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농협, 길을 찾아라│①정부의 결단

지역내일 2011-12-20
"충분하고 안정적인 정부지원 필요"
야당·노조, 자본금 6조 지원 안하면 사업구조개편 재검토

조합원 245만명, 총자산 287조원, 계열사 22개사를 총괄하는 농협중앙회와 1167개 전국 농협이 흔들리고 있다. 농협중앙회에서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분리해 각각의 경쟁력을 키우고 농민조합원의 농산물을 잘 판매하는 경제사업을 활성화하겠다던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이 안개 속에 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세계경제 속에서 농협이 위기를 벗어날 방안을 짚어본다.

지난 1일 민주당(현 민주통합당)은 내년 3월 2일 농협중앙회에서 경제 및 금융사업을 분리하는 농협사업구조개편을 2017년까지 연기하기로 했다. 당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농협의) 신·경분리를 추진해 왔지만 충분히 준비된 것인지(살펴보고), 신·경분리를 2017년까지 연기해서 심의를 더 하자는 것이 민주당의 공식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민주당은 농협사업구조개편에 매달리던 정부를 압박하면서 농협의 경제사업활성화 방안을 보강해 법안을 통과시켰다.

17년만에 농협사업구조개편 방안에 합의한 후 민주당도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책은 된다며 반겼다. 여·야 만장일치였다.

그런 민주당이 입장을 바꾼 것은 정부의 약속 불이행이 빌미가 됐다. 김진표 당시 원내대표는 "정부가 약속한 예산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업구조개편을)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농협의 경영부담만 가중돼 큰 혼란이 발생한다"며 "'원래대로 2017년으로 다시 환원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당론으로 확정했다"고 말했다. 최인기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장은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도 제출한 상태다.

17년만에 합의한 사업구조개편 =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은 농업계에서 오랫동안 요구했다. 지역 및 품목농협을 회원으로 한 농협중앙회가 교육·지원사업과 함께 농산물판매사업, 은행 등 금융업무까지 함께 하는 체계로는 농민조합원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발전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경제(판매)사업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쪽에서는 농협이 농민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데 집중하지 않고 금융에서 손쉽게 돈벌이하는 데만 급급하다고 성토했다. 금융업 경쟁력이 약하다고 느끼는 쪽에서는 이익을 내면 재투자해서 국제적 금융기관과 경쟁해야 하는데 경제사업을 지원하는 데 잉여금을 뺏긴다며 위기감을 토로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협과 정부(참여정부)는 지난 2007년 농협이 자본금을 마련해 10년 후인 2017년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기로 했다. 농협이 매년 8000억원 이상 적립해 사업구조개편에 필요한 자본금을 마련한다는 게 전제였다. 하지만 농협이 이를 이행하지 못해 사업구조개편은 불가능해 보였다.

이명박정부는 2008년 12월 농협개혁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사업구조개편을 밀어붙였다. 농협도 '2012년 사업구조개편'을 추진하는 정부를 활용해 필요한 자본금 확보에 나섰고, 농업계도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잘 판매하는 경제사업활성화'라는 내용을 포함시키며 지난 3월 '2012년 3월 2일 사업구조개편'을 확정했다.

그러나 지난 9월 정부가 농협중앙회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사업구조개편은 다시 표류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국회요구 수용할 때 = 농식품부는 지난 9월 사업구조개편에 필요한 전체 자본금 25조4200억원(농협주장 27조4200억원) 중 4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농협은 6조원을 요청했다.

정부는 현금 대신 1조원은 현물출자, 3조원은 이자지원방식으로 했다. 농협이 3조원을 다른 데서 빌리면 이자 1500억원(금리 5% 기준)을 지원하는 식이다. 지원기간도 1년으로 하고 연장 여부는 농협경영상황을 봐가며 결정하기로 해 관치논란을 유발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농협중앙회 지부(지부장 허 권)는 지난 5일 '농협 신·경분리의 문제점 이해자료' 1호에서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 시절 농협법 개정을 위해 국회에서 6조원 지원을 약속했으나 9월 국회 상임위 보고를 통해 이를 어겼다"며 "2012년 농협 신·경분리는 처음 기획단계부터 다시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노조는 농협중앙회 광장에서 10월 30일부터 "다시 2017년 사업구조개편"을 주장하며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지난 15일엔 국회에서 김효석·정범구 의원(민주통합당)과 함께 농협중앙회 구조개편의 문제점에 대한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사업구조개편 과정에서 고용불안정, 근로조건악화 등을 염려하는 조합원들도 노조의 주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업구조개편을 2017년으로 다시 미루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준비가 덜 됐다며 사업구조개편을 2017년으로 미루자는 주장이 있지만 결국 다시 자본금 마련 문제에 부닥친다"며 "준비부족론의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농식품위원회는 지난 11월 21일 정부안을 대체해 '6조원 지원(현물출자 1조, 이차보전 2500억원)'으로 예산안을 확정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올렸다. 17년만에 합의한 농협사업구조개편 성공을 위해 정부가 국회안을 수용하는 결단을 내릴 때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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