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상생과 나눔을 위하여

지역내일 2001-12-12
길거리에 구세군 냄비가 등장한 것을 보면 올해도 이제 끝나간다. 상가마다 크리스마스 트리도 선보였다. 내년 달력과 수첩도 곳곳에서 눈에 띤다. 연하장과 크리스마스카드도 날아온다. 일력도 이제 채 스무장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체감경기 탓인지 서울 강남역 주변과 명동 등 도심에서도 캐럴 소리가 별로 들리지 않는다. 고아원 양노원 등 세밑 복지시설을 찾는 발길도 크게 줄었다.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 실적도 극히 저조하다 한다. 아무리 종을 딸랑 거려도 구세군 냄비에는 돈이 쌓이지 않는다. 정말 썰렁한 세모이다.
왜 이렇게 세밑 인정이 인색해졌을까. 연말이면 불우이웃을 찾아 이들을 위문하고 돕는 것이 우리 미풍이었건만 따뜻한 우리의 인정은 어디로 간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우울한 세밑이다.
우리 주변의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부분이 최근 돌아가는 것을 돌이켜보면 연말은 더욱 쓸쓸해진다. 각박해진 인정에 상생과 나눔은 없고 대립과 갈등 그리고 천박함만이 올 한해를 휩쓴 것이 아닌가. 각 부문마다 ‘인간’은 없고 ‘욕심’만 가득찼던 2001년은 아니었던지.
정치는 상생이 아니라 난장판이었다. 민의는 없고 당론과 술수만 있는 국회였다. 연초부터 의원임대로 시끄럽더니 최근에는 검찰총장 탄핵 문제를 놓고 여야 모두 추태만을 연출했다.김대중 정부는 집권초부터 그렇게 개혁입법을 소리높여 외쳤으나 올해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숱하게 인권을 유린한 국가보안법은 아직 그대로 온존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국민은 안중에 없고 집권에만 뜻이 있는 것 같았다. ‘3김정치’ 타파를 외치고 있으나 요즘 이회창 총재를 보면 3김의 망령을 보는 것 같다. 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재집권과 정권재창출에만 사로잡힌 여야에 국민들이 얼마나 실망하고 있는지. 실로 끔찍하다. 김영삼 김종필 씨 등 원로 정치지도자들의 막가파식 3류 인신발언도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들은 국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주지 못하고 모멸감만을 안겨주고 있다.
경제야말로 우리의 세모를 더욱 우울하게 한다.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보듯이 정부의 공적자금 부실운영은 우리를 허탈케했다. 혈세는 내 돈이 아니니 아무렇게나 써도 좋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과 기업의 도덕적 해이에도 아연할 뿐이다.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는 등 경제지표가 좋아질 기미가 보이긴 하지만 여전히 우리 경제는 불황의 깊은 늪에서 헤매고 있다. 특히 우리를 가슴아프게 하는 것은 부익부 빈익빈 사태가 심화된 것이다. 30-40대의 신귀족은 고급차를 타고 흥청망청되는데 실직자는 누울 곳이 없다. 상위 3%는 소득이 5배 급증했다는데 하위 12%는 소득 절반이 줄었다 한다. 누구는 ‘대박’이고 누구는 ‘실직쪽박’이라니. 사회의 하층이 빈곤에서 신음하는데도 가진자들의 호화사치는 극에 달했다는 소식에 우울한 뿐이다.
최근 각종 게이트에서 드러났듯이 검찰과 국정원 등 국가사정기관의 타락과 부패는 우리를 참혹케 한다. 부정과 비리를 도려내야하는 기관이 부패의 늪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교육이야말로 우리를 처절하게 만든 대목이다. 교실붕괴 교육이민 교권추락이 상징하는 김대중 정부의 교육정책은 정말 지긋지긋하다. 교육부가 없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이제 대학과 전문가 일부가 외치는 소리는 아닌 듯 싶다.
상생보다는 상극하며 싸우고 상호부조하기 보다는 서로 갈등하고 대립하던 한 해를 보내면 우리는 자신보다 남을 생각하는 겸손함을 배워야할 것 같다. 집단이기주의에 휩싸여 상호존중과 겸양의 미덕을 잊은 2001년을 마감하며 우리는 나눔을 실천해야할 것 같다. 모두 살아남기 위해 동물같은 욕심을 버리고 상생을 위해 나눔을 선택하자.
물론 21세기 경쟁사회에서 효율성과 경쟁력이 중요하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쟁과 효율도 나누는 지혜와 같이 갈 때 ‘야만’과 ‘천박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개혁과 발전도 사람 마음 씀씀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나눔은 상생의 지혜이다. 열 가운데 하나 둘을 나눠주지 않고 독식하려한다면 분명 정치권에는 정쟁이 벌어지고 집단이기주의가 심해지면 사회갈등이 폭발한다. 재벌 등 경제적 강자가 나눌지 모르고 빈자에게 베풀지 모르면 사회가 폭발 무정부 상태에 이를지 모른다.
서양에 십일조가 있듯이 우리에게도 십시일반이라는 미덕이 있다. 연말을 맞아 1년을 결산해보고 주위를 살펴보자. 그리고 자신에게 여유가 있다면 이웃에게 나누는 지혜를 실천하자. 권력도 나누고 돈도 나누고 문화도 공유하자. 서로 나누면서 2001년을 마감하고 상생의 2002년을 맞이하자. 대립과 불평등과 갈등의 2001년은 우리에게 ‘독식’만이 있고 나눔의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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