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사망 경찰 두번 죽인 대한민국] 공단 “흡연 때문에 사망” 유족보상 거부

지역내일 2011-12-08
법원 "정부도, KT&G도 배상 책임없다"

국가가 공짜로 준 담배 때문에 사망한 공무원이 유족보상도, 흡연피해 보상도 못 받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은 폐암으로 사망한 전직 경찰공무원 고 박숭정씨의 유족인 임원단(65·여)씨 등이 국가와 담배회사 KT&G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박씨의 사망이 과로사가 아닌 담배로 인한 폐암 때문이라며 유족보상을 거부했다.

◆정부가 권한 담배에 중독 = 고 박숭정씨는 20대 초반이던 1963년, 군대에서 처음 담배를 배웠다. 당시 군대서는 담배를 무상으로 보급했다. 국가가 담배에 중독될 환경을 만들었던 것이다.

제대 후 경찰이 된 그는 1999년까지 30년 이상 화랑 거북선 은하수 솔 88 등 국산담배만 하루에 약 1갑씩 피웠다. 세계보건기구가(WHO)가 흡연 경고문구 부착을 권고한 것은 10여년 후인 1976년부터다.

박씨는 1995년 무렵 몇차례 담배를 끊으려고 시도했다. 금연침도 맞고, 패치도 붙여봤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박씨는 더 담배를 피게 됐다. 기업뿐만 아니라 일선 경찰들도 퇴직을 강요당하는 상황에서 박씨도 명예퇴직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박씨를 포함한 명예퇴직 거부 경찰들은 일선 파출소로 내몰렸다.

이 무렵 박씨는 근무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이겠거니 했다.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도로에서 단속업무를 해야했기에 병원에 갈 겨를도 없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던 박씨는 1999년 9월 병원에서 폐암 3기말 진단을 받았고, 2001년 1월 세상을 떠났다.

◆담배 무상지급했지만 제도 없어 어쩔 수 없다? =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박씨의 죽음이 과로사가 아니라며 유족보상을 거부했다. 임씨 가족은 2001년 10월 공단을 상대로 유족보상금지급청구 부결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박씨의 사망은 과로와 스트레스가 아닌 흡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2003년 제기한 항소 역시 같은 이유로 기각됐다.

2005년 임씨 가족은 KT&G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6년만에 나온 판결은 허무했다. 담배를 피운 박씨가 잘못한 것이지 KT&G는 아무 책임이 없다는 게 요지였다.

재판부는 박씨의 흡연이 개인의 책임이라는 논리를 폈다. △흡연 경고가 시작되기 전인 60년대부터 피웠다 해도 경찰공무원 정도면 담배의 유해성을 알만한 '식자계층'이며 △국가가 군인시절 담배를 무상지급한 것은 인정하나 당시에는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수준이 낮고 관련 제도가 없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다. 담배의 중독성도 '의지만 있다면 금연할 수 있다'는 논리로 부정했다.

원고측 변호인인 정미화 변호사는 "담배는 폐암을 유발하지만 하자가 없는 제품이며 이를 만드는 회사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비상식적인 판결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임씨는 "남편에게 담배를 권한 건 국가였고, 남편은 스트레스와 과로 때문에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다 세상을 떠났다"며 "국가도, 담배회사도 책임이 없다면 이 억울함은 어떻게 풀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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