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질은 알더니” … 대북정보 깜깜

지역내일 2011-12-20
'사망 이후' 대통령은 생일파티, 국방장관은 국회 로비
국민 불안 부추기는 정보라인 무능 … '문책론' 급부상

2008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상황에서 김성호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칫솔질은 가능한 수준"이라고 확인하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실여부를 떠나 첩보를 입수한 경로가 노출될 위험을 정보기관 스스로 자초한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는 것이 당시의 비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을 51시간 동안 까맣게 모르는 상황이 발생했다. 17일 오전 8시 30분 사망 이후 북한이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발표한 19일 정오까지 우리 정보당국은 '까막눈'이었던 셈이다. '칫솔질'까지 알던 정보당국과 같은 기관이라고 믿기지 않을 수준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51시간 동안 까막눈 = 정부는 북한이 19일 오전 10시 '정오 특별방송'을 예고했을 때까지도 김정일 사망은 물론 비슷한 낌새도 채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생일과 결혼기념일, 당선일이 겹친 '트리플 기념일'을 맞아 이날 아침 직원들의 깜짝파티에 한껏 즐거워했다. 점심시간에는 직원들과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었다. 이에 앞서 김정일 사망 직후 이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했다. 한반도 운명이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상황에서 국군통수권자가 외국에 있었던 셈이다.

19일 김관진 국방장관은 여야 원내대표를 면담하기 위해 여의도 국회에 있었다. 김 장관은 점심식사를 하다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국방부로 복귀했다. 그 때가 12시20분이었다. 정승조 합참의장은 연말을 맞아 전방 순시를 하던 중 이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사실을 파악했다. 김태호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은 18일 맹장수술을 받았다.

김정일 사망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뒤의 행보라고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정이다. 김정일 사망 사실을 '0.1%도' 파악하지 못했던 셈이다.

'대북정부 깜깜이 상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멀리 보면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에도 마찬가지 질타를 받았다. 최근 들어서도 지난 5월 20일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했을 때 김정은이 동행했는지 여부를 파악하지 못하면서 정보력 부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국내만 신경쓰다 이런 꼴" = 이와 관련 전직 안보부처 고위관리는 "사실 김정일과 김정은의 동선조차 정확하게 파악하지도 못하던 것이 그동안 정보당국의 수준"이라며 "그러면서도 완벽하지 않은 첩보나 해프닝을 자랑하듯 늘어놓는 것이 현실이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내부자를 통한 직접 정보 수집이 제한된 상황에서 실제로 중요한 것은 북한과 관련된 첩보의 진위를 파악하고, 중요성을 판단하는 것"이라며 "정보인력이 적절하게 배치됐는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도 대북 정보라인의 무능을 강하게 성토하는 모습이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2008년 김 위원장 중병설이 나왔을 때는 양치질하는 모습 등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고 있었고, 충분히 동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해 왔다"며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용섭 의원은 "우리 정보망이 내부 정치인들이나 국내 사찰에만 신경을 쓰고 해외, 특히 대북정보수집에는 허술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핵심 의원도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지원받고 있는 이유가 이런 정보를 파악하라는 것 아니냐"며 "도대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또다른 재선 의원은 "좌파정부 10년 동안 대북정보력이 무너졌다고 비판해 왔는데, 이명박정부 4년차에 이런 일이 발생해 곤혹스럽다"며 "사태가 수습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문책론이 나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