영래는 이 노래를 즐겨
불렀다. 긴급조치 위반으로 수배되었던 그는 공사석에서 웅얼거리듯 이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 속엔 독재의 서슬이 퍼래도, 독재는 망하고 역사는 강처럼 흘러간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었다. 그런데 이른바 '국민의 정부' 시대에 이 노래가 생각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경제
위기와 권력형 부정부패가 독재보다 더 무섭기 때문일까?
87년 13대 대선 당시 김대중 김영삼이 분열하기 직전이었다. 많은 민주인사들이 후보단일화
를 위해 노력했다. 양김은 각각 "나는 이미 마음을 비웠다"고 말했다. 이때 40대 기수론의 또
다른 인물이었던 이철승이 말했다.
"인류역사 이래로 마음 비운 사람은 석가모니와 예수뿐인 것이여"
그 해 대선에서는 엉뚱한 노태우가 당선되었다.
역사이래 마음비운 이 석가와 예수뿐 000
요즈음 지식인사회에는 이런 얘기들이 있다. 한국에는 선진국 못지 않은 법이 있다. 그러
나 '국민의 정부'에 들어 헌법을 능가하는 최고 상위법이 제정되었다. 소위 '국민정서법'이
다. 이 법은 정권을 인간적이냐, 비인간적이냐로 평가한다.
인간적이라 함은 △민주화 투쟁에서 고락을 함께 해온 동지들이 요직에서 부정을 해도 눈감
아주고 △공동으로 정권창출한 집단에게는 유·무능 상관없이 정부요직에 많은 자리를 주고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어도 책임을 묻지 않는 정권을 말한다.
비인간적이라 함은 모든 국사를 법대로 수행하면서 △동지라 해도 과감히 읍참마속하고 △약
속대로 개혁을 과감히 추진하며 △ 정권 재창출을 염두에 두지 않고(마음을 비우고) 경제위
기 극복에만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정권을 말한다.
나라가 혼란스럽다. IMF 위기를 어렵게 넘기고 나서, '국부유출과 경제의 대외 종속화'가 우
려되더니 이제는 '한국호'의 침몰까지 거론된다. 독재는 갔지만 이 땅은 건재했다. 그런데 오
늘 '나라가 망할 지경'이라는 우려는 무엇인가? 50년만의 정권교체로 탄생한 국민의 정부에
서, 대통령이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나라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표방한 국가가 위기에
처했다니 이게 무슨 얘기란 말인가. 경제를 잘 아는 준비된 대통령이 경제문제로 곤경에 빠
진 것은 역설적인 일이다. 화려하게 등장한 김대중정권은 지금 무엇을 준비하는가.
결과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전문가에 의한 많은 분석들과 처방들이 있다. 그러나 기자는
나름의 두 가지 진단·처방만을 제시한다.
첫째, 한국인의 조급함이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우리 나라는 과거 970여 차례나 되는 크고
작은 침략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항상 난리통이었다. 먹고 피하고 짐싸는 데 급급했다. '빨
리빨리'문화는 그렇게 형성되었다. 오랜 세월 반독재 투쟁을 해왔던 현정권도 혹시 조급한
것은 아닌가. 만약 조급하다면 사고와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마음을 비우면 된다.
'중대한 결단' 내려야 할 때 000
둘째, 오랫동안 곪아온 한국정치의 부패본능이다. 칼국수로 청렴함을 과시하던 문민정부도
결국 퇴임 후에는 옷이 홀랑 벗겨졌다. 당시 각료와 '동지'들이 쇠고랑을 차는 등 비리의 진실
은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었다. 권력형비리에 대해 현 정권도 설왕설래되고 있다. 대통령
은 깨끗해도 '동지'들이 처신 잘못하면 노벨상도 먹칠 될 것이다.
해결책은 '비인간적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들 '선생님'으로 존경해온 대통
령을 역사에 남게 하려면, 집권세력이 모두 함께 마음을 비우고 비인간적이 되어야만 한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이미 비등점을 넘었다. 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국정은 농락
당하고 있다. 금융부정, 의약분업, 교사의 시위 등 몇 가지만 보아도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 한
다. 이 상태로 잔여임기를 끌고 갈 수 있을까. 정부의 전면적 개편만으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연립내각 구성 등 '대단히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
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